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종을 앞둔 환자가 존엄하게 생을 마감할 수 있게 하는 '호스피스·완화의료 및 임종과정에 있는 환자의 연명의료결정에 관한 법률'(연명의료결정법)이 넉 달 후 시행되는 가운데 죽음을 바라보는 생각 및 태도가 정신건강에 영향을 끼친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윤영호 서울대병원 암통합케어센터 교수팀은 작년 암 환자 1천1명·환자 가족 1천6명·일반인 1천241명·의사 928명 등 4천176명을 대상으로 시행한 죽음 인식에 대한 설문조사 결과를 13일 발표했다. 연구진은 조사 대상자를 비(非)의사 그룹과 의사 그룹으로 구분한 후 ▲ 죽음과 함께 삶은 끝이다 ▲ 죽음은 고통스럽고 두렵다 ▲ 사후세계가 있다 ▲ 관용을 베풀며 남은 삶을 살아야 한다 ▲ 죽음은 고통이 아닌 삶의 완성으로 기억돼야 한다 등의 문항을 제시했다.
먼저 '죽음과 함께 삶은 끝이다'라는 문항에는 비의사 그룹(75.2%)이 의사 그룹(63.4%)보다 약 12% 정도 더 많이 "동의한다"는 뜻을 밝혔다. '죽음은 고통스럽고 두렵다'는 문항의 경우 비의사 그룹 58.3%, 의사 그룹 45.6%가 "그렇다"고 답했다. 이에 대해 연구진은 의사들이 일반인보다 사망 사례를 자주 목격하기 때문에 죽음을 더 자연스럽게 받아들이는 것으로 추정했다. '사후세계가 있다'는 문항에는 비의사 그룹 54.6%, 의사 그룹 47.6%가 "그렇다"고 말했다. 또 '관용을 베풀며 남은 삶을 살아야 한다'(비의사 그룹 89.8%·의사 그룹 93%)와 '죽음은 고통이 아닌 삶의 완성으로 기억돼야 한다'(비의사 그룹 90%·의사 그룹 94.1%)는 문항의 경우 조사 대상자 대부분이 "동의한다"고 답변했다.
특히 연구진은 추가 분석을 해보니 이런 죽음에 대한 태도가 정신건강상태와 연관이 있었다고 밝혔다. '죽음은 삶의 끝이고, 죽음은 고통스럽고 두렵다'고 말한 응답자는 그렇지 않은 사람보다 정신건강상태가 1.2~1.4배 좋지 않았다는 게 연구진의 설명이다. 윤영호 교수는 "의료진이 적절한 개입을 통해 환자의 죽음에 대한 태도를 긍정적으로 바꿀 필요가 있다"며 "또 연명의료에 관한 환자의 의사를 존중하는 사회 분위기를 조성하기 위해 우리 사회도 '웰다잉'에 대한 본격적인 논의를 시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번 연구결과는 국제학술지 '세계 건강과학'(Global Journal of Health Science) 최신호에 게재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