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암 사망 원인 중 10%를 차지하는 급성백혈병을 진단하는 기술을 국내 연구진이 개발했다. 바이오벤처기업 디지탈지노믹스는 대웅제약ㆍ성모병원과 공동으로 급성백혈병 진단칩을 개발하고 임상시험에 본격 착수했다. 자궁경부암 등 바이러스가 일으키는 질병을 진단하는 칩이 나오기는 했지만 백혈병 진단칩이 나오기는 이번이 처음이다. 이 회사 윤정호 연구소장은 "3년여 간 공동연구를 통해 급성백혈병 감염 여부를 정확하게 진단할 수 있는 DNA(핵산)칩을 개발했다"며 "최근 상용화를 위한 임상시험에 들어갔다. 결과가 나오는 대로 식품의약품안전청 허가를 얻어 내년 말까지는 제품으로 정식 출시할 것"이라고 말했다. 연구팀은 인체의 정보덩어리로 불리는 DNA를 읽어 백혈병 감염 여부와 형태를 확인하는 기술을 개발했다. DNA는 유전정보를 담고 있는 물질로 호흡 대사 등 모든 생존활동에 간여하지만 백혈병에 걸리면 형태 자체가 변할 뿐더러 정상적인 기능을 수행하지 못한다. 연구팀은 백혈병 환자 100여 명 혈액을 뽑아 그 안에서 DNA를 추출했다. 이를 형태와 활동에 따라 총 5가지 백혈병 타입으로 구분하고, 정보화해 칩으로 만들었다. 칩이 상용화되면 의사들은 백혈병이 의심되는 환자 골수를 채취하고 DNA를 뽑아 칩에 담긴 정보와 비교함으로써 환자의 백혈병 감염 여부를 가려낼 수 있다. DNA 분석을 통해 백혈병 감염 형태를 정확하게 알 수 있으므로 이에 따른 `맞춤형 치료`가 가능하다. 진단에 걸리는 시간도 대폭 줄였다. 현재 급성백혈병을 진단하는 데는 골수세포를 현미경으로 관찰하고 이를 항체로 염색한 후 세포 분석, 염색체 검사 등 과정을 거치는데 보통 3일 정도 시간이 소요된다. 그러나 이번에 디지탈지노믹스 측이 개발한 기술은 DNA만 분석하기 때문에 하루 정도면 정확히 진단할 수 있다는 것이 회사측 설명이다. 윤 소장은 "급성백혈병은 병 진행속도가 워낙 빠르기 때문에 하루라도 빨리 정확하게 진단해야 한다"며 "지금까지 연구결과에 따르면 백혈병 감염 여부를 가려내는 정확도가 약 98%에 달한다. 임상시험이 정상적으로 마무리되면 백혈병 환자들이 분자수준에서 정확하게 병을 진단받아 자신에게 가장 잘 맞는 `맞춤형 치료`를 받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급성백혈병은 혈액암 일종으로 백혈구전구세포가 갑자기 증식해 발생하는 질환이다. 정상혈구가 감소하며 백혈병세포가 정상세포를 공격해 혈액과 장기 손상을 가져올 수 있다. 적절히 치료하지 않으면 수개월 안에 사망한다. 현재 국내 암 사망 원인 중 약 7~10%를 차지하고 있으며 국내에서 연간 3000명가량 환자가 발생하는 것으로 추산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