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산강 시원지인 담양의 서옥고분군에서 시신없이 칼만 발견됐다. 역사적 미스터리로 평가받고 있다.
담양군과 (재)대한문화재연구원은 26일 "대전면 중옥리 서옥고분군 12기 중 4호분과 12호분에 대한 학술발굴조사 결과, 12호분에서 시신을 매장한 무덤방을 만들지 않고 길이가 90㎝에 이르는 철제대도(鐵製大刀)만을 매납(埋納)한 사실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서옥고분군은 5∼6세기 전후에 축조된 백제 고분양식으로, 지난 2005년 전체 12기 중 보존 상태가 양호한 2ㆍ3호분에 대한 발굴조사 결과 별도의 입구시설 없이 강돌 등을 이용해 무덤방을 만든 수혈식(竪穴式) 석곽묘(石槨墓)가 처음으로 확인됐고, 철제대도와 호형토기, 철촉 등이 출토된 바 있다. 담양군은 서옥고분군이 담양지역 고대사를 밝힐 수 있는 귀중한 자료라고 판단, 지난 2007년 전통공예기술인 부채장, 소목장(小木匠)과 더불어 향토문화유산으로 지정했다.
이번 조사결과는 10년 전과 매우 유사하다. 2005년 당시 2호분에서 수혈식 석곽 2개가 고분 중앙에서 발견된 것과 같이 4호분에서 같은 형태의 석곽 1개가 발견됐고 3호분에서 주체시설이 발견되지 않았던 것처럼 이번엔 12호분에서 시신을 안치할 주체시설이 발견되지 않았다. 4호분의 경우 직경 10m, 높이 1m 규모의 분구를 쌓아 올려 축조해 너비 3m에 이르는 도랑(주구ㆍ周溝)을 두르고 있었고 분구 중앙에는 할석과 천석을 사용해 구축한 수혈식 석곽이 확인됐으며, 제사도구의 일종인 개배와 옥, 철도자 등의 유물이 부장됐다. 특히 분구를 축조하는 과정에서 행해진 의례 과정이 여실히 드러난 점이 특징이다. 12호분은 직경 13m, 높이 1.3m 규모의 분구를 쌓아 올려 축조했으며, 4호분과 마찬가지로 너비 3m에 이르는 도랑을 두르고 있다. 그러나 바로 옆 4호분과는 달리 무덤방을 만들지 않고 대신 철제대도만을 매장한 것으로 확인됐다.
임지나 연구팀장은 "무덤은 있는데 시신은 없는 점으로 미뤄 가묘인지, 또 고분의 주인공은 누구인지 등 몇가지 연구 과제를 남겼다"며 "시신을 매장하지 않은 고분은 영산강유역에서는 좀처럼 확인되지 않은 드문 현상"이라고 밝혔다. 이어 "서옥고분군은 영산강 상류 백제 고분군 중 형태가 가장 잘 보존된 집단분으로 보존 가치가 매우 높은 무덤 유적이고, 모두 원형이어서 영산강유역에 대한 백제의 진출과정을 여실히 보여준다"면서 "분구를 원형 복원·보존해 문화재 지정을 위한 절차를 밞아 나갈 예정"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