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동안 예능 프로그램은 다양한 콘텐츠들을 끌고 왔다. 시청자들에게 가벼운 웃음을 줄 수 있는 코미디부터 야외로 나가는 버라이어티. 나아가 요리, 음악 등 다양한 분야에 걸쳐서 예능의 소재로 끌어왔다. 심지어 가상 결혼까지도 예능 콘텐츠로 소비되어 왔다. 하지만 그 동안 불문율처럼 건들이지 않았던 것이 있다. 바로 죽음이다. 사실 예능 문법에서 죽음을 풀기란 쉽지 않다. 자칫 죽음을 너무 가볍게 풀어내 시청자들의 반감을 살 수 도 있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다른 어떤 분야보다도 죽음은 예능이 건드릴 수 없는 불가침의 소재였다. 그러나 시대가 바뀌었다. 잘 먹고 잘 살자는 ‘웰빙’을 외치는 시대에서 이제는 잘 죽자는 ‘웰다잉’의 시대가 온 것이다. 물론 사회 인구 구조의 변화가 주요했다. 인간의 기대 수명 증가로 인해 노년층의 구성비가 높아졌으며 은퇴 이후에도 많은 시간을 무기력하게 보내게 됐다. 그렇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잘’ 삶을 정리하고 ‘자연스럽게’ 죽음을 준비하는 것에 관심 집중될 수 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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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음’에 대한 대중이 인식하는 무게의 변화가 예능 프로그램에서도 ‘죽음’을 다루는 것에 대한 반발감을 줄여주는 역할을 했다. 물론 예능적 문법 안에서 죽음을 다루는 방식은 기존의 ‘웰다잉’의 개념과는 차이가 있다. 사실 ‘48시간’은 ‘웰다잉’을 보여주지만 프로그램을 시청하는 젊은 시청자들에게 ‘웰빙’을 다시 한 번 생각하게끔 한다. 어찌 보면 ‘48시간’은 후회와 미련에 대한 인간의 감정을 자극하는 프로그램이다. 자신의 인생 마지막에 선 인간이 어떤 후회와 미련을 갖게 되는 지를, 그리고 과거의 어느 지점을 돌이키며 그리워하는 지를 보여준다. 이러한 방식을 통해 ‘웰다잉’이 아닌 지금 현재의 소중함을 다시금 깨우치게 한다.
그러나 시각을 달리해 보면 장례식에서 ‘호상’이라는 말을 사용한다. 별다른 병치레 없이 오래 산 사람이 세상을 떠날 때 하는 말이다. 하지만 웹툰 ‘그대를 사랑합니다’에서 김만석은 “사람이 죽었는데 그게 어떻게 잘 죽은 거란 말이야”라는 말을 한다. ‘48시간’ 역시 ‘호상’을 이야기하지만 ‘그대를 사랑합니다’의 김만석처럼 받아들일 수 있음을 기억해야 한다. ‘웰다잉’, ‘잘 죽는다’라는 말이 가벼이 다룰 수 있을 만큼 소재 자체가 지는 무게감이 크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