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벨평화상 수상자인 남아프리카공화국의 데스몬드 투투 주교가 논란이 되는 '조력 자살'에 대해 찬성한다는 견해를 밝혔다. 투투 주교는 영국 가디언의 일요판 옵서버에 기고한 글에서 "나는 삶의 질을 주장하는 쪽에 더 끌린다"면서 "내가 '조력 자살'을 원한다고 말하면 사람들은 속상해하겠지만 나는 그것에 대해 신경 쓰지 않는다"고 말했다. '조력 자살'은 소생 가능성이 없는 말기 환자의 고통 완화를 위해 환자의 동의를 받아 의사가 약물을 투여해 생명을 단축하는 것이다.
투투 주교는 "나는 삶의 신성함을 숭배하지만 내 생명이 연장되는 것은 원하지 않는다"면서 "나는 산 자의 존엄을 위해 평생을 바쳐왔고 이제는 죽어가는 사람의 존엄이라는 이슈에 전념하고 싶다"고 강조했다. 투투 주교는 넬슨 만델라 전 남아공 대통령의 생명을 인위적으로 연장한 데 대해서도 비판했다. 투투 주교는 "만델라가 제이콥 주마 남아공 대통령과 함께 있는 모습이 TV에 방영된 적이 있었는데 만델라는 말도 못했다"면서 "내 친구 만델라는 더는 만델라가 아니었고 이는 만델라의 존엄에 대한 모욕이었다"고 지적했다.
그는 "기계에 의존하지 않으면 숨을 쉴 수 없을 때 삶의 질과 이를 위해 드는 비용을 생각해 봐야 한다"면서 "나는 인공적으로 내 삶을 연장하고 싶지 않다"고 말했다. 올해 82세인 투투 주교는 자신의 장례식이 소박하게 치러졌으면 한다는 바람도 밝혔다. 그는 "평범한 나무로 만든 소박한 관이 사용됐으면 좋겠고 전통에 따라 동물을 도축해야 한다면 큰 동물이 아니라 양이나 염소 등이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어 "내 비석도 작았으면 한다"면 "돈이 살아 있는 사람에게 쓰이길 원한다"고 덧붙였다.
유럽에서는 '조력 자살'과 안락사에 대한 논란이 지속하고 있다. 유럽 주요국은 존엄하게 죽을 권리를 법적으로 보장하기 위해 안락사를 허용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으나 가톨릭 등 종교 단체는 생명의 존엄성을 해친다면서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네덜란드는 지난 2001년 세계 최초로 안락사를 법으로 허용했으며 2002년 벨기에, 2009년 룩셈부르크가 이에 동참했다. 미국에서는 오리건 주가 1997년부터 허용했다. 영국 상원에서는 '조력 자살' 허용 법안이 계류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