공정위 산하에 설립된살조공제조합은 수없이 발생한 상조피해자들에게 결정적인 도움이 되지 못하고 상조회사들로부터 지원받은 소비자들의 돈으로 운영 유지비만 배보다 배꼽이 큰 옥상옥(屋上屋) 성격의 기관이 국정감사를 통해 운영실태를 지적받았다. 이에따라 공정위는 한국상조공제조합 박제현 이사장의 각종의혹에 대한 특별조사에 나서기로 했는데 저간의 상황을 데일리그리드 기사를 통해 살펴보기로 한다.
최근 국감서 박제현 한국상조공제조합(이하 한상공) 이사장이 조합 돈을 유용했다는 논란이 제기됐다. 이에 공정위 할부거래과는 이사장을 둘러싼 의혹과 관련해 특별조사를 실시하겠다고 밝혔다.
고용진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에 의하면 박제현 이사장은 서울대 생활과학대학 웰에이징-시니어산업 최고위과정에 등록하면서 조합의 예산 800만원을 사용한 것으로 나타났다. 한상공은 지난 2015년에도 교육훈련비 예산으로 1500만원을 책정했지만 당시 실제로 집행한 금액은 294만원에 불과했으며 이에 따라 지난해 예산은 1000만원으로 삭감된 바 있다. 하지만 지난해 실제로 집행된 교육훈련비는 883만원 가량으로 2015년 대비 갑작스럽게 늘었고 이 중 박제현 이사장의 개인적으로 사용한 것으로 추정되는 돈은 90%가 넘는다.
이와 관련해 고용진 의원은 "공정위는 한국상조공제조합의 부적절한 교육예산 집행을 발견하고도 ‘향후 직원의 역량강화에 필요한 교육에 적극 참여하고, 공제조합과 직접적인 업무관련성이 없는 교육에 예산이 지출되지 않도록 집행에 만전을 기할 것’이라는 내용의 통보에만 그쳤다"며 "공정위 출신인 이사장의 방만 경영에 대해 공정위가 눈감아줬다고 의심을 사기에 충분하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공정위는 지난 4월 자체 조사를 통해 이같은 비위 사실을 확인해 한상공 측에 경고 조치를 내리고 재발 방지책 마련하라고 촉구한 상태다.
출장 주유비 지출 문제
박제현 이사장의 개인 교육비 조합 돈 지출 의혹 외에도 지난 25일 열린 정무위원회 종합 국정감사에서는 이사장의 잦은 출장과 출장비용 지출에 대한 의혹도 제기됐다. 고용진 의원은 이날 증인으로 출석한 박제현 이사장을 향해 “취임한 이후로부터 많은 사용처가 오송, 세종, 과천에서 사용됐다”며 “세종시에는 조합에 가입한 상조업체가 없는데, 왜 그렇게 방문한 것이냐”고 물었다. 이 질문에 박제현 이사장은 “원활한 직무수행을 하기 위해서는 국회라든지, 지속적인 소비자 피해보상을 강화하기 위한 제도 개선을 요구하는 사항들과 관련해 협의도 해야되고, 공정위에서 전체적인 정책방향에 대한 이해도 필요하기 때문에 간 것이다"고 항변했다.
이에 고 의원은 "공정위 직원들을 만나셨냐"고 재차 물었지만 더 이상의 답변을 들을 수는 없어 의혹은 아직 해소되지 않았다. 논란이 증폭된 것은 홍정석 공정위 할부거래과장의 답변때문이다. 박제현 이사장의 잦은 출장 활동에 대해 "정기감사 당시 단 한번 만났을 뿐, 적어도 세종시에서 이사장이 ‘할부거래과’를 찾았던 적은 지금까지 없다"고 전했다. 마지막으로 "이번 국정감사 이후 박제현 이사장 관련 의혹과 이번에 문제되는 부분을 바탕으로 특별조사를 진행할 예정이다”며 “과다한 주유비 사용 등 법인카드 사용처를 비롯해 국내외 출장비 등 각종 사용처에 대한 소명을 받아 경고 조치에서 끝나는 것이 아니라 결과에 따라 형사처벌까지도 고려하고 있으며 관련 직원의 징계 역시 검토할 것이다"고 밝혔다.
조합비로 홀로 중국 출장
박제현 이사장을 둘러싼 의혹은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지난해 박 이사장이 현장 시찰을 목적으로 3박 4일간 조합의 출장비를 지원받고 중국 출장을 다녀왔는데 당시 박 이사장은 당시 예산 문제를 거론하며 직원 동행 없이 홀로 출장을 떠났다. 출장을 홀로 떠난 이유에 대해 많은 의혹이 거론되는데 박 이사장이 중국에 거주하고 있는 가족들을 만나 업무와는 관련 없는 일정을 소화했다는 의혹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특히 박 이사장은 중국인민대학 법학 박사를 거쳐 외교부 주중대사관에서 근무한 바 있다.
이 밖에도 박 이사장은 지난해 11월 ‘장례문화 탐방’을 목적으로 일본을 다녀왔다. 업계 관계자는 "공제조합의 주요 업무라 할 수 있는 소비자피해보상과는 전혀 무관한 국외 출장을 두 번이나 조합 돈으로 진행했다"라며 "연이은 해외 출장에 쓰인 조합 돈만 수 천만원에 달한 것으로 알려져 업계의 걱정이 큰 상황이다”고 분통을 터뜨렸다. 관계자는 마지막으로 "현재 공제조합이 계속된 적자 운영 속에서도 피해보상활동을 강화하고, 상조업계 이미지 쇄신을 위해 힘쓰고 있는데, 정작 조합의 수장이라는 사람은 이러한 상조업계와 조합의 현실을 외면한 채 조합 돈을 제 것처럼 쓰고 있다. 설상가상으로 여러 가지 의혹과 괴담들이 나오고 있어 더욱 씁쓸하다"고 밝혔다.
적자에도 각종 성과급 챙긴 이사장
특히 박 이사장은 조합이 적자 운영 속에서 지나치게 고액 연봉을 받고 있다는 비판이 업계 내외로 꾸준히 제기되고 있다. 한상공은 지난 2015년부터 100억원이 넘는 적자 운영을 기록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지만 지난해 박제현 이사장의 보수는 연봉 1억 6800만원에 경영활동수당 3000만원과 성과급 3000만원을 합해 총 2억 2800만원을 수령했다. 이는 지난해 공정거래위원장(장관급)이 받는 연봉 1억 2500여 만원보다 7000만원 이상 높은데다, 국내 기업 중에서도 막대한 임원 연봉으로 논란이 되고 있는 강원랜드의 사장(2억 4000만원)과도 비슷한 수준이다.
해당 문제에 대한 정치권 등 각계의 비판이 높아지자 한상공은 2018년 예산안 책정에서 인건비와 성과급을 일부 삭감했다. 그러나 공정위 조사 결과 실질적으로 이사장이 받아가는 총 보수는 변동이 없다는 지적이다.
홍정석 공정위 할부거래과장은 "조사 결과 2017년 대비 2018년 각종 인건비가 줄어든 것은 맞지만 이사장의 경우 기존의 성과급이나 수당 항목 대신 다른 항목을 통해 여전히 근 3억원에 가까운 연봉이 책정된 정황이 의심된다"고 전했다. 또한 지난해 박 이사장이 받아간 성과급, 경영활동수당이 어떤 성과를 통해 지급됐는지에 대해서도 의구심이 증폭되고 있으며, 특히 이사장의 공제계약사간의 소통 부재로 인해 지나치게 무리한 신용평가 기준을 공제계약사에 적용하는 등 내부의 불만만 더욱 높아지고 있는 상황이다.
이와 관련 한 상조업체 관계자는 “애초에 공정위에서 요구한 한상공의 담보비율 수준은 점진적으로 상조보증공제조합의 담보율(18%) 수준으로 끌어올리라는 것이었는데, 이 부분만 이행하더라도 거의 모든 조합사의 신용등급이 하락해 부담이 되는데, 한상공은 이 같은 현실은 외면하고 한술 더떠 공정위의 요구를 초과하는 수준까지 담보비율을 끌어올리려고 하는 상황이다”고 지적했다. 한편, 지난 2017년 취임한 박제현 이사장은 오는 2018년 12월 31일자로 2년의 임기가 끝난다. 조합 정관에 따르면 이사장의 임기는 1년간 연임이 가능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박제현 이사장은 최근 연임을 위한 선거 운동에 한창인 것으로 알려져 충격을 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