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4.23 (화)

  • 흐림동두천 1.0℃
  • 흐림강릉 1.3℃
  • 서울 3.2℃
  • 대전 3.3℃
  • 대구 6.8℃
  • 울산 6.6℃
  • 광주 8.3℃
  • 부산 7.7℃
  • 흐림고창 6.7℃
  • 흐림제주 10.7℃
  • 흐림강화 2.2℃
  • 흐림보은 3.2℃
  • 흐림금산 4.4℃
  • 흐림강진군 8.7℃
  • 흐림경주시 6.7℃
  • 흐림거제 8.0℃
기상청 제공

한국인 '죽음의質' 끌어올릴 웰다잉 법안들

서울대병원 암 병동이나 중환자실에 가면 언제나 마음이 저릿해진다. 환자들의 간절한 표정을 보면 나도 모르게 그분들이 모두 완쾌하길 기도하게 된다. 그러나 신(神)이 그 기도를 다 들어주지는 못한다. 우리는 누구나 언젠가 죽는다. 그렇다면 삶만큼 죽음도 편안해야 한다. 안타깝게도 우리나라는 그렇지 못하다. 어느 순간이 되면 사람을 살리기 위한 CT·MRI·PET 같은 값비싼 검사와 치료가 오히려 고통만 키우는 말기 단계가 온다. 죽음의 고통을 다스리면서 가족과 하고 싶은 얘기도 하고 지난 생(生)을 정리하고 가는 게 행복할까, 아니면 중환자실에서 인공호흡기를 달고 의식 불명 상태로 지내다 운명하는 게 행복할까. 심지어 일부 병원의 중환자실에선 말기 암 환자에게 심폐소생술을 하는 경우도 있다. 정말 그 환자가 살아날 거라고 생각해서가 아니다. 환자 가족에게 소송을 당할까 봐 그렇게 한다. 과거 보라매병원 의료진이 죽어가는 환자의 인공호흡기를 떼줬다가 유죄판결을 받은 뒤로 생긴 악습(惡習)이다. 이 때문에 한편에선 고비용 치료를 감당하지 못해 현대판 고려장이 만연하고, 환자와 가족이 자살하는 일마저 벌어진다. 다른 한편에서는 중환자실에 누워 유언 한마디 제대로 못 하고 가는 사람이 생긴다. 과장해서 말하면 한국인 절반은 방치된 상태로 삶의 마지막 순간을 맞고, 나머지 절반은 과도한 연명 의료로 비참하게 죽은 뒤 화려한 장례식장으로 옮겨진다. 영국 이코노미스트 연구소가 '죽음의 질(質)'을 조사했을 때 한국이 조사 대상 40개국 중 32위였던 이유가 여기 있다.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지난 5월 국회에서 김재원 의원(새누리당)이 주관한 '연명 의료 결정에 관한 법' 공청회가 있었다. 그에 앞서 김세연 의원(새누리당)이 '호스피스-완화의료에 관한 법안'도 발의했다. 정갑윤 국회 부의장(새누리당)과 원혜영 의원(새정치민주연합)이 공동 대표를 맡은 '웰다잉 문화 조성을 위한 국회의원 모임'에 여야 의원 37명이 들어왔다. 김춘진 의원(새정치민주연합), 이명수 의원(새누리당), 김제식 의원(새누리당)도 호스피스를 활성화하기 위한 '암 관리법' 개정안을 제출했다. 여야 구분 없이 과거 어느 때보다 공감대가 널리 퍼져 있는 상태다. 문제는 이번에도 '공감대 형성'에만 그치고 실제적 성과가 나타나지 않을 수 있다는 점이다. 웰다잉이 중요한 이슈라는 데는 누구나 공감하지만 실제로 법을 만들고 제도를 다듬는 순간이 되면 국회도 정부도 '후순위'로 밀어버리곤 한다. 가령 정부는 7월부터 말기 암 환자의 고통을 덜어주는 '완화 의료'에 대해 건강보험 혜택을 주기로 했다. 이만해도 큰 진전인지 모른다. 하지만 웰다잉 운동을 펼치는 처지에서는 말기 환자들이 이용할 수 있는 호스피스 기관이 턱없이 부족해 이용할 수 없는 현실을 외면하는 정부를 비판하지 않을 수 없다. 정부는 2002년 "호스피스 병상을 2500개로 늘리겠다"는 목표를 발표했다. 10년이 흘러도 목표 달성이 요원하자 2년 전 "2020년까지 1400병상을 확보하겠다"고 목표를 낮춰 잡았다. 지금도 정부는 1400병상을 확보하겠다는 목표만 있고, 그 목표를 이룰 예산은 확보하지 못한 상태다. 매번 말만 하고 실천은 안 하는데, 책임지는 장관이 아무도 없는 걸 보면 앞으로는 정부가 5년마다 5개년 계획을 세우고, 해마다 실적을 국회에 보고하도록 의무화하지 않으면 안 된다.


우리 정부의 근본적 문제는 건강보험 수가를 따지는 수준을 넘어 그 이상의 '빅 플랜'을 세울 생각을 못 한다는 점이다. 호스피스가 뭔지 아무런 정보도 없이 항암 치료만 하다가 어느 날 갑자기 병원에서 "더 이상 안 되니까 호스피스로 가보라"는 얘기를 들으면 누구나 "죽으라는 소리냐"고 오해하고 절망하지 않을 수 없다. 선진국에서는 암 환자가 암 진단을 받을 때부터 항암 치료에 대한 정보와 호스피스에 대한 정보를 폭넓고 다양하게 제공한다. 우리도 그들처럼 사전 의료 계획을 제도화해야 한다. '빅 플랜'을 세우고 나면 그걸 채울 디테일은 충분히 있다. 상급 종합병원의 화려한 장례식장을 의무적으로 호스피스 센터로 만들도록 해야 한다. 취약 계층의 간병 부담을 덜고 '웰다잉 문화 운동'을 담당할 공익 재단도 만들어야 한다. 여기 들어가는 돈은 담뱃값 인상으로 늘어나는 건강증진기금과 건강보험료, 정부 지원금 등으로 마련할 수 있다. 현재 국회에 제출된 관련 법안에 이런 내용이 촘촘하게 들어 있다. 여야의 관심과 실행이 필요할 뿐이다. 동력이 필요하다. 박근혜 대통령이 "국민 여러분의 마지막을 제가 챙기겠다"고 한 말씀 해주시면 좋겠다. 그래야 나라가 움직일 것 같다.   - 윤영호 서울대 의대 교수 [조선일보]




배너

포토뉴스


태교만큼 중요한 죽음준비 -김영심 웰다잉전문강사 임신 10달동안 태명에서부터 음식, 음악, 독서, 태담, 동화, 영어와 수학으로 학습태교까지 하고 있다. 태어날 아기를 위해 정성스럽게 최선을 다해 태아교육을 하고 있다. 탄생만큼 중요한 죽음은 어떻게 하고 있는지? 묻고 싶다. 보건소나 노인대학 강의시 죽음준비를 하고 계신가요?라고 물으면 “나는 죽음준비 다 해놓았어요.”라고 대답을 하시는 분이 계신다. 어떻게 하셨느냐?고 물으니 윤달이 있어서 수의를 해 놓았고 영정사진도 찍었다고 하신다. 결국 수의와 영정사진만이 죽음준비를 대신하고 있다. 죽음준비 강의 후에 ‘내가 죽는다는 것은 생각을 안 해봤는데 죽는다고 생각하니 서글프다’ ‘죽음에 대해 막연히 두려웠는데 오늘 강의를 듣고 나니 오히려 편안해지네요.’ ‘사는동안 잘살고 죽음도 잘 받아 들여야겠어요.’ ‘확 깨게 만들어 주셔서 감사해요’ ‘집에 가서 자식들하고 나의 죽음에 대한 이야기를 해야겠네요’ ‘이런 강의 처음 들었어요’ ‘죽음에 대해 생각하고 준비해야한다는 생각을 갖게 되어 좋은 시간이었어요.’ 등 긍정적인 피드백을 주셔서 감사하고 있다. 처음에는 학장님이 ‘죽음을 눈앞에 두고 있는 사람들에게 죽음 이야기는 하지 마세요’라며 못을 박으며 ‘신나고

발행인 칼럼

더보기
[칼럼] 상조단체 상조협회 이야기
조직이란 소속된 구성원들의 친목과 함께 공동 발전을 위한 네트워크란 점이 핵심 존재이유라고 할 수 있다. 한국상조산업계도 2021년을 기점으로 비영리 공인 단체를 가지게 되었다. 비록전국적인 단일조직은 아니지만 어쨋든 공식 '사단법인'이란 점에서 의미있는 발전이다. 한국상조산업협회는 설립 허가를 받은 후 박헌준 회장 이름으로 “공식적인 허가 단체로 거듭난 협회는 회원사와 더불어 장례문화발전과 상조업계 발전을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는 입장을 표시했다. 기자는 관련 기사에서 경험에서 우러나는 희망사항을 곁들였다. 40년의 역사를 가진 한국상조산업의 문제점은 원래의 본향이었던 상부상조, 아름다운 품앗이의 핵심, 장례문화를 제대로 발전시킬 수있느냐 하는 것이다. 그렇다는 것은 의례서비스의 근본을 떠나 소위 결합상품 내지는 의례와 거리가 먼 라이프서비스로 주업태를 변경시켜 가며 이윤을 추구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상조고객의 대부분이 미래 장례를 목적으로 가입한 것이라면 상조산업 발전과 장례문화 발전이 동일한 의미를 가져 주었으면 하는 것이다. 지난 12월 24일자로 공정위의 허가를 받은 '사단법인 한국상조산업협회'가 설립목적으로 명시한 "상조산업의 건전한 발전과 소

해외 CEO 칼럼 & 인터뷰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