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월1일부터 지방자치단체 공직자를 대상으로 주민소환 서명이 법적으로 가능해진다. 이미 일부 지방자치단체는 화장장을 비롯한 기반시설과 군사시설 설치안을 놓고 주민과 자치단체장 간에 긴장이 흐르는 곳도 있다고 한다. 그런데 주민소환제는 과거 자치단체장이 선거법과 다른 법률을 위반해 수감중인데도 교도소 결재를 하거나, 위법행위가 밝혀져도 대법원의 최종판결 때까지 지방의원들이 현직을 유지하는 모순을 고치려는 제도다. 이러한 순기능은 좋은 제도임이 분명하다. 문제는 순기능 못지않게 역기능이 발생할 우려가 너무 많을 뿐만 아니라, 그 가운데서도 주민소환의 핵심인 청구사유 규정이 없어 무제한 청구가 가능하다는 점이다. 그 결과 단 한 번의 투표로 어렵게 선출한 공직자가 일단 옷을 벗어야 하고, 또다시 선출하는 것이 쉬운 일도 아니다. 청구가 무제한으로 허용되면 주민을 위한 새로운 정책 개발과 소신행정은 실종될 것이고, 선거공약으로 제시한 사업들도 휴지가 될 수 있다. 이런 점을 감안하여 당초의 의원발의 법안에는 ‘법령을 위반하거나 직무를 유기한 경우’ 등의 청구사유를 두었으나 국회 심의 과정에서 삭제됐다. ‘소환제도 자체가 정치적 책임을 추궁하는 제도로 그 사유를 제한하지 않아야 한다’는 의견에다 ‘직무유기와 직권남용 등의 위법 판단은 법원에 맡겨야 한다’는 결론이 내려졌기 때문이다. 주민소환제도의 문제점을 살펴보자. 첫째, 같은 공직선거법에 의해 정당 공천으로 선출된 국회의원과의 형평성 상실이다. 둘째, 국민은 재판을 받을 권리가 있고 판결이 나기까지는 무죄로 추정된다는 원칙에 위배된다. 소명은 500자 이내의 서면으로만 가능하고 일단 공직에서 물러난 이후에야 소송을 제기할 수 있다. 셋째, 감사원법과 지방자치법 등에 규정된 기존의 감사제도를 무력화시킨다. 넷째, 입법으로 정하면 간단한 데도 수많은 갈등을 양산한 다음 그 처리를 사법부와 국민의 부담으로 떠넘기는 무책임하고 성급한 입법으로 비칠 수 있다. 또한 주민소환법이 공포되자마자 청구사유를 포함하는 법률 개정안이 의원발의로 또 제출되어 계류중인 점도 예사롭지가 않다. 국회가 떳떳하다면 지난 1년 안에 개정안을 심의하여 입장을 정리했어야 한다. 그럼에도 국회는 지금까지 방치하고 있다. 헌법 제40조 ‘입법권은 국회에 속한다’의 입법 전속권 규정은 국회 마음대로 입법을 하는 게 아니고 국민이 알기 쉽고 공정하며, 시행 가능한 법을 제때에, 충분히 공급하는 의무도 따른다는 점을 유의해야 한다. 만일 국회가 개정안 심의를 지체하고, 이 법 시행으로 인한 부작용이 예상보다 크게 나타나면 그 원성은 국회와 정부로 향할 수밖에 없음은 자명하다. 이런 문제점을 해소하려면 청구사유에 포함할 사항과 제외사항을 분명히해야 한다. 직무유기와 위법사항은 당연히 포함하되, 헌법에 정한 국민의 의무사항, 선거공약사항, 주민생활에 필요한 법정 기반시설의 설치 사항은 제외해야 한다. 다만 적정 수요를 넘는 다른 목적이 있다면 이는 주민의 판단을 받아야 할 것이다. 지방의회 의원의 실수당액을 지방의회가 정하도록 한 것처럼 청구사유의 일부분을 조례로 정하여 스스로 책임지게 한다면 지방자치 정신에 맞고 실익도 있게 된다. 지방정치를 수백 년 익혀 온 외국의 제도를 성급히 도입하기보다는 지방분권을 국정지표로 하면서도 아직 시험단계를 벗어나지 못한 우리의 자치 수준을 고려하여 우리에게 맡는 제도를 도입하는 것이 더 시급하지 않겠는가. 국회와 정부가 어떻게 처리할지 지켜볼 일이다. [[전기성 / 한양대 행정자치대학원 겸임교수, 한국지방자치학회 고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