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 사람에게 인권이 있다면 죽은 사람에게도 동일한 격이 있는데 바로 '시권(屍權)'이란 개념이다. 범죄 혐의 증거 채취, 기타 필요에 의해 시신을 과도하게 부검할 경우, 사람을 두번 죽인다는 죄의식을 이제는 좀 불식해도 될 것 같다. 또 부검까지 가지 않고 사인을 밝힐 수도 있다. 뿐만아니라 부검의 목적을 달성한 후에라도 추가 정보가 필요할 경우 간단하고도 유용하게 이용할 수 있는기술이 개발되었다.
국립과학수사연구원(국과수)은 3차원 영상복원 기법을 도입해 부검 때 시신의 훼손을 최소화할 수 있게 됐다고 밝혔다. 국과수는 '다중검출 전산화 단층촬영장치(MDCT)'를 도입해 일반 CT 기계보다 촬영시간을 줄이고 더 선명한 영상을 얻을 수 있게 됐다고 설명했다. 또 부검 후 매장이나 화장한 시신에 대한 추가 정보가 필요할 때 MDCT를 활용하면 시신의 영상정보를 언제든지 선명한 3D로 구현할 수 있게 됐다.
국과수는 이날 오후 3시 국과수 법의학동에서 MDCT 설치 완료에 따란 기념식과 시연회를 열었다. 서중석 국과수 원장은 기념식에서 "MDCT의 도입으로 지능화되는 각종 범죄에 대한 대응책을 마련하고 시신 훼손을 줄여 유족과 사자(死者)에 대한 명예와 존엄 유지에 한 걸음 더 다가갈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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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미국 범죄수사 드라마를 보면 첨단 영상 장비로 살인 사건을 추적해 가죠. '한국판 CSI'로 불리는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이 3차원 영상분석 기법 도입으로 부검 없이도 죽음의 원인을 밝혀내고 있습니다.
김민상 기자가 보도합니다.
[기자]
호프집을 운영하던 52세 여성 오모씨는 이달 초 자택에서 숨진 채 발견됐습니다. 외부 침입 흔적은 없었고, 이불을 가지런히 덮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이 시신을 3차원 영상 기법으로 분석한 결과 머리뼈 안에 피가 고인 흔적이 발견됐습니다. 타살 가능성의 단서가 잡힌 겁니다.
[박혜진/국립과학수사연구원 법의학과장 : 자연사고 시신이 늦게 발견돼 부패됐다고 넘어갈 수 있는 사건인데 CT를 찍게 되면 외인사일 가능성이 있습니다.]
국과수가 18억 원을 들여 지난달부터 시범 운영하고 있는 다중검출 단층촬영 장치, 'MDCT'. 3차원 영상 장치는 2분 만에 시신 한 구의 피부와 뼈, 장기 내부까지 촬영할 수 있는 데다 장례 후에도 영상 증거를 보존할 수 있습니다. 일반인들이 찍는 CT와 비슷하지만 죽은 사람의 혈관 분포까지 상세히 끄집어 낼 수 있습니다. 부검에 대한 유족들의 거부감도 줄일 수 있을 전망입니다. 특히 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 때처럼 역사적인 사건에서도 큰 도움이 될 것으로 보입니다.
[서중석/국립과학수사연구원장 : MDCT 필요성을 느낀 것은 고 노무현 대통령 서거 당시(였습니다.) 영상으로 정확한 결과를 얻을 수 있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