벨기에가 종신형을 선고받고 복역 중인 죄수에게 안락사를 허용하기로 결정했다. 벨기에에서는 12년 전 안락사가 합법화됐지만 재소자의 ‘죽을 권리’를 인정한 것은 처음이다. 안락사 인정 범위를 놓고 또다시 큰 논란이 일 것으로 보인다. 벨기에 연방안락사집행위원회는 정신적 고통을 호소하며 안락사를 허용해 달라고 요청한 종신형 재소자 '프랑크 반 덴 블레켄(50)'(사진)의 요구를 받아들이기로 결정했다고 현지 일간 ‘드 스탄다드르’ 등이 보도했다.
성폭행 및 살인 혐의로 종신형을 선고받고 30년째 복역 중인 ‘반 덴 블레켄’은 2011년 “견딜 수 없는 정신적 고통을 겪고 있다”며 안락사를 허용해달라고 당국에 요청했지만 기각됐다.이번 결정은 복역 중인 재소자의 ‘죽을 권리’를 인정한 첫 사례다. 3년에 걸친 공방 끝에 내려진 변호인은 이번 판결로 블리컨이 수일내 교도소에서 병원으로 이송돼 안락사 처치를 받을 예정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구체적인 시간과 장소는 밝히지 않았다.
벨기에는 전 세계에서 안락사를 가장 광범위하게 허용하는 나라다. 2002년 네덜란드에 이어 두 번째로 안락사를 허용하는 법률을 제정했다. 안락사법 제정 후 벨기에에서는 안락사를 택한 사람이 매년 증가했다. 지난해에만 1807명이 안락사했다. 지금까지는 대부분 치료가 불가능한 말기질환 환자나 고령자들에게만 허용됐기 때문에 안락사를 놓고 큰 논란이 벌어지지는 않았다. 하지만 벨기에 당국이 최근 들어 정신적 고통을 호소하는 사람에게까지 안락사를 허용해 “죽을 권리를 지나치게 광범위하게 인정하고 있다”는 윤리적 비판이 불거지고 있다.
지난해 벨기에 당국은 유전병으로 시력까지 잃을 위기에 처한 청각장애인 쌍둥이 형제와 성전환 수술 실패로 절망한 트랜스젠더에게 안락사를 허용했다. 또 지난 2월에는 18세 미만의 어린이 불치병 환자에게도 안락사를 허용하기로 해, 종교계를 중심으로 격렬한 비판이 일기도 했다. 안락사를 광범위하게 인정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진영에서는 “안락사야말로 궁극적으로 인간의 존엄을 인정하는 것”이라고 주장하지만, “병에 걸린 사람도 아닌 이들의 목숨을 빼앗는 것은 잘못”이라는 반론도 만만찮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