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길하다는 이유로 유족의 동의 없이 분묘를 이장한 사찰 총무에게 위자료 책임이 있다는 법원의 판결이 나왔다. 제주지방법원 민사4단독 손혜정 판사는 제주시 모 사찰 총무 김모(44)씨를 상대로 남편의 묘를 허락 없이 이장했다며 문씨가 자녀들과 함께 제기한 피해보상 청구 소송에서 피고는 문씨에게 200만원을, 자녀 두명에게는 각 100만원을 지급하라고 선고했다. 재판부에 따르면 지난해 6월10일 김씨는 유족에게 사찰 안에 있는 분묘를 다른 곳에 옮겨 달라고 요청하며 2015년 이후 이장하고 경비도 사찰이 부담한다는 내용의 계약을 맺었다. 그러나 김씨는 유족과 협의해 원하는 날짜에 이장한다는 약속을 깨고 같은 해 7월1일 오전 6시께 무덤을 몰래 옮겨버렸다.
이에 유족들은 "좋은 날을 택해 이장을 미뤄 달라고 요청했는데도 불법으로 다른 시기에 분묘를 옮겨 정신적 피해를 당했다"며 위자료 2000만원을 청구하는 소송을 제기했다. 김씨는 법정에서 "분묘를 이장하기로 계약한 후 자꾸 불길한 일이 생겨 그 원인이 무덤에 있다고 생각해 약속보다 빨리 이장했다"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씨는 앞서 지난해 11월6일 이 사건으로 분묘 발굴 혐의가 인정돼 징역6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았다. 재판부는 "피고가 원고들이 원하지 않는 시기에 분묘를 이장, 정신적 고통을 겪게 해 손해를 배상할 의무가 있다"며 "이장 자체는 합의된 점, 이장 장소도 원고들이 원했던 곳이며 형식과 예를 갖춰 매장한 점 등을 고려했다"고 양형 이유를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