英 앤 터너, 퇴행성 뇌 질환으로 고통…
고통을 줄이기 위해 인위적으로 생명을 단축시키는 행위는 형법상 '촉탁살인죄'나 '자살방조죄'로 처벌을 받게 된다. 단 식물상태 환자가 인위적인 생명연장장치에 의존하고 있을 때 장치를 제거하는 존엄사의 경우 실제 암묵적으로 시행되고 있으며, 처벌하는 경우도 드문 것이 현실이다. 영국 또한 안락사가 금지된 나라이다. 19세기 후반부터 안락사를 합법화 하려는 시도가 계속되고 있지만 아직까지는 입법안이 통과되지 않은 상태다. 영국의 경우도 존엄사를 일부 인정하고 있는데, 그나마 3년 이상 식물상태를 유지한 환자에게만 소극적으로 적용시키고 있다. 최근 영국의 한 여성이 자신의 안락사를 위해 이를 법적으로 인정하는 스위스로 여행을 떠나 화제가 됐다.
이 여성은 영국 남부 도시 바스에서 의사생활을 해왔던 앤 터너(66). 2004년 그녀는 유방암으로 절개수술을 받았지만 그 후 퇴행성 뇌 질환으로 고통을 겪다 가족과 상의를 거쳐 결국 스위스 취리히의 디그니타스(Dignitas)로 떠났다. 디그니타스는 스위스에서 합법적으로 안락사를 도와주는 단체 중 하나로, 안락사를 원하는 환자는 가족, 배우자의 동의를 거친 후 의사의 판정에 따라 안락사를 허가 받는다.
'불치병 말기 환자가 고통 없이 죽음을 자신의 손으로 선택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디그니타스 미넬리 회장의 이야기다. 터너는 취리히에 도착해 그녀의 가족들과 이야기를 나누고, 함께 노래를 부른 후 의사의 처방에 따라 자살했다고 영국 BBC방송은 전했다. 그녀의 아들 에드워드 터너는 ''''그녀는 이미 마음의 준비를 마쳤다. 이미 그녀는 두 차례의 자살 시도에 실패했다. 그녀는 그런 헛된 시도를 되풀이 하고 싶어하지 않았다''''며 안락사를 선택한 어머니의 결정을 존중했다. 한편 온타리오 안락사방지협회 회장인 알렉스 슈텐베르크는 '그녀의 결정은 장애인을 모욕하는 것이다'라며, '휠체어의 삶보다 죽음을 선택하는 행위는 장애인을 바라보는 우리의 일반적인 시각을 대변한다'며 우려의 입장을 내비쳤다.
또한 지난 2002년 안락사 합법을 위해 법정투쟁을 벌였던 다이앤 프리티의 이야기가 다시 한번 언론에 의해 주목을 받고 있다. 그녀는 심한 근육마비증을 앓는 가운데 안락사를 요구하며 지루한 법정투쟁을 하다 결국 병세가 악화돼 법안을 통과시키지 못하고 세상을 떠났다. 이번 터너의 원정 안락사 사례로 영국 국회는 '안락사 법안'을 다시 한번 검토하게 될 것이라는 의견도 속속 나오고 있다. 안락사는 '생명의 본질'보다 ''''삶의 질''''을 더 가치 있게 여기면서 생겨나게 되었다는 것이 윤리학자들의 이야기다. 또 다시 불거진 영국의 안락사 문제, 앞으로 어떤 방향으로 흘러갈지 귀추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