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최고의 장수국가 일본이 노인인구 증가에 맞춰 상속과 연금 등 관련 법과 제도를 손질하는 작업을 본격화하고 있다. 일본은 이미 2007년에 초고령사회(65세 이상 인구가 총인구에서 차지하는 비율이 20% 이상)로 진입해 세계 어느 나라보다 먼저 노인국가의 고민과 마주하고 있다. 일본 정부가 정비 중인 중장기 고령정책 지침 ‘고령사회대책 대강’에 따르면 공적연금을 받기 시작하는 연령이 현행 ‘70세까지’에서 ‘70세 이후’로 늦춰진다. 일본의 공적연금 수급 개시일은 지금까지 65세가 원칙으로 본인의 선택에 따라 60∼70세에서 당겨 받거나 늦출 수 있었다. 이를 70세 이후로 늦추면 매달 받는 연금 액수는 그만큼 커지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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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정부는 아울러 60세 이상 고령자의 취업률을 끌어올려 ‘고령자 취업 촉진’과 ‘연금 고갈 지연’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겠다는 생각이다. 고령자 취업과 관련해 부업과 겸업의 보급을 촉진하고, 창업 의욕을 가진 고령자에게 자금 조달을 지원한다는 내용이 지침에 담겼다. 이 같은 노력을 통해 2016년 63.6%였던 60∼64세 취업률을 2020년 67%까지 올리겠다는 수치 목표도 제시했다. 지침은 “65세 이상을 일률적으로 고령자라 보는 것은 현실에 맞지 않다”며 “모든 연령대가 희망에 따라 의욕과 능력을 살려 활약할 수 있는 ‘늙지 않는(ageless)’ 사회를 지향한다”고 취지를 밝혔다.
고령 암환자 치료는 ‘삶의 질’을 중시하는 방향으로 전환될 것으로 보인다. 지침은 고령 암환자의 경우 항암제 치료가 삶의 질을 떨어뜨릴 수 있고 수술도 일정한 체력이 필요하다고 설명하고 있어 고통을 덜어주는 완화 치료 강화가 대안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건강상의 문제가 없는 상태에서 일상생활을 보내는 기간을 나타내는 ‘건강수명’도 더 늘리기로 했다. 2014년 남성 71.19세, 여성 74.21세였던 건강수명을 2020년에 1세 이상, 2025년에 2세 이상 늘린다는 계획이다. 간병 문제에 적극 대처하기 위해 간병 직원 수를 183만 명(2016년)에서 231만 명(2020년 이후)으로 늘리는 것을 목표로 세웠다. 또한 2015년 24억7000만 엔이었던 로봇 간병기기 시장 규모를 2020년까지 500억 엔으로 확대하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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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속관련법도 38년 만에 크게 바뀐다. 법무성 법제심의회는 유산 분할 때 남겨진 배우자를 우대하는 방향으로 고친 민법개정안을 정부에 제출했다고 17일 일본 언론이 전했다. 개정안에 따르면 남겨진 배우자에게 고인 소유의 주택에서 계속 살 수 있는 ‘거주권’을 보장하고 고인이 사망 전 배우자에게 증여한 주택은 유산 분할 대상에서 제외된다. 현행 민법에서는 유산은 고인의 동산 부동산을 합쳐 상속인(배우자 및 자녀)에게 균등 분할되도록 돼 있어 배우자가 살던 집을 잃는 경우가 적지 않았다. 또 배우자가 재산 분할 전 고인의 예금을 생활비 등으로 인출할 수 있도록 하고, 간병에 애쓴 친인척에게도 일정 부분 유산을 청구할 권리를 인정하는 등 고령자들이 노후에 안정된 생활을 할 수 있도록 배려했다. [츨처 : 동아일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