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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한번> '외국인이 본 한국 장례문화'

'외국인이 본 한국 장례식장'


2년 전쯤 경기도 평촌의 종합병원에 있는 장례식장에 문상(問喪)을 갔다. 저녁 모임이 늦어지는 바람에 밤 열두시가 넘어서야 도착했다. 식장은 한산했다. 영정을 모신 방에서 유족으로 보이는 여성 셋이 앉아 돈을 세고 있었다. 바닥에도 돈이 흩어져 있었다. 그날 들어온 부조금을 정리하는 모양이었다. 때로는 웃기도 했다. 돌아가신 분이 장수하셔서 호상(好喪)이었다고는 해도 보기에 민망했다. 그들이 당황하며 서둘러 자리를 수습하는 사이 절만 하고 바로 빠져나왔다.


한 방송 프로그램에서 상조업에 종사하는 500명을 대상으로 '상갓집 꼴불견'을 조사했다. '밤새워준다고 집에도 가지 않고 술 마시고 주사 부리는 사람'이 첫손에 꼽혔다. '장례식장에서 유산·부조금 같은 돈 문제로 다투는 유족' '노출이 심한 옷을 입은 문상객' '오랜만에 친지 만났다고 잔칫집인 듯 웃고 떠드는 사람' 같은 것들이 뒤를 이었다. 몇 년 전 디자이너 앙드레김이 작고했을 때 어느 연예인은 해골 무늬 스카프를 하고 나타나 구설에 올랐다.


서울에 사는 한 일본인 주부는 병원과 장례식장이 한 공간에 있는 것을 우리 장례문화의 기이한 풍경 중 하나로 꼽았다. 사람을 살리려는 곳과 죽은 이를 모시는 곳이 어떻게 붙어있을 수 있느냐는 것이다. 병원에서 죽음을 맞는 사람이 압도적으로 많으니 장례식장이 붙어있으면 편리하긴 하다. 그러나 이는 고인(故人)보다는 산 사람 생각을 앞세운 것이다.


오산대에 재직하는 아일랜드인 교수가 어제 본지에 추모는 뒷전인 한국의 장례식장을 본 충격을 얘기했다. 돌아가신 분이 누군지는 관심 없고 유족 눈도장 찍으러 온 사람들로 북적대는 모습, 사람들이 5만~10만원씩 현금을 헤아려 흰 봉투에 넣는 풍경, 힘있는 사람 이름 쓴 리본을 달고 즐비하게 늘어선 조화들… 그는 화장장에서 여러 유족이 섞여 번호표를 받고 순서 기다리며 북적이는 모습을 보고 "꼭 패스트푸드 식당 같았다"고 했다.


원로 불문학자 정명환 교수는 에세이집 '인상과 편견'에서 희망하는 장례식의 모습을 이렇게 그렸다. "울긋불긋한 제물(祭物)은 싫다. 조사(弔辭)도 독경(讀經)도 싫다. 굳이 고별 의식을 해야 한다면 브람스의 '클라리넷 5중주' 제2악장, 시벨리우스 '투오넬라의 백조', 엘가의 '첼로 협주곡'제3악장 가운데 하나를 조문객들에게 들려주면 어떨까. 나의 삶을 도와준 사람들에게 내가 마지막으로 바치는 감사의 표시로." 간소하고 경건한 가운데 마음을 다해 가신 분을 기리는 장례 문화가 필요하다.

(김태익 논설워원) [저선일보]



'결혼식 장례식 풍경으로 본 한국과 일본'    


한국 결혼식장에서 본 흰 봉투는 다른 곳에서도 보였다. 친구의 부친이 사망해 밤중에 장례식에 갔을 때였다. 장례식장 입구에도 흰 봉투들이 놓여 있었다. 모두 봉투 앞에 이름을 쓴 뒤 우체통 같은 통에 넣고 있었다. 갑작스럽게 온 사람들을 위해 편리하라고 준비한 것 같다. 나는 처음 한국에 왔을 때 장례식장 바로 옆에서 많은 사람이 술을 마시고 식사하는 광경에 충격을 받았다. 한국 TV 드라마를 보고 이런 풍경을 알고는 있었지만 실제로 보니 기분이 묘했다. 일본의 장례식에서는 가까운 가족들만이 가볍게 식사를 할 뿐이다. 한국 장례식장에서 만난 친구는 아버님의 영정이 놓여 있는 제단 근처에서 찾아온 사람들을 맞이하면서, 옆으로 와서 사람들과 담소도 나누었다. 한쪽에서는 울고, 또 다른 한쪽에서는 손님들과 이야기를 나누어야 하는 모습을 보면서 ‘고인에 대한 것만 생각하도록 배려할 수는 없을는지’ 하는 생각과 함께 친구가 안쓰러웠다.


무엇보다 놀란 것은 장례식장이 병원 바로 옆, 아니 한공간에 있다는 것이었다. 게다가 병원이 장례식장도 경영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고는 더욱 놀랐다. 몇몇 친구에게 “왜 병원 안에 장례식장이 있냐”고 물었는데, 오히려 모두 나를 이상하다는 듯 보며 “편해서”라고 대답했다. 병원에서 죽음을 맞이하는 사람이 압도적으로 많은 만큼 같은 시설 안에 장례식장이 있으면 편리하고 실리적인 면이 있는 건 분명하다. 그래도 고인을 애도한다는 면을 생각하면 이해하기 어려웠다. 같은 장소가 아니라 따로 있어야 하지 않을까. 이전에, 내가 일본에서 방문한 양로원 옆에는 묘지가 있었다. 거기서 사는 노인들은 매일 묘지를 보면서 생활하고 있다. ‘언젠가는 모두 묘지로 간다’고 달관하고 있는 사람도 있겠지만 두 곳이 인접한 것에 거부감을 가진 사람도 많지 않을까. 그때는 내가 아직 젊으니까 그렇게 생각하려니 싶었지만, 지금도 생각은 바뀌지 않았다. 사람의 목숨을 유지하기 위한 병원과 장례식장은 서로 만날 수 없는 존재라고 생각한다. 인생의 마지막을 꼭 실리적 합리적으로 할 필요는 없다고 나는 생각한다. 옛날부터 관혼상제는 인생에서 특별한 행사이고 각 지역에 맞게 독자적인 문화도 태어났다. 그것을 소중히 생각하지 않으면 문화도 사라져 없어질지 모른다. 한국의 문화에 끌리고 관심이 깊어진 외국인들이 많은 만큼 좋은 관혼상제 전통문화도 잘 계승했으면 좋겠다. 

                                     (히로미의 한국 블로그)   [동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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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교만큼 중요한 죽음준비 -김영심 웰다잉전문강사 임신 10달동안 태명에서부터 음식, 음악, 독서, 태담, 동화, 영어와 수학으로 학습태교까지 하고 있다. 태어날 아기를 위해 정성스럽게 최선을 다해 태아교육을 하고 있다. 탄생만큼 중요한 죽음은 어떻게 하고 있는지? 묻고 싶다. 보건소나 노인대학 강의시 죽음준비를 하고 계신가요?라고 물으면 “나는 죽음준비 다 해놓았어요.”라고 대답을 하시는 분이 계신다. 어떻게 하셨느냐?고 물으니 윤달이 있어서 수의를 해 놓았고 영정사진도 찍었다고 하신다. 결국 수의와 영정사진만이 죽음준비를 대신하고 있다. 죽음준비 강의 후에 ‘내가 죽는다는 것은 생각을 안 해봤는데 죽는다고 생각하니 서글프다’ ‘죽음에 대해 막연히 두려웠는데 오늘 강의를 듣고 나니 오히려 편안해지네요.’ ‘사는동안 잘살고 죽음도 잘 받아 들여야겠어요.’ ‘확 깨게 만들어 주셔서 감사해요’ ‘집에 가서 자식들하고 나의 죽음에 대한 이야기를 해야겠네요’ ‘이런 강의 처음 들었어요’ ‘죽음에 대해 생각하고 준비해야한다는 생각을 갖게 되어 좋은 시간이었어요.’ 등 긍정적인 피드백을 주셔서 감사하고 있다. 처음에는 학장님이 ‘죽음을 눈앞에 두고 있는 사람들에게 죽음 이야기는 하지 마세요’라며 못을 박으며 ‘신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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