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골 다이아몬드는 영구적으로 보관이 가능해 고인을 가까이서 늘 기억할 수 있습니다.” ◈“고인의 유골에서 추출한 탄소를 고온·고압 처리하면 세상에서 단 하나뿐인 다이아몬드가 나옵니다. 납골당에 찾아가 고인을 추모하는 대신 다이아몬드를 몸에 지니거나 집에 모셔두고 차례상에 모시는 등 언제든 고인을 곁에 두고 떠올릴 수 있죠.” 국내에서 처음으로 유골 다이아몬드 서비스를 시작한 알고르단자코리아 안중현(36) 사장의 말이다. 고인의 유골로 다이아몬드를 만드는 이른바 ‘메모리얼 다이아몬드(Memorial Diamond)’는 2~3년 전부터 유럽과 미국·일본 등에서 큰 인기를 얻고 있는 새로운 서비스다. 묘지나 납골당 등 공간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데다 늘 곁에 두고 기억할 수 있다는 점 때문에 새로운 장례문화의 하나로 정착돼가고 있다. 그렇다면 사람의 유골로 어떻게 다이아몬드를 만든다는 것일까. “인공 다이아몬드를 제조하는 기술은 이미 1950년대에 GE에 의해 개발돼 상당히 일반화되어 있습니다. 천연 다이아몬드는 탄소의 결정체입니다. 숯이나 흑연 등 자연 상태의 탄소가 약 150km 아래의 지하에서 3만 배 정도 높은 압력과 400 도의 고온에서 압축돼 천연 다이아몬드가 만들어지게 되는 것에 착안해 인공적으로 고온 고압을 가해 인공 다이아몬드를 만든 것입니다. 인체의 대부분이 탄소성분으로 구성돼 있기에 고인의 유골분 중 일 부분을 넘겨받아 열처리를 통해 불순물을 제거하고 탄소를 추출한 뒤 약 1300도의 고온에서 55GPa의 압력을 가하면 다이아몬드가 생성됩니다. 약 500g의 유골분을 3개월 간 압축하면 0.3캐럿 정도의 다이아몬드를 얻을 수 있습니다. 압축기간이 길면 길수록 다이아몬드의 크기도 커지죠. 6개월 정도 압축을 하면 1캐럿 정도의 다이아몬드도 만들 수 있습니다.” 안 사장의 설명이다. 그러나 안 사장의 설명에도 불구하고 궁금증은 계속된다. 과연 유골분으로 만든 다이아몬드는 진짜 다이아몬드와 똑같을까? “다이아몬드의 강도가 10이라고 하면 유골분 다이아몬드의 강도는 그보다 1.5배가 더 강할 정도로 다이아몬드와 차이가 없습니다. 다만 대부분의 천연 다이아몬드가 무색의 영롱한 빛을 띠는 데 비해 유골 다이아몬드는 탄소 속에 함유된 붕소성분으로 인해 약간 파란색을 띠는데, 사람이 살아온 환경에 따라 붕소의 함유량이 미세하게 차이가 나 푸른빛의 정도도 유골마다 다릅니다. 거의 흰색에 가까운 다이아몬드가 생성되는가 하면 짙은 푸른빛을 내는 다이아몬드가 생성되기도 합니다.” 안 사장이 유골 다이아몬드에 관심을 가지게 된 것은 지난 2005년. 연로하신 부모님의 장례문제가 떠올라 고민을 하다 유골 다이아몬드의 존재를 알게 됐다. “관리자가 없어 폐허가 된 묘지나 방치된 납골당을 보십시오. 이에 반해 유골 다이아몬드는 거의 영구적으로 보관이 가능합니다. 또 가까이에 두고 고인을 늘 기릴 수 있다는 장점도 있습니다. 충분히 가능성이 있다고 봤습니다.” 이 서비스의 가능성을 알아본 그는 즉시 스위스에 본사를 둔 알고르단자사에 연락을 하고 한국지사의 설립을 추진해 지난해 11월 알고르단자사와 합작으로 알고르단자코리아(www.algordanza.kr)를 설립했다. 지난 2004년부터 서비스를 시작한 스위스의 알고르단자사는 스위스 장례업협회 정식 회원으로 국가에서 인정하는 ‘스위스 메이드(SWISS MADE)’ 마크를 획득한 업체로 알고르단자코리아는 독일, 네덜란드, 일본, 프랑스, 미국 등에 이은 14번째 지사다. 알고르단자코리아는 고객으로부터 의뢰받은 유골분을 스위스 본사로 직송해 다이아몬드를 제작한다. 유골 다이아몬드를 만드는 데는 보통 성인 한 사람의 유골분의 25%에 해당하는 500g의 유골분이 필요한데, 500g의 유골분에서 추출한 탄소로 보통 0.3캐럿에서 1캐럿까지 다이아몬드 제작이 가능하다. 유골 다이아몬드는 정밀산업으로 유명한 스위스 본사에서 성분검사, 제작 등 엄격한 공정을 거쳐 제작된다. 의뢰한 유골분으로 다이아몬드가 만들어졌다는 화학 구성표와 순도, 무게, 컷, 색상 등을 표시한 보증서도 함께 제공한다. 유골 다이아몬드 제작이 완료되면 의뢰자의 주문에 따라 커팅과 연마과정을 거쳐 다이아몬드 그대로 보관함에 담아 제공하기도 하고 목걸이·반지 등으로 만들기도 한다. 또 고객의 요구에 따라 육안으로는 식별이 불가능하지만 레이저를 이용해 고인의 이름·출생일·사망일 등의 정보를 한글·영문 또는 숫자로 기록해 주기도 한다. 유골 다이아몬드 제작에 드는 비용은 대략 400만원(0.3캐럿)에서부터 2000만원(1캐럿). “스위스 본사로 유골을 보내고 다이아몬드를 받는 과정과 수입되는 귀금속에 붙는 특소세 때문에 가격이 조금 높아지긴 했지만 세상을 떠난 부모 등 사랑하는 가족을 기리기는 비용으로 400만원이 너무 과하다고 생각하지는 않습니다. 우리나라 사람들이 장례식에 치르는 비용이 평균 1000만원이 넘고 납골당을 빌리는 데도 수백만원이 넘는 돈을 씁니다. 고인에 대한 애정만 있다면 충분히 지불할 수 있는 금액이라고 생각합니다.” 실제로 유골분 다이아몬드에 대해 알려지고 언론 보도가 나가면서 여러 곳에서 문의가 오고 있다는 것이 안 사장의 말이다. 특히 이민을 간다거나 납골당의 관리가 더 이상 불가능해진 유족들이 문의를 많이 한다고 한다. “실제로 국내 납골당의 보관기간은 15년입니다. 그 후에는 어떻게 합니까. 이후에도 관리가 되면 다행이지만 그렇지 못하면 수많은 유골이 그대로 방치됩니다. 고인에 대한 애정이 있는 유족들을 중심으로 우리나라도 한 해에 400~500여 건의 수요는 충분히 있을 것으로 봅니다.” 실제로 2005년부터 서비스를 시작한 이웃 일본의 경우 가격이 우리와 비슷한 데도 한 해에 400여 건의 유골 다이아몬드 제작의뢰가 들어온다고 한다. 안 중현 사장은 올해에는 일단 유골 다이아몬드의 존재를 널리 알리는 데 주력하고 내년부터 본격적인 서비스에 나선다는 방침이다. 과연 고인의 유골로 다이아몬드를 만드는 유골 다이아몬드 서비스가 화장마저 탐탁지 않게 받아들이는 우리나라의 장례문화에서 얼마나 대중화 될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