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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사 이벤트

'사자(死者)들의 호소(呼訴)' 근본적인 문제는?

시민단체들 '나눔우리상포실천운동' 출범식 거행

 

“일본에서 배워온 덤터기 상조문화 개선, 장묘문화 법개정을 위한 청원 운동”이란 주제를 내걸고  6개 시민단체들이 참여한 가운데 개최된 '나눔우리상포실천운동' 출범식이 초대된 사람들이 세종문화회관 1층 세종홀을  가득 메운 가운데 성대하게 치러졌다. ‘한국골든에이지포럼’(김일순), ‘나눔국민운동본부’(손봉호), ‘건전가정의례협회’(김관희), ‘마음건강연구소’(변성식), ‘생사의례문화연구원’(강동구) 등 시민단체 대표가 공동으로 발의한 '나눔우리상포실천운동 '출범식이 12일 오전 11시 세종문화회관 세종홀에서 개최되었다. 허례허식의 장례·장묘 문화를 개선하겠다는 취지의 ‘사전장례의향서’를 근거로 건전하고 작은 장례운동을 펼쳐온 시민사회단체 대표들이 발기하여 '우리상포협동조합(이사장 김안태)'을 설립하고 우리의 고유한 상포계 정신을 되살리자는 실천운동의 일환이었다.

 

먼저 현행 상조회사의 실상과 비리를 공개하는 영상에서는 이제는 무언가 어떤 제동을 걸고 개혁하지 않으면 안 될 시점임을 강조하고 그 중심에서 '장례의향서' 취지를 구체적으로 실천할 새로운 기구의 필요성을 역설하고 나섰다. 국민의례에 이어 김일순 '한국골든에이지포럼' 회장은 환영사를 통해 오래전부터 죽음 문제에 관심을 가지고 '사전장례의향서'를 준비해 왔다며 여러 기관 단체가 호응 참여에 내빈 여러분들에게 감사한다고 말했다. “사전장례의향서를 하루에도 3천명이 쓰는데, 문제는 그런 장례를 치러주는 업체가 없다. 말로만 하지 말고 대안을 제시하려고 한다. 그래서 직접 나서서 우리 상포계의 정신을 되살리고자 협동조합을 만들고 실천운동을 일으키는 것"이라고 행사의 취지를 설명했다.

 

주제발표 순서에서는  “우리사회 상조문화의 실태와 현상” (변성식 마음건강연구소 소장), “사망자수 급증시대 사회경제적 충격” (강동구 생사의례문화연구원장), “나눔 장례 장묘 문화 개선 실천운동” (김관희 한국건전가정의례협회 회장) 등 순으로 진행되었는데 자리를 가득 메운 참석자들은 잘못된 관행을 바로 잡자는 근본 취지에 공감한 듯 진지하게 경청했다. 또 함께 펼쳐진 한국배우협회 회원들의 ‘사자의 호소(死者의 呼訴)’ 퍼포먼스는 행사를 이채롭게 돋보이게 하고 있었다.

행사 주관측의 홍보자료에 의하면 ‘나눔우리상포실천운동’은 ‘사전장례의향서’를 바탕으로 아름다운 선택을 통한 작고 건전한 장례문화를 협동조합 방식으로 선도하려는 방식이다. 선불식 할부거래업 상조와는 달리 최저 78만원에서 최고300만원까지 장례 시에 선택하는 후불식 '나눔우리상포서비스'를 단 1만원 회원가입비(무연고자 장례 지원 및 사업운영비)로 제공한다고 한다. 또한 나눔우리상포실천운동은 국가가 장례를 책임져 주는 장례바우처 도입을 주장하고 있는데. 장례바우처는 ‘사전장례의향서’ 등으로 신청한 분들에게 국가 또는 지자체, 민간단체가 현재 무연고 시신 처리에 드는 비용, 약75만 원 정도의 아주 작고 검소한 자연장 중심의 건전장례를 치러주는 제도로 노인복지에 꼭 필요하고 새로운 방안이 될 것이라고 언급하고 있다.

‘나눔우리상포실천운동’은 나아가 장례바우처 제도 도입으로 불법묘지와 호화분묘에 중과세, 묘지 및 장례서비스 면세 조항 철폐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현재 지방세 누진세인 종합토지세 과세 기준에서 묘지는 지목상 면세다. 현행 면세인 ‘묘지’를 ‘국가가 인정한 묘지’로 제한하고 불법묘지와 호화분묘에 중과세하게 하고, 세금탈루와 지하경제 중의 한 원인이 되고 있는 장례업 서비스의 면세 항목 또한 철폐하여 장례·장묘 업계의 투명성을 이루어 장례복지 재원을 마련한다는 것이다.

출범식을 기획하고 시종 주관한 ‘우리상포협동조합’(이사장 김안태)은 지난 5월 28일자로 설립인가를 필한 장례협동조합으로 “최근 사회적으로 국민의 신뢰를 잃어가고 있는 상조문화를 건전한 장례문화서비스로 정착 발전시키고자 설립된 단체로서 그 설립취지에 입각해 상부 상조, 나눔정신을 실천해 나가는 상포협동조합이며 협동조합정신에 맞는 상포문화서비스를 구현 하고자, 기존 상조회사에 매달 납입하는 상포부금과는 달리, 업계최초 ‘사전장례의향서’작성에 기초한 실비 후불결제 시스템을 도입, 진정한 ‘건전장례문화실천’을 추구하고 있다.”고 말하고 있으나 실제 현장에서는 ‘사전장례의향서’와 함께 ‘건전장례서비스’ 양식을 배포하고 있었는데 10만원 가입비와 총 240만원의 서비스 내용이 명기되어 있었다.

 

여기에서 개선의 대상으로 지목한 기존 상조회사와의 특별한 차별성이 보이지 않고 현재 한창 유행하는 ‘후불제 상조’와 별로 다름이 없어 결국은 또 다른 상조업을 하는 게 아니냐는 실망감을 주는 일면도 노출하고 있어 아쉬운 감이 있다. 우후죽순 난립한 상조회사들의 비리와 영리 추구에 물든 현행 장례의식이 고인에 대한 아름다운 추모정신을 상실해 갈 뿐만 아니라 이웃간 상부상조의 미덕마저 급속히 사라져 가고 있는 현실은 그 원인을 어느 한 부분에서 딱히 지적해 낼 성질이 아니다. 2000년대에 들어 갑작스럽게 시행된 화장장려정책, 경제발전의 바탕이 된 산업화와 어른에 대한 존경과 동기간의  우애가 사라져 간 급속한 핵가족화, 그리고 무엇보다 이웃나라에서 도래한 상조산업의 불가피한 영리 추구, 이러한 요인들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상황을 능히 지적할 수 있다.

 

특히 금번에 강조한'사전장례의향서'가 지적한 항목들이 너무 단편적이고 범위가 좁다는 사실로 인해 특정 단체나 현장 종사자들이 근본 취지를 살린다든지 비용측면의 영향력을 행사하기가 힘든다는 사실을 지적하고자 한다.

 

먼저 우리 모두의 추모의식이 변해야 하는 것이 기본이며 현장 종사자들의 고객가치 부여란 사명의식을 위해서는 먼저 그들의 직업인으로서의 자긍심과  수입의 안정성을 확보해 주어야 한다. 그런 후에야 장례서비스 시스템의 근본적인 개선과 투명한 비용구조가 가능하게 되는 것이다. 설령 몇몇 기관 단체가 현황을 자각하고 개선 운동을 펼치더라도 단기간에 열매를 거둘 가능성이 적다. 기자는 무엇보다 우리들의 죽음에 대한 올바른 인식이 가장 중요한 문제라고 보고 있다. 행사 중 격려사를 해준 어느 인사가 이러한 말을 했다. "내 직함이 남명대 명예교수라고 소개되었는데 사실 중국 20여 개 소수 종족들과 꾸준한 교류 경험으로 그들의 죽음관을 잘 알고 있다. 우리네 장례의식은 산 자들 위주로 일정형식의 신속한 쓰레기 처리 과정처럼 보이는데 반해 그들에게 있어서의 장례식의 실체는 '고인'이며 자기완성인 죽음을 스스로 준비하고 결정하여 가장 아름답게 떠나는데 있어, 산 자들은 단지 고인을 아름답게 부각시키고 빛내는 에이전트 역할을 하는 방법을 택한다. ” 사실 우리 시회도 이러한 의례 정신이 행사의 근저에 있는 한, 장례행사의 불합리와 장례식장의 부조리가 개입할 여지가 있을 것 같지가 않다.

 

뜻있는 시민단체들이 작금의 부조리한 상황을 개선해 보고자 하는 의도를 조직적으로 전개하기 시작했다는 사실은 의미가 있다고 보는 동시에 또 뜻있는 시민단체나 개인들이 퍼포먼스 '사자(死者)들이 호소(呼訴)' 하는 근본적인 문제를 공통적으로 더 많이 인식하고 함께 풀어 가야할 과제를 생각케한 행사였다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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