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음사 발행ㆍ140쪽ㆍ7,000원 ●"열어 보니 그는 없더라./검은 흙 한 움큼만 그가 떠난 자리 /테로 남았더라./그는 퍼레지고 짓물러지고 /눈알은 흘러 툭 굴러가고 끝내는 /썩어 무언가의 일부(一部), /무언가의 전부(全部)를 데리고 /가 버렸더라."("개장(改葬)" 중) 시인 성윤석씨(41)가 첫시집 "극장이 너무 많은 우리 동네" 이후 11년 만에 두번째 시집 "공중묘지"(민음사)를 출간했다. 3년 전부터 용미리 서울 시립묘지에서 묘지 관리일을 하고 있는 시인은 죽음을 잔인할 정도의 적나라한 묘사로 마주한다. 인간이라면 피해갈 수 없는 "죽음"은 삶의 끝에 오는 잉여물이 아니라 인생의 연장선에 있는 것이라고 보기 때문이다. 그는 37세의 "아직 젊은" 아우가 죽었을 때마저도 "조문객들은 낄낄대며 술추렴을 했다"며 죽음의 풍경을 현실적으로 얘기한다. 죽음에 대한 두려움이 없으니 삶에 대한 집착도 없다. 그래서 자신의 삶을 냉정하게 관찰한다. 원초적인 감정을 솔직하게 드낼 수 있는 것도 마찬가지."이상하다. 나는 변태인가. /욕쟁이 할매가 해 주는 밥이 너무 맛있고 /빌어 처먹을 놈 할매가 욕할 때 울면서 먹는 밥이 땡기고 /(중략) /시인과 소설가 나부랭이들이,촌티 나는 내 얼굴을 가지고 빈정댈 때 /(지들은 잘생겼나?) /비로소 시가 떠올려지니, /나는 변태인가."("1과 8 사이엔 무엇이 있나" 중) 죽음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는 그의 "생(生)"은 사소한 것으로도 충만해진다. "아내는 또 목련 타령이냐고 눈을 흘긴다 그래도 목련,이라고만 발음해도 나는 간지럽다. 고양이 포즈로 요가에 들어가는 아내는 새로 발견한 고봉산 아래 보리밭 둔덕 위에 오롯이 서 있는 자목련의 자태에 취한 내가 미운 모양이다."("목련" 중)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