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8일 발생한 강력한 태풍 하이옌의 상륙으로 처참한 모습으로 변한 필리핀 타클로반 에서 가장 급선무로 처리 되어야할 시신처리가 시급한 가운데 무너진 감옥을 탈출한 죄수들의 총격으로 대규모 시신 매장 작업이 취소된 것으로 알려졌다. 알프레드 로무알데스 타클로반 시장은 AFP통신에 "매장을 위해 땅을 파는 작업을 끝마쳤는데 총격이 발생해 시신들이 담긴 트럭이 들어갈 수가 없었다"고 밝혔다. 로무알데스 시장은 "법의학 관계자들도 함께 있었지만 매장 장소에 접근하기도 전에 경찰이 이들을 돌려보냈다"고 전했다. 현지 관계자에 따르면 시신을 담을 포대가 부족해 사체 수습에도 차질이 빚어지고 있다. 하이옌의 직격탄을 맞은 타클로반 거리에는 아직도 시신들이 널려있어 질병 감염 등 2차 피해가 우려되고 있다.
알프레드 로무알데스 타클로반 시장은 이날 중장비를 이용해 마련한 공동묘지에 110여구의 시신을 매장했다고 밝혔다. 당국은 시신들을 거대한 구덩이 속에 묻은 후 그 위로 여러 층의 흙을 덮었다. 로무알데스 시장은 "여전히 많은 시신들이 여러 곳에서 발견되고 있어 사람들을 겁나게 한다"며 "10여구의 시신을 수습해달라는 한 마을의 요청이 있어 해당 장소에 가봤더니 40여구나 됐다"고 말했다. 반면 세계보건기구(WHO)는 필리핀 당국의 이 같은 집단 시신매장 조치를 인권침해의 가능성이 있다며 우려를 표명하고 있다. WHO는 신원 확인 없이 사망자의 시신을 매장할 경우 인권침해로 볼 수 있다는 '재난 시신처리 매뉴얼'을 언급하며 필리핀 보건당국에 주의를 촉구했다. 아울러 재해 사망자의 경우 체온이 급격히 감소해 체내의 바이러스나 박테리아 등이 생존하기 힘들어 전염병의 우려가 낮기 때문에 급히 집단 매장을 할 필요가 없다고 덧붙였다.
한편 필리핀 당국은 희생자 신원확인 시스템을 구축, 가동에 들어갔다. 필리핀 보건부는 신속한 시신 확인을 위해 세계보건기구(WHO)와 국립수사국(NBI), 필리핀대학 등 내외국인 법의학 전문가 5명이 참여하는 전담팀을 구성했다고 밝혔다. 당국은 전담팀의 시신 확인이 진행되는대로 유족 등에게 지정된 시간에 시신 신원을 최종 확인해줄 것을 요청할 방침이다. 보건부는 팀별로 하루 평균 시신 40구의 신원 확인 작업을 벌일 것이라면서 유족들에게 인내를 갖고 기달려달라며 양해를 구했다. 당국은 이를 위해 어려운 상황에서도 희생자 소지품과 특이점, DNA 검사용 샘플을 최대한 확보하기로 했다.
당국은 신원확인 절차가 마무리되면 시신들을 가매장, 추가 조사가 이뤄질 수 있도록 할 계획이다. 수퍼 태풍 '하이옌(Haiyan)'으로 인한 사망·실종자 수가 17일 오후 5시 현재 4900명에 달하는 것으로 공식 집계됐다. 이는 "사망자수가 많아야 2500명 수준에 머물 것"이라던 베니그노 아키노 대통령의 예상을 크게 웃도는 수치이다. 유엔 등 국제기구들은 하이옌 피해를 입은 전체 도서 지역에 대한 피해 집계가 끝나지 않은 만큼 시일이 지나면 사망자 수가 더욱 증가할 것으로 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