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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실버서비스 산업, 어디까지 왔나 ?

어느 날, 우리 사회에도 성큼 다가온 고령사회. 옛날에는 50만 되어도 노인소리 듣고 죽을 날을 입에 담던 시절이 있었다. 또 젊었을 때 힘을 쓴 까닭에 아프고 병드는 것이 당연한 이치였고 죽는 날과의 괴리가 크지 않았다. 그러나 상황은 많이 변했다. 평균연령이 늘어나 70,80까지 사는 것은 보통이다. 중요한 것은 병들지 않고 오래 사는 일이 흔해졌고 자연 그 긴 기간을 무난히 지낼 만한 재력과 함께 혼자 사는 외로움과 불편이  큰 문제로 다가오고 있다. 이웃 일본의 경우는 우리에게 타산지석이 될만하다. 건강하게 그러나 외롭게 오래사는 실버세대를 위한 서비스산업은 어디까지 와 있을까  살펴 보기로 한다.

 

 

노인은 외롭고 힘들다. 돈마저 없으면 ‘장수’는 ‘재앙’이다. 반면에 챙겨둔 돈이 많다면 얘기가 달라진다. 건강하면 더욱더 그렇다. 금전과 시간이 여유 있는 강력한 알짜 고객이 된다. 실버시장의 기대가 높은 이유다. 그러나 일본의 사례를 보면 실버산업은 잿빛시장에 가깝다. 뚜껑을 열어 보니 분석 오류, 판단 착오 탓에 실버산업은 실망스러웠다. 이유가 뭘까. 크게 두 가지다. 시장의 특징을 가볍게 여겨서 새로운 산업으로 성장하기 위한 벽이 여전히 존재했다. 난생 처음 등장하는 직종임에도 다양하고 까다로워진 고객의 분석에 소홀했고, 실버산업 역시 벤처만큼이나 생존 경쟁이 심한 곳이었다. 고령 사회는 복잡하다. 그러나 복지로 비용이 지출된다는 시각, 약자 인식 등이 성장을 제한해 왔다. 시행착오 후 최근 일본의 실버시장은 신중해졌다. 실패에서 배우는 학습효과 덕에 실버, 시니어, 고령자로 불리는 노인인구의 눈높이에 맞추고자 열심이다. 오류와 전략 수정은 필수다. 단면으로 나타나는 게 실버시장의 질이 다른 소비 경향이다. 단순한 연령 구분 대신 다양한 개별과 환경 변수에 주목했다. 즉 실버시장을 대분류의 범용 시장이 아니라 새로운 가치관이 체화된 다양한 미시 시장의 집합체로 규정했다. 시장 자체는 확인했으니 실수요 유인을 위한 ‘시니어시프트(Senior Shift)’의 실천이 관건으로 됐다. 그럼에도 승률은 여전히 높지 않다. 고령사회의 실체에는 불확실성이 숨어 있기 때문이다. 장수에 대한 불안은 소비 의지를 종종 꺾는다. 어지간해선 지갑을 열지 않기 때문에 신중한 접근은 필수다. 지금부터 노인 국가 일본에서 주목을 받고 있는 전도유망한 실버산업을 키워드로 살펴본다.

 

 

매일 전화는 물론 24시간 출동 서비스


장수사회는 무연고사회다. 가족과 관계의 단절 심화다. 즉 독거노인의 최대 고민은 대화 상실이다. 가족으로선 부모를 챙기지 못하는 아쉬움이 크다. 이 욕구에 맞춘 사업거리가 있다. 긴급 통보장치는 물론 긴급통보서비스까지 일체화시킨 생활 지원이 그렇다.  일종의 안부 확인이다. 가사 대행, 심부름센터도 이를 감당한다. 지방자치단체도 적극이다. 이와테(岩手)현의 원기발신(おげんき發信) 프로그램은 건강상태별 번호 부여로 매일 아침 해당 노인이 발신하면 이를 체크한다. 상태가 나쁘거나 발신이 없으면 연락, 방문해 안부를 확인한다. NTT니시니혼(西日本)은 2012년부터 전화로 대화·상담, 보호, 생활 지원 등을 제공하는 노인 대상 지원서비스를 시작했다. 과거 ‘당신의 전화’(あなたのでんわ)로 노인 얘기를 들어 주기도 했는데 70%가 만족했다. 기존의 인프라도 활용된다. 게이오전철(京王電鐵)은 시니어시큐리티서비스로 철도 주변 거주 노인들에게 긴급 통보, 안부 확인, 무제한 대화 통화(정액) 등을 제공했다. 경비업체와 협력해 긴급출동 서비스도 옵션으로 붙였다. 비용은 다소 높다. 대화 서비스는 월 2만~3만 엔대, 가사 대행은 1회(2시간) 1만~2만 엔 정도다.

 


주변 정리, 흔적까지 지우는 특수 청소업


무연고사회가 사업 모델이 됐다. 무연고사업이다. 2010년 이후 다양한 독신 대상 사업과 상품 개발이 줄을 잇는다. 사후 주변 정리, 유품 정리, 화장 등을 전문으로 하는 특수 청소업이 대표다. 전국에 수백 개 회사가 성업 중이다. NHK에 따르면 특수 청소회사와 NPO법인 등은 최근 2~3년 새 급증했다. 고독사에 대응하려는 지자체의 의뢰 수요도 증가세다. 공동묘지, 대화 파트너(유료전화), 보증 대행 등의 사업도 번성 중이다. 고독사 후 유품 정리, 청소 대행을 해 주는 키퍼스라는 회사는 경쟁 격화에도 연간 1500건 이상 처리한다. 요금은 건당 25만~30만 엔대다. 무연고의 단신 노인이 많은 고령자 시설엔 묘지 알선 등 사후 준비 광고가 수두룩하다. 2011년엔 송골(送骨)서비스도 나왔다. 유골을 우편 상자에 넣어 납골 시설에 보내면 알아서 뒤처리(?)해 주는 사업이다. 어느 절이 시작한 사업안인데 5만 5000엔으로 50년간 납골당에 모셔 준다. 지금껏 의뢰가 500건이 들어왔다. 천문학 규모의 묘지 관리비를 감안할 때 저렴할 뿐만 아니라 굳이 고인과 연결되기 싫어하는 사람이 주요 고객이다. 물론 비난이 적잖다. 다만 무연고자 증가 탓에 시신 인수를 거부하는 가족이나 친족에 비하면 그나마 좀 낫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사소한 용건까지 배달원이 처리


고령자에겐 생활 불편이 많다. 반대로 불편은 새로운 사업거리다. ‘불편→편리’로 변신하는 순간 부가가치가 얹어진다. 편의점이 ‘불편→편리’의 생활밀착형 맞춤서비스로 제2의 전성기를 누리는 것과 같다.
음식 배달을 대표로 들 수 있다. 직접 찾아가는 새로운 서비스다. 시가(滋賀)현의 슈퍼마켓 헤이와도(平和堂)는 새로운 매출 확보를 위해 승부수를 던졌다. 2011년에 시작한 ‘용건청취’로 불리는 주거 지원(Home Support) 서비스다. 단순한 상품 배달이 아니다. 상품배달 때 필요한 기타 용건을 청취해 부가가치를 추가로 제공한다. 잔디 정리, 전구 교체, 지붕 수리 등부터 중대한 고민까지 처리한다. 요금은 시간당 1500엔. 배달원이 그 자리에서 할 수 있는 간단한 일은 전액 무료다. 서비스 전담 직원은 퇴직자들이다. 콜센터는 퇴직 여직원, 배달원은 퇴직 남직원이 도맡는다. 인기의 비결은 콜센터다. 오전 9시면 전화기에 불이 난다. 유통기한 등 까다로운 신청까지 전부 받아들인다. 받자마자 직원이 직접 장을 봐 포장한 후 배달원에게 넘긴다. 당일 배달이면 1회 105엔이다. 독신 남성에겐 콜센터 여직원이 조리법까지 동봉해 넣어 준다. 메모에 간단히 적는 수준이지만 할아버지에겐 소중한 생활정보다. 배달과 함께 냉장고에 넣어 주는 건 기본이다.

 


치매 예방하고 건강에 도움 주는 게임


은퇴 생활은 자택 칩거와 TV 시청이 다반사다. 소일거리조차 마뜩찮으니 자연스레 노화가 심화된다. 부작용은 치매의 빈발이다. 노인을 위한 완구 제품은 이때 꽤 유효하다. 치매 예방에 체력 향상까지 기대할 수 있다. 완구 메이커와 복지업체의 공동 개발이 주류다. 반다이남코홀딩스 산하 복지서비스센터(가이카야)는 악기 메이커, 대학병원과 공동으로 즐기면서 운동하고 뇌 기능을 활성화시키는 게임기를 개발했다. ‘두근두근 뱀퇴치2(ドキドキへび退治2)’다. 의자에 앉아 차례차례 나오는 뱀을 밟으면 득점하는 게임기다. 발의 힘을 길러 낙상사고를 막아 준다. 실제 조형물을 재현해 과거의 기억을 떠올리게 해 뇌의 활성화를 돕는 상품도 있다. 간병 수고를 줄인 완구도 있다. 독신노인 타깃의 대화 로봇은 이미 나왔다. 의료위생 및 완구 메이커가 공동 제작한 커뮤니케이션 로봇 ‘끄덕 호박씨(うなずきかぼちゃん)’가 그렇다. 호박 팬티를 입은 3세 남아를 닮은 로봇이 상대 소리에 반응해 끄덕이거나 말을 거는 게 특징이다. 등록단어는 400개로, 간단한 동작 요구에도 반응이 재미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개당 2만 1000엔으로 인기가 높다. 말하는 인형 ‘꿈의 아이 네루루(夢の子ネルル)’와 ‘꿈의 아이 유메루(夢の子ユメル)’도 구입자의 80%가 50대 이상이다.

 


정부 허가 받은 노인전용 택시 등장


이동할 권리는 특히 노인에게 중요하다. 기초체력이 딸려 운전은커녕 산책조차 어렵게 마련이다. 물론 대중교통은 한계가 있다. 아무리 촘촘한 대중교통이라 하더라도 그림의 떡이다. 이때 원스톱으로 출발해서 도착지까지 갈 수 있는 수요가 발생한다. 불황의 택시업계는 노인 고객에게 러브콜을 날렸다. ‘택배(Door to Door)’ 서비스다. Km홀딩스 그룹의 안젠(安全)택시가 선두주자다. 도쿄에서 560여 대를 운영하고 있는 중견 업체로, 악화일로인 공급 과잉을 타개하고자 노인 수요를 분석했다. 콜센터로 운영되는 ‘도와주는 서비스(人を手助けする新サ-ビス)’가 그 생존전략이다. 새롭게 구매 대행, 참배 동행, 자녀 송영, 약품 수령 등의 서비스를 내놨다. 정부의 인가까지 받아 택시 외도(?)를 공식으로 인정받았다. 예를 들어 혼자 몸으로 외출이 힘든 노인 고객이 요청하면 택시요금을 포함해 시간당 4550엔에 동행해 준다. 이후 30분마다 2050엔이 붙는다. 마치 전세나 마찬가지다. 몸이 불편한 참배객이라면 묘지 청소까지 서비스에 포함된다. 1시간 평균 매출이 3000엔대에 불과한 기사로서도 좋다. 손님 없이 도로를 헤매며 대기하기보다 안정된 수입이 보장되기 때문이다.

 

남편 은퇴 뒤 여행 즐기는 여성운전자 급증


장수 사회는 모계가 중시된다. 여성의 수명이 긴 데다 ‘제조업→서비스업’의 구조 전환이 여성화를 촉진한다. 특히 곳간 열쇠를 쥔 은퇴한 여심이 관심사다. 흔히 ‘백금(Platina)세대’로 불린다. 남편의 내조에서 벗어나 인생의 후반기를 즐기려는 욕구 표출이 거세졌다. 자녀 양육마저 끝나니 더 여유롭다. 연금 분할이 가능해지자 황혼이혼 요구도 늘었다. 시장은 이들을 액티브시니어라 칭하면서 자금, 시간, 건강의 3박자에 주목한다. 돋보이는 곳은 여행업계다. 은퇴 직후의 여성 취미 1위가 1박 이상 국내여행(50.4%)으로 4위 당일치기 국내 여행(40%)까지 합하면 여행의 인기가 매우 높다.(ADK생활자종합조사, 2012) 해외여행은 부담스럽다. 비용도 높지만 체력도 부담스럽다. 특이한 건 운전대를 직접 잡는 초보 중년 여성의 증가세다. 운전면허 보유율로 확인된다. 2000년과 2010년을 비교하니 55~69세 여성의 면허가 폭증했다. 거의 2배다. 반면에 대중교통이나 가이드를 활용한 종래의 여행 방식은 선호도가 갈수록 떨어지고 있다. 자가운전 여행은 만족도가 높다. 동선 확대와 함께 체력 유지에 좋고 수납공간이 넓어 적극 참여하는 여행이 가능하다. 여기에 정보기술(IT) 발달로 여행 정보를 구하기도 편해졌다. 여행업계는 패키지상품의 침체를 딛고자 자가운전을 위한 새로운 관광자원 발굴과 잠재수요에 주목한다.

 

등 굽어 보이지 않는 패션 특허 받아


백금 여성으로 불리는 은퇴 할머니의 하이라이트는 패션이다. 60세 전후 여성의 60.2%가 ‘멋지게 꾸미고 싶다’고 답변했다.(고령자일상생활의식조사, 2009) 시장 규모는 3조 4000억 엔대로, 잠재 수요까지 합하면 6조 엔대다. 유명 통신판매 회사인 닛센은 6070세대 대상의 계절패션 카탈로그(ここいろ氣分)를 2011년 선뵀다. 시니어시장의 본격 진출은 성공작이었다. 백화점은 전용 매장을 마련했다. 다이마루(大丸)백화점은 2011년 6070세대 전용 공간 마담실렉션을 열었다. 여유로운 쇼핑을 위해 브랜드를 줄이고 곳곳에 2~3인용 휴게공간을 갖췄다. 피팅룸은 1.5배 늘리고 의자와 손잡이를 배치했다. 지식 호기심 해소를 위해 전통 녹차 등의 강좌도 연다. 아줌마·할머니 모델의 시니어 패션쇼도 흔해졌다. 화려한 가발에도 관심이 높다. 문제는 체형 변화에 따른 한계다. 색다른 걸 원해도 칙칙한 색상에 대형 사이즈뿐이다. 여기에서 틈새를 발견할 수 있다. 기능성과 패션성의 융합이다. 몸매 부각보다 맵시를 강조하고 편안함이 강조된다. 애프터서비스(AS)도 있다. 마담도모코는 등과 허리가 맞지 않는 옛 옷을 수선해 바꿔 준다. 등이 휜 경우 뒤쪽이 길어지게 주름을 넣어 표시가 나지 않게 한다. 평균 8㎝를 늘린 주름으로 히트를 쳤다. 특허까지 냈다. 이 밖에 잘 풀리도록 버튼을 평평하게 하거나 팔꿈치 노출을 싫어해 소매를 늘린 디자인도 나왔다.

 

‘응답하라 쇼와시대’를 상품으로 각색


늙으면 추억으로 사는 법이다. 은퇴 세대에게 추억을 공략하는 건 히트의 상식 코드다. 추억을 자극한 광고효과로 매출을 늘린 사례가 많다. ‘재출시’, ‘부활’ 등이 단골 단어다. 일본에선 ‘쇼와레트로’가 핵심이다. 1926~1989년간 쓰인 연호(昭和)와 회고(Retrospective)가 합쳐진 신조어다. 추억장사에는 지자체와 일반 기업도 적극 뛰어들었다. 추억을 모티브로 한 박물관, 테마파크가 일례다. 요코하마 라면박물관이나 오다이바 재현거리 등은 유력한 관광코스로 안착했다. 도쿄 인근의 소도시 오메(靑梅)도 유명하다. 간판과 건물을 옛날식으로 바꾸고 각종 도구, 전시품 등으로 과거 여행을 부추긴다. 관광객뿐만 아니라 정주 인구까지 늘었다. 쇼와시대 상품의 선두주자는 ‘하이볼(산토리)’이다. 위스키와 탄산수를 섞어 만든 술로 과거에 인기였다. 맥주 맛의 청량음료 ‘홋피(홋피비버리지)’도 가난한 시절 홋피와 소주를 섞어 먹던 기억이 있는 중년들이 주 소비층이다. 도쿄 관광이 전문인 ‘하토버스’는 최근 추억의 명소를 찾는 기획코스를 내놨다. ‘쇼와 시절 명가이드와 떠나는 도쿄 반일 코스’가 일례다. 퇴직한 50대 이상 여성 가이드가 당시 요금 250엔만 받고 도쿄관광을 즐기는 코스였는데 600명 정원에 5만 명 넘게 신청, 화제를 모았다. 객차를 1950~1960년대로 바꾼 게이한전철(京阪電車)의 쇼와레트로 맥주열차도 유명해졌다. 맥주를 마시며 관광하면서 차내의 우체통, 다이얼전화기, 옛날 우편물 등 소품에서 추억을 찾도록 했다.

 


생전 장례 예행으로 후일의 불안감 없애기


장례는 인생 최후의 거액 쇼핑이다. 워낙 값이 비싸 사전 준비가 필요하다. 길거리에서도 장례(죽음)는 친숙(?)하다. 거리광고판엔 무덤광고가 적잖다. 죽기 전 납골당 예약 시 혜택 제공 등을 홍보한다. 인생 최후의 집 마련을 위한 마케팅도 치열하다. 지하철역에서 가까운 거주지는 필수다. 도심에서 가까운 묘지의 경쟁률은 상당하다. 연말연시에 자신이 묻힐 묘를 찾아보는 모임도 많다. 패키지로 후보 상품을 검색해 주는 프로그램까지 있다. 40대 후반부터 60대가 주류다. 중년의 여성은 양가 부모는 물론 남편에 본인까지 최대 6번의 설득 과정을 겪어야 한다. 장례비용은 평균 500만 엔대로 거액이다. 묘지 형태를 다양화해 틈새를 찾는다. 후손이 편리하도록 관리위탁의 대행공양묘지부터 벽묘지, 합장묘지, 납골당 등 선택할 수 있는 상품이 많아졌다. 수목장과 산골장도 인기다. 가격 부담이 적은 쪽은 공동납골당이다. 유골을 넣는 로커 형태 수장고에 모시는 경우다. 공동묘지도 인기다. 타인이지만 생전에 미리 인간관계를 쌓아 함께 묻힘으로써 비용을 줄인다. 생전 장례도 등장했다. 평소 친지와 지인을 불러 이별 행사를 가진다. 환갑 후 1회, 70세 때 2회 등의 식으로 반복하는 경우가 많다. 죽음과 장례에 대한 불안감을 희석해 보려는 의도다. 장례는 유력한 성장 산업이다.

 

사투리까지 사용하는 노인 전용 프랜차이즈


일본 노인의 80%는 건강하다. 여기에 경제·시간 여유까지 있어 당당한 소비 주체다. 신체가 불편한 노인은 일부에 불과하다. 따라서 레저에 적극성을 보인다. 일본에서 한적한 오후의 레저시설에는 십중팔구 노인 고객이 점령한다. 예전의 시설은 모두 노인에 맞춰 개조됐다. 요금할인 등 고령 특전을 비롯해 음료와 과자의 무료 제공은 일반화됐다. 인터넷과 만화 등을 제공하는 복합공간은 치매예방 프로그램과 혈압측정 및 마사지 등 건강 유지·증진 메뉴까지 갖췄다. 바둑, 마작, 장기 등은 기본이고 일부는 동일한 공간에 손자용 놀이시설까지 뒀다. 노인 전용 레저 프랜차이즈도 있다. 다이이치코쇼(第一興商)는 회비를 내면 노래방, 요가 등 80종류의 레슨을 받을 수 있고 건강식까지 제공된다. 노인 전용 회원제로 가격이 비싸도 인기가 높다. 예전의 게임 센터(오락실)는 노인 천국으로 변했다. 노인들의 눈높이에 맞춘 접객 서비스는 상식이다. 장시간 즐기도록 푹신한 의자로 대체했다. 심지어 노인에게 익숙한 사투리를 사용할 수 있는 직원까지 배치했다. 노인 고객용 점수(포인트)제를 강화한 곳(세가)도 있다. 게임 센터의 고육책은 일단 성공했다. 일부는 전용 휴게실을 갖춰 경로당처럼 커뮤니케이션 장소로도 각광받고 있다. 노래방도 비슷하다. 스트레스 해소와 기분 전환을 위한 노인 고객이 30%에 이른다. 할인행사 등 각종 서비스를 제공해 매출 감소에 맞섰다. 테마파크라고 다를 게 없다. ‘테마파크의 주인공은 노인’이라는 헤드 카피가 있을 정도로 실버 마케팅이 한창이다. 디즈니랜드가 소비의 주력 층인 건강한 노인에게 맞추는 건 당연한 일이다.

 

6명의 어른이 1명의 손자에게 용돈


아무리 여유가 있어도 은퇴 생활은 ‘마른수건 쥐어짜기’가 해법이다. 예외가 있다. 힌트는 ‘421사회’에 있다. 고령화의 상징답게 노인 4명, 부부 2명, 자녀 1명을 뜻한다. 장수 국가 가족구조의 전형이다. 관심 집중, 비용 지출의 최종 깔때기가 아이란 얘기다. 손자의 힘이 커질 수밖에 없다. 즉 ‘6개의 주머니(Six Pocket)’ 논리다. 도합 6명의 어른 지갑이 1명의 손자 또는 자녀를 위해 열리게 된다. 용돈도 손자 1명이 어른 6인분 몫을 독점하니 손자의 구매력과 영향력은 커질 수밖에 없다. 3040세대의 미혼 이모, 고모, 삼촌까지 조카의 소비활동에 합류한다. 만혼(晩婚), 비혼(非婚)의 결과다. 손자 사랑을 자극해 지갑을 여는 마케팅이 한창이다. 에인절(손자) 고객을 위한 실버(조부모) 공략이다. 손자의 생일(3만 9382엔, 이하 평균)을 비롯해 세뱃돈(2만 9589엔), 크리스마스(2만 2512엔) 등 용돈이 풀리는 때를 노린다. 동반 외식·여행도 잦다. 특히 관계를 돈독하게 하기 위한 조손 여행도 늘었다. 전문 잡지까지 나왔다. ‘손자의 힘(孫の力)’이다. 혈연을 강조한 에세이와 관계 증진을 위한 조언, 추천 여행지, 인기 선물 등이 고정꼭지다. 손자 교육에도 열정이다. 2013년 4월부터는 손자 1명당 최대 1500만 엔 비과세의 ‘손자교육자금증여 비과세제도’도 시작됐다. 제도 시행 후 금융기관은 교육자금증여신탁을 잇따라 내놨다. 장난감 시장에도 변수를 만들었다. 소꿉장난의 필수품인 소녀인형 ‘리카’에도 할머니 역할이 등장했다. 5학년 리카와 부모, 형제, 사촌, 애완동물 등이 고정 캐릭터였는데 “손녀와 놀아줄 때 할머니 역할이 없다“는 요청을 받아들여 최근 56세 할머니 인형이 가세했다. 패션 디자이너인 맞벌이 엄마 대신 할머니가 손녀를 돌봐준다는 설정이다.    - 전영수 (한양대 특임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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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교만큼 중요한 죽음준비 -김영심 웰다잉전문강사 임신 10달동안 태명에서부터 음식, 음악, 독서, 태담, 동화, 영어와 수학으로 학습태교까지 하고 있다. 태어날 아기를 위해 정성스럽게 최선을 다해 태아교육을 하고 있다. 탄생만큼 중요한 죽음은 어떻게 하고 있는지? 묻고 싶다. 보건소나 노인대학 강의시 죽음준비를 하고 계신가요?라고 물으면 “나는 죽음준비 다 해놓았어요.”라고 대답을 하시는 분이 계신다. 어떻게 하셨느냐?고 물으니 윤달이 있어서 수의를 해 놓았고 영정사진도 찍었다고 하신다. 결국 수의와 영정사진만이 죽음준비를 대신하고 있다. 죽음준비 강의 후에 ‘내가 죽는다는 것은 생각을 안 해봤는데 죽는다고 생각하니 서글프다’ ‘죽음에 대해 막연히 두려웠는데 오늘 강의를 듣고 나니 오히려 편안해지네요.’ ‘사는동안 잘살고 죽음도 잘 받아 들여야겠어요.’ ‘확 깨게 만들어 주셔서 감사해요’ ‘집에 가서 자식들하고 나의 죽음에 대한 이야기를 해야겠네요’ ‘이런 강의 처음 들었어요’ ‘죽음에 대해 생각하고 준비해야한다는 생각을 갖게 되어 좋은 시간이었어요.’ 등 긍정적인 피드백을 주셔서 감사하고 있다. 처음에는 학장님이 ‘죽음을 눈앞에 두고 있는 사람들에게 죽음 이야기는 하지 마세요’라며 못을 박으며 ‘신나고

발행인 칼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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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상조단체 상조협회 이야기
조직이란 소속된 구성원들의 친목과 함께 공동 발전을 위한 네트워크란 점이 핵심 존재이유라고 할 수 있다. 한국상조산업계도 2021년을 기점으로 비영리 공인 단체를 가지게 되었다. 비록전국적인 단일조직은 아니지만 어쨋든 공식 '사단법인'이란 점에서 의미있는 발전이다. 한국상조산업협회는 설립 허가를 받은 후 박헌준 회장 이름으로 “공식적인 허가 단체로 거듭난 협회는 회원사와 더불어 장례문화발전과 상조업계 발전을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는 입장을 표시했다. 기자는 관련 기사에서 경험에서 우러나는 희망사항을 곁들였다. 40년의 역사를 가진 한국상조산업의 문제점은 원래의 본향이었던 상부상조, 아름다운 품앗이의 핵심, 장례문화를 제대로 발전시킬 수있느냐 하는 것이다. 그렇다는 것은 의례서비스의 근본을 떠나 소위 결합상품 내지는 의례와 거리가 먼 라이프서비스로 주업태를 변경시켜 가며 이윤을 추구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상조고객의 대부분이 미래 장례를 목적으로 가입한 것이라면 상조산업 발전과 장례문화 발전이 동일한 의미를 가져 주었으면 하는 것이다. 지난 12월 24일자로 공정위의 허가를 받은 '사단법인 한국상조산업협회'가 설립목적으로 명시한 "상조산업의 건전한 발전과 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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