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녀들의 장례비용 부담을 덜어주기 위해 상조회에 가입한 노인들이 고민에 빠졌다. 신규 가입자 보다 사망 회원이 많아 월 부담금이 늘고 있기 때문이다. 자연스레 '이러다 내가 일을 당하면 돈을 받을 수 있을까' 걱정이다. 현재 노인상조회는 회원수가 1000~2000명에 이르는 대규모 단체만도 4개에 이를 정도로 많은 노인들이 가입되어 있다. 한인 노인상조회의 현황과 운영 방향 등을 알아본다.
25년전 H 한인상호회에 가입했다는 박달메(가명) 할머니는 지금까지 상조회비로 낸 금액이 7000달러가 넘는다. 박 할머니는 "오래 사는 것은 감사한 일이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한해 사망자 수가 늘다 보니 상조회비 부담이 갈수록 커지고 있다"며 "상조회 측에서 월 최대 납부액 한도 제도로 부담을 줄여준다해도 매월 미수금이 쌓이고 있다는 얘기를 들었다"고 말했다. 박 할머니는 "결국 내가 죽어서 받을 수 있는 금액이 매월 조금씩 줄고 있는 셈 아니냐"고 하소연했다. 대형 한인 상조회와 가입자들이 속앓이를 하고 있다.
지출은 증가하는데 신규 회원은 늘지 않아 '수입-지출' 구조에 빨간불이 켜졌기 때문이다. B 한인 상조회는 "최근 5년간 사망 회원 수는 총 633명으로 연평균 139명, 한 달에 10명 이상 사망했다"며 "하지만 이 기간 신규가입은 604명뿐"이라고 전했다. 이런 상황은 대부분의 상조회들이 비슷한 것으로 알려졌다. 결국 타개책으로 등장한 것이 회원 가입 연령 조정이다. 과거에는 보통 60세 이상 이던 가입 최저 연령을 55세까지 낮춘 상조회도 있다. 그런가 하면 가입 연령 상한선도 도입했다. 대부분 82세 이상이면 신규 가입이 거절된다. 또 80세 이상은 가입 당시 신체검사를 의무화 한 곳도 있다. 미주한인상조회는 기존에 특별회원조(70세 이상의 회원)와 일반조로 나눠져 있던 회원을 하나로 통합하고 신규 회원 영입하기 위해 회원가입 자격 나이를 기존의 60세에서 55세로 내렸다"고 설명했다.
나성영락복지상조회의 사망자 평균 연령은 지난 2012년 83.6세에서 2013년 87.3세로 연령대가 높아지고 있다. 나성영락복지상조회는 상조회 가입 연령을 기존 75세에서 80세까지 확대했다. 또한 가입자들의 부담을 덜어주기 위해 월 최대 납부액 제도를 운영하는 곳도 있지만 이런 단체 가운데는 지난해 연말 사망 회원의 상조금 납부 요청 편지 안내문을 반년이 지난 지금도 회원들에게 전달하는 곳이 있다. 그러나 주먹구구식 운영이 기금 감소의 큰 문제점으로 지적되고 있다.
회원 감소만 걱정하고 있을 뿐 기금 확대나 비용 감소 등 대책 마련 등에 나서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어머니의 상조회비를 20년째 지원하고 있다는 금영훈씨는 "얼마전 상조회 정기 총회때 발표한 상조회 지출 예산서를 보게 됐는데 회장 판공비로 월 800달러씩 연 9600달러가 지출되고 있는 걸 알고 어이가 없었다"며 "현재 상조회 내 일하는 직원들도 6명은 되는 거 같던데 아무리 파트타임이라고 해도 직원 급여에 식비에 줄줄이 돈이 새는 기분이 든다"고 말했다. 한 관계자는 "보통 관리비 다음으로 많이 들어가는 게 상조회 직원 금여다. 한 해 지출에 상당수를 차지하는 만큼 집행부의 규모를 축소해야 한다"고 지적하며 "투자단체도 아닌 그저 십시일반 돈을 모아 목돈을 마련해준다는 상조회의 기본취지를 실행하는 데는 임원과 전문사무직원 서너 명이면 충분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