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25전쟁 당시 인해전술로 내려오던 중공군을 공포에 빠뜨려 ‘육박전의 사나이’로 알려진 영국 출신 유엔군 참전용사가 조만간 한국을 방문해 영국 정부로부터 받은 훈장을 기증한다. 국가보훈처는 6·25전쟁에서 무공을 세워 영 연방 최고의 무공훈장인 ‘빅토리아십자훈장’을 받은 참전용사 윌리엄 스피크먼(88·사진)씨가 20∼25일 방한한다고 밝혔다. 스피크먼씨는 보훈처 초청으로 이번에 한국을 찾는 영국, 캐나다, 호주, 뉴질랜드 등 영 연방 4개국 출신의 6·25 참전용사 및 가족 일행 85명에 포함됐다. 스피크먼씨는 6·25전쟁 당시 근위 스코틀랜드 수비대 1연대 소속 이등병으로 참전했다.
2m가 넘는 거구인 스피크먼씨는 1951년 11월4일 새벽 임진강 지역 일명 ‘후크 고지’에서 치열한 전투가 벌어졌을 때 6명의 육탄용사와 함께 용감무쌍한 수류탄 공격을 감행해 적진에 막대한 인명 손실을 가했다. 당시 스피크먼씨는 심한 다리 부상을 당했으나 소속 부대가 철수할 때까지 공격을 늦추지 않았다. 부상한 그는 1952년 1월 영국으로 돌아갔으나 귀국 3개월 만에 자진해서 한국으로 돌아와 같은 해 8월까지 전장에서 싸우는 투혼을 보였다. 그의 무용담은 영국 더 타임스 기자 앤드류 새먼이 쓴 ‘마지막 총알-임진강에서의 전설적인 저항(To the Last Round)’에도 소개돼 있다.
“임진강 전투에서 부상에도 불구, 적진을 누비며 용맹을 떨친 스피크먼의 불굴의 정신은 진지를 포기하려던 전우들의 사기를 진작시켜… 그의 영웅적 행위는 수많은 아군을 구했고, 적에게는 심대한 인명 손실을 끼쳤다.”(1951년 12월28일 ‘런던 가제트’)
영국 정부는 빛나는 무공을 세운 그에게 빅토리아십자훈장을 수여했다. 이 훈장을 받은 6·25전쟁 참전용사는 모두 4명에 불과하며 이들 가운데 아직 생존 중인 사람은 스피크먼씨뿐이다. 스피크먼씨는 이번 방한에서 빅토리아십자훈장을 비롯해 자신이 받은 훈장과 메달 등 10개를 한국에 기증할 계획이다. 2010년에도 초청을 받아 한국을 방문했던 스피크먼씨는 죽어서도 후크 고지에 묻히기를 소망하는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