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5.04 (토)

  • 흐림동두천 1.0℃
  • 흐림강릉 1.3℃
  • 서울 3.2℃
  • 대전 3.3℃
  • 대구 6.8℃
  • 울산 6.6℃
  • 광주 8.3℃
  • 부산 7.7℃
  • 흐림고창 6.7℃
  • 흐림제주 10.7℃
  • 흐림강화 2.2℃
  • 흐림보은 3.2℃
  • 흐림금산 4.4℃
  • 흐림강진군 8.7℃
  • 흐림경주시 6.7℃
  • 흐림거제 8.0℃
기상청 제공

웰다잉

‘웰다잉’의 완성은 '작은 장례'

"당하는 죽음 아닌 맞이하는 죽음" 의 핵심은 스스로가 죽음준비의 주인공이 되는 것이다. 허례허식을 타파하고 검소하고 의미있는 마무리를 하자는 것이다. 결국은 '작은 장례'가 본래의 모습이다. 이에 대한 주간조선 기사를 소개한다. [편집자-주]
------------------------------------------------------------------------------------------------------------------------------

얼마 전 80대 노모를 떠나 보낸 한우종씨의 얘기를 들어보자. 노모의 갑작스러운 죽음을 슬퍼할 겨를도 없이, 한씨는 정신없이 장례 준비를 해야 했다. 빈소를 정하는 것부터 문제였다. 직원 5명의 작은 사업체이기는 하지만, 그래도 한씨를 문상하는 조문객이 많았다. 대학병원에서 가장 저렴한 빈소를 예약하려 하니 100㎡(약 30평) 빈소를 빌리는 데는 시간당 2만원이 들었다. 3일장을 치르는 데 빈소 대여비만 144만원 이상 들었다.
  
   시신을 모실 관이나 수의(壽衣)를 정하는 데도 만만치 않은 돈이 들었다. 가장 저렴한 오동나무관은 13만원이었지만 “그래도 마지막 가시는 길인데”라는 생각이 들어 고급스러운 26만원짜리 관을 택했다. 수의 역시 혼방직물로 만든 가장 저렴한 15만원짜리보다 40만원짜리 국산 수의를 선택했다. 빈소 장식은 아예 기본이 30만원부터 시작했다. “하지만 기본 장식이라는 건 영정사진 주위만 겨우 장식해둔 것이더군요. 결국 70만원짜리 꽃 장식을 선택했습니다.” 조의를 표하러 오는 손님들이 밥을 먹든 안 먹든, 자리에 앉기만 하면 2만2000원씩 밥값이 들었다. “수육 몇 점에 육개장 한 그릇이 그렇게 비싼가 싶었지만 선택의 여지가 없었습니다.” 염습료에 입관 부속품을 사는 것, 시신을 화장장으로 운구할 차량 대절비까지 3일간 쓴 돈은 총 952만원이었다.
  
.
   보건사회연구원의 2011년 자료에 따르면 우리나라 평균 장례 비용은 1200만원이다. 장례 비용은 이른바 허례허식의 대표적 사례로 꼽히곤 하지만 비용을 줄이자는 주장을 하기가 쉽지 않다. 최근 몇 년 사이 장례 비용을 줄인 저렴한 장례식장도 속속 등장하고 있지만, 저소득층과 갑작스러운 상(喪)으로 장례 준비를 전혀 하지 못한 사람들을 중심으로만 수요가 발생하고 있다. 사회 전체의 장례 비용을 줄이는 데까지 이르지 못하는 것이다.
  
   그 이유로는 유교문화적 배경을 들 수 있다. 대개 부모가 죽고 나면 남은 자녀들은 ‘불효자’가 된다. 마지막 효(孝)를 다하는 방법은 지극히 장례를 치르는 방식이다. 예전처럼 묘 옆에 움막을 짓고 3년상을 치를 수 없다면 ‘마지막 길’이라도 소박하지 않게 치르게 해야 한다는 생각이 깔려 있기 때문이다. 여기에 장례식은 단순히 고인을 추모하는 자리가 아니다. 사회적 관계를 돈독하게 하고, 남은 가족의 사회적 지위를 드러내는 장(場)이기도 하다. 안팎의 시선 때문에라도 남은 가족들이 장례 비용을 쉽사리 줄이기는 쉽지 않다.
   
   친환경적이고 선택 가능한 죽음
  
   이제는 바뀌어야 한다는 분위기가 형성되고 있다. 시작은 웰다잉(Well-dying·아름다운 마무리)운동에서다. 누구나 맞아야 할 죽음을 피하거나 없는 일처럼 대하지 않고, 말 그대로 ‘잘 죽기’ 위해 죽음을 공부하고 준비하는 게 요즘 추세다. 여기에는 자신의 존엄성을 해치지 않게 무의미한 연명치료를 하지 않기를 원하는 것도 포함돼 있다.
  
   장례문화를 바꾸어야 한다는 주장도 이런 웰다잉운동과 같은 맥락에 있다. 단순히 비용을 줄이는 것만이 아니라 자신의 신념과 평소 행동에 따라 장례식을 선택하자는 것이다. 예를 들자면 수의를 입지 않거나 검소한 수의를 입는 것이다. 2014년 연말 세상을 떠난 배우 김자옥은 죽기 전 수의 대신 평소에 즐겨 입던 한복을 입고 싶다는 유언을 남겼고, 남편 오승룡은 유언을 따랐다.
  
   .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2014년 기준으로 78.8%가 화장장(火葬葬)을 선택할 만큼 화장문화가 자리 잡았다. 매장이 보편적일 때야 수의는 고인과 함께 오랫동안 남아 있는 것이었지만, 3일장을 치르면 곧바로 화장하는 요즘은 그렇지 않다. 단 3일만 고인을 감싸고 있을 옷에 적게는 수십만원 많게는 수백만원을 들이는 것이다. 대신 자신이 평소 아끼던 옷, 입고 싶었던 옷을 미리 준비해두고 그 옷을 입고 죽음을 맞이하고 싶다고 선언하는 사람이 늘고 있다. 실제로 얼마 전 남편과 함께 복지센터에서 진행하는 ‘유언장 쓰기’ 프로그램에 참석했던 경남 김해의 정영희씨는 “장남이 결혼할 때 입었던 한복을 수의 대신 입혀달라”고 유언장에 적었다. “마흔 가깝도록 결혼 못하던 아들이 결혼하던 날, 정말 행복했거든요. 비싸기만 하고 의미 없는 수의 대신 제 추억이 묻어 있는 옷을 입고 죽고 싶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꽃 장식도 마찬가지다. 대개 유가족은 고인을 추모하는 마음에서 보다 화려한 장식을 준비하지만, 먼저 선택할 수 있는 방법도 있다. 지난 4월 5일 별세한 고(故) 임대홍 대상그룹 창업회장의 장례식은 화환을 생략하는 방식으로 치러졌다. 평소 검소한 것으로 알려진 고인의 뜻을 가족들이 따른 것이다.
  
   나무 관(棺) 하나를 만드는 데도 나무 7~12그루가 든다. 대개 값비싼 관은 향나무, 소나무 등 귀한 목재로 만들어지는데 예전처럼 오래 매장하는 것이 아니라 3일 뒤에 태워지는 것이 대부분이다. 이들 관이 탈 때 나오는 유독가스도 문제다. 아까운 목재 자원을 낭비하고, 오염물질까지 배출하는 지금의 장례 방식 말고, 비교적 자원이 적게 드는 종이관을 쓰는 등 친환경적인 장례 방식을 고민하는 것도 작은 장례의 실천 방법 중 하나다.
  
   장례 기간도 조정되려는 움직임이 보인다. 서울의료원이 지난해 연말 밝힌 바에 따르면 전체 장례 중 2일장이 차지하는 비율은 2014년 11.3%로 꾸준히 늘어났다. 대개 짝수로는 장례를 치르지 않는 것이라는 생각이 퍼져 있지만 3일장은 유가족들의 모든 일상생활을 방해하고, 빠르게 변화하는 사회 현실에도 맞지 않는다는 생각이 확산되고 있다. 지난 1월 조모의 장례를 치른 회계사 이명희씨가 그랬다. “보통 조부모상은 3일 휴가를 받는데, 이틀은 장례를 치르는 데 쓰고 마지막 하루는 손자손녀들까지 모두 모여 할머니가 자주 가시던 냉면집에서 식사를 했어요. 저희가 괜히 하루 더 밤새우며 몸을 축내는 것보다 이런 방식을 더 좋아하실 거라고 확신하고 있습니다.”
   .
   핵심은 본인의 의지
  
   이른바 ‘작은 장례’를 치르자는 분위기가 확실히 나타나고 있다. 그러나 변화가 실제로 일어나려면 죽음을 준비하는 본인의 의지가 있어야 한다. 변성식 한국골든에이지포럼 전문위원의 얘기를 들어보자. “수의를 검소하게 하고, 관을 종이관으로 하고, 비용을 줄이고 합리적으로 장례를 치르자는 얘기를 하면 거의 대부분이 고개를 끄덕입니다. 그러나 꼭 듣는 얘기가 있습니다. ‘저는 그렇게 하고 싶지만, 차마 자식된 도리로 아버지에게 저렴한 수의를 입힐 수는 없어요.’ 맞습니다. 작은 장례는 자식이 결정하는 게 아니라 부모가 결정하는 것이어야 합니다.”
  
   장기기증을 하고 연명치료를 거부하는 것처럼 스스로 어떤 죽음을 맞을 것인지 생각해 본 사람이라면 자신의 장례 방식에 대해 미리 의사를 표현해 둘 수 있다. 서울 서대문구에서 지난 3월부터 시작한 ‘작은 장례 문화 확산 운동’이 대표적 사례다. 서대문구는 최근 사회복지시설 등을 중심으로 장례문화 인식 개선을 위한 강연을 펼치며 ‘뜻 깊은 작은 장례 실천 서약서’를 받고 있다.
  
   서약서에는 ‘나를 위한 여러 장례의식과 절차가 내가 바라는 형식대로 치러지기를 원해 나의 뜻을 알리고자 이 서약서를 작성합니다’라는 문구가 있다. 그리고 각 장례 절차별로 원하는 방식을 표기할 수 있다. 수의의 경우 ‘평소에 즐겨 입던 옷으로 대신해 주기 바랍니다’나 ‘검소한 수의를 선택하여 주기를 바랍니다’ 중에 선택할 수 있다. 매장 방식부터 장례 기간, 장례 방식에까지 자신의 인생을 돌이켜보고 바라는 방식으로 마지막 인사를 할 수 있게 준비하는 것이다.
  
   문제는 본인과 가족들이 작은 장례를 치르고 싶어도 장례식장, 상조회사 등 업체의 압박과 주변의 시선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는 점이다. 변성식 전문위원은 “궁극적으로는 정부와 지자체가 나서 관련 업체들의 협력을 이끌어내야 한다”며 “결혼식처럼 장례식도 삶의 연장선에서 자신과 가족의 평소 생활 방식대로 선택할 수 있는 문제라는 의식이 생겨나야 한다”고 말했다.  [출처 : 주간조선]


배너

포토뉴스


태교만큼 중요한 죽음준비 -김영심 웰다잉전문강사 임신 10달동안 태명에서부터 음식, 음악, 독서, 태담, 동화, 영어와 수학으로 학습태교까지 하고 있다. 태어날 아기를 위해 정성스럽게 최선을 다해 태아교육을 하고 있다. 탄생만큼 중요한 죽음은 어떻게 하고 있는지? 묻고 싶다. 보건소나 노인대학 강의시 죽음준비를 하고 계신가요?라고 물으면 “나는 죽음준비 다 해놓았어요.”라고 대답을 하시는 분이 계신다. 어떻게 하셨느냐?고 물으니 윤달이 있어서 수의를 해 놓았고 영정사진도 찍었다고 하신다. 결국 수의와 영정사진만이 죽음준비를 대신하고 있다. 죽음준비 강의 후에 ‘내가 죽는다는 것은 생각을 안 해봤는데 죽는다고 생각하니 서글프다’ ‘죽음에 대해 막연히 두려웠는데 오늘 강의를 듣고 나니 오히려 편안해지네요.’ ‘사는동안 잘살고 죽음도 잘 받아 들여야겠어요.’ ‘확 깨게 만들어 주셔서 감사해요’ ‘집에 가서 자식들하고 나의 죽음에 대한 이야기를 해야겠네요’ ‘이런 강의 처음 들었어요’ ‘죽음에 대해 생각하고 준비해야한다는 생각을 갖게 되어 좋은 시간이었어요.’ 등 긍정적인 피드백을 주셔서 감사하고 있다. 처음에는 학장님이 ‘죽음을 눈앞에 두고 있는 사람들에게 죽음 이야기는 하지 마세요’라며 못을 박으며 ‘신나고

발행인 칼럼

더보기
[칼럼] 상조단체 상조협회 이야기
조직이란 소속된 구성원들의 친목과 함께 공동 발전을 위한 네트워크란 점이 핵심 존재이유라고 할 수 있다. 한국상조산업계도 2021년을 기점으로 비영리 공인 단체를 가지게 되었다. 비록전국적인 단일조직은 아니지만 어쨋든 공식 '사단법인'이란 점에서 의미있는 발전이다. 한국상조산업협회는 설립 허가를 받은 후 박헌준 회장 이름으로 “공식적인 허가 단체로 거듭난 협회는 회원사와 더불어 장례문화발전과 상조업계 발전을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는 입장을 표시했다. 기자는 관련 기사에서 경험에서 우러나는 희망사항을 곁들였다. 40년의 역사를 가진 한국상조산업의 문제점은 원래의 본향이었던 상부상조, 아름다운 품앗이의 핵심, 장례문화를 제대로 발전시킬 수있느냐 하는 것이다. 그렇다는 것은 의례서비스의 근본을 떠나 소위 결합상품 내지는 의례와 거리가 먼 라이프서비스로 주업태를 변경시켜 가며 이윤을 추구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상조고객의 대부분이 미래 장례를 목적으로 가입한 것이라면 상조산업 발전과 장례문화 발전이 동일한 의미를 가져 주었으면 하는 것이다. 지난 12월 24일자로 공정위의 허가를 받은 '사단법인 한국상조산업협회'가 설립목적으로 명시한 "상조산업의 건전한 발전과 소

해외 CEO 칼럼 & 인터뷰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