벨기에가 세계에서 처음으로 연령제한 없이 안락사를 허용하는 국가가 됐다. 13일(현지시간) 영국 BBC 등에 따르면 벨기에 하원은 이날 18세 미만 미성년자 안락사 허용 법안을 찬성 88표, 반대 44표, 기권 12표로 통과시켰다. 지난해 12월 상원을 통과한 이 법안이 하원도 통과함에 따라 필리프 국왕의 재가를 거쳐 곧 시행될 예정이다.
네덜란드에 이어 2002년 세계에서 두 번째로 안락사를 합법화한 벨기에는 그동안 18세 이상에만 안락사를 허용했지만 이날 법안 통과로 연령 제한을 없앴다. 네덜란드는 현재 12세 이상에 대해 안락사를 결정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법안은 불치병에 걸렸고, 견딜 수 없는 신체적 고통에 시달리는 경우에 한해 안락사를 요구할 수 있도록 했다. 그러나 미성년자가 자신의 상태와 안락사의 의미를 이해할 수 있는 지적인 능력이 있어야 하며, 전문의와 정신과 의사, 부모의 동의를 얻어야 하는 등 엄격한 요건을 갖춰야 안락사를 시행할 수 있도록 했다.
법안이 의회를 통과했지만 벨기에에서 안락사를 둘러싼 찬반 논쟁은 당분간 계속될 전망이다. 표결이 진행되는 동안 의회 밖에서는 한 남성이 ‘살인자’라고 외치며 반대 시위를 벌였다. 특히 종교계는 “부도덕한 법”이라며 강하게 성토했다. 벨기에 가톨릭 수장인 앙드레 조제프 레오나르 대주교는 “다른 법에서는 어린이들이 경제 이슈 등에 관한 결정을 할 수 없다고 해놓고, 갑자기 그들에게 생사를 결정할 수 있다고 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소아과 전문의 160명은 지난주 의회에 미성년 안락사 허용 법안 표결을 연기할 것을 요구하는 청원서를 제출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