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대 2만여점까지 발굴될듯 최상급 고려청자를 가득 실은 12세기 옛 선박이 발견됐다. 문화재청 국립해양유물전시관(관장 성낙준)은 충남 태안군 근흥면 정죽리 대섬 앞바다 일대를 수중 조사한 결과, 고려청자를 다량으로 실은 채 침몰한 옛 선박 한 척을 확인했다고 24일 밝혔다. 이 지역은 지난달 말 주꾸미잡이 어선이 청자 대접과 조각 일부를 수습한 곳이다. 고려청자와 운반선 모두 이제까지 발굴된 것 중 보존 정도와 예술적ㆍ고고학적 가치가 가장 높은 것으로 평가된다. 선박이 발견된 태안 앞바다는 조석 간만의 차가 심하고 조류가 빨라 예로부터 선박 침몰 사고가 잦았던 곳이다. 선박 침몰 사고를 막기 위해 운하 굴착을 시도한 기록이 고려사와 태종실록 등에 나올 정도다. 하지만 옛 선박이 발견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2004년 군산 십이동파선을 시작으로 신안 안좌선(2005년), 안산 대부도선(2006년)에 이어 이번 발굴까지 진행됨으로써 4년 연속 해마다 고려시대 선박을 한 척씩 인양하는 진기록을 세우게 됐다. 수중 탐사 결과, 청자 운반선은 동서 방향으로 침몰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선체 잔해는 동서 7.7m, 남북 7.3m에 걸쳐 뚜렷하게 남아 있으며, 폭 40㎝ 두께 6㎝의 외판과 멍에형 가룡 부속구, 저판추정 목재 일부 그리고 가공하지 않은 원통목과 석제 닻장 등이 육안으로 확인됐다. 침몰 선박에서는 수천 점을 헤아리는 고려청자가 종횡으로 열을 이룬 채 발견됐다. 발굴한 청자는 다양한 기종ㆍ문양ㆍ유색(釉色)ㆍ번조 방법에서 약간의 차이가 있지만, 굽이나 번조받침의 형식이 유사하여 동일한 시기에 제작된 것으로 보인다. 청자는 대접과 접시가 주종을 이루지만 과형주자(오이씨 모양 주전자), 항(缸ㆍ항아리), 발(鉢ㆍ바리), 단지처럼 이전 수중 발굴에서는 확인되지 않던 다양한 종류가 발견됐다. 국립해양유물전시관은 24일 현재 유물 중 540여 점을 수습했다고 전했다. 청자류는 해저 노출로 인해 표면에 이물질이 붙어 있긴 하나 유약을 바른 상태가 매우 좋은 고급품으로 평가된다. 완도선(1983)과 십이동파선에서 나온 고려청자들이 대부분 낮은 수준의 접시나 대접이었던 점과 비교해 이번 발견에서 두드러지는 특징이다. 문양은 앵무문, 모란당초문, 철화문, 화엽문, 연판문, 어문(물고기) 등으로 다양하다. 이런 양상을 종합할 때 청자류는 12세기 중반 강진산으로 추정된다고 조사단은 말했다. 선체 안에 겹겹이 쌓여 있는 청자는 최소 6000여 점, 최대 2만여 점까지 발굴될 것으로 예상된다. 그러나 최고급품에 속하는 상감청자는 아직 발견되지 않았다. 청자 사이에서 쐐기형 목재가 발견되는 점으로 보아 군산 십이동파선과 동일하게 완충재로 짚을 채워 넣은 한편 받침용 쐐기 목재를 이용해 끈으로 묶어 청자류를 포장했음을 알 수 있다고 조사단은 전했다. 성낙준 관장은 "현재 육안으로 확인한 고려청자는 기종과 기형이 다양하고 문양, 유약, 태토(胎土), 번조(燔造)기법 등이 우수한 점으로 보아 전라도 강진에서 생산해 왕실을 비롯한 지배층을 소비자로 하는 개경을 향해 항해하다가 침몰한 것으로 추정된다"고 말했다. 윤용이 문화재위원은 "부장을 목적으로 특별 제작된 왕릉 출토 국보에는 미치지 못하지만 생활도기로는 최고 수준"이라고 평가했다. 유홍준 문화재청장은 "이제껏 공백으로 남아 있던 고려청자 최전성기인 12세기 중반의 최상품 생활자기들이 발굴됐다는 데 큰 의의가 있다"고 평가했다. 청자 운반선의 규모도 눈길을 끈다. 최항순 서울대 교수(조선해양공학과)는 "현재 남아 있는 배 폭으로 미루어 배의 당초 길이가 20m에 달했던 것으로 추정된다"며 "이는 길이 약 10m였던 다른 고려청자 운반선의 두 배에 달하는 규모로 국내 청자 운반선 중 최대"라고 말했다. 24일 태안군청에서 인양된 고려청자를 공개한 문화재청은 "향후 본격적인 수중 발굴 조사가 이뤄지면 군산 비안도, 십이동파도, 야미도 등의 유물과 함께 고려청자의 생산과 유통을 살펴볼 수 있는 귀중한 연구자료를 얻을 수 있을 것"이라며 "전통 한선의 조선 기술과 발달사 연구에 큰 기여를 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문화재청은 선박 인양 등 본격 발굴을 위해 인근 해역에 대한 중요문화재(사적) 가지정을 하는 한편 경찰과 해경 등 관계기관에 현장 보호를 위한 감시ㆍ경계를 요청해 놓은 상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