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의사가 직업이 아닌데도 그 중요하고도 아름다운 일을 하며 30년 동안 봉사활동을 해온 이가 있다. 광주에서 시내버스를 운전하는 한우기씨(48)다. 한씨가 최근까지 염습(殮襲)한 망자는 대충 100여명에 달한다. 장례절차가 현대화, 전문화된 탓에 한씨의 따뜻한 손을 거친 망자들은 대부분 농촌 지역의 소외된 계층이다. 평생 외로웠을 망자들을 위해 한씨는 자신의 도움을 필요로 하는 곳에는 열 일을 제처두고 달려가 인생의 마지막을 함께 한다. 한씨가 염을 배운 것도 춥고 배고픈 어린시절을 이겨내기 위해서였다. 학용품을 준다기에 성당에 들렀다가 우연히 신부님이 망자를 염하는 모습을 봤다. 그 시절 염을 배우면 성당에서 오래 지낼 수 있을 것 같았다. 한씨와 장례일은 그렇게 인연이 돼 30년 동안 이어졌다. 고향 함평을 떠나온 한씨는 어릴적 배고픈 기억을 잊지 않고 본격적인 봉사활동에 뛰어들었다.전남·북 지역의 농촌을 돌아다니며 독거노인과 소년소녀가장들을 보살피기 시작했다. 현재 한씨가 도움을 주고 있는 이들은 37명으로 웬만한 복지시설 인원에 달한다. 낯선 사람의 모습에 간혹 이상한 사람으로 오해받기도 했지만 한결 같은 그의 모습에 주민들도 식구 처럼 한씨를 대하고 있다. 버스운전기사 월급으로는 가정생활도 빠듯하기에 한씨는 퇴근 후 깡통이나 소주병 등의 재활용품을 모아 봉사활동비로 충당하고 있다. 자신의 봉사활동이 외부에 알려지는 것을 극구 사양하던 한씨는 거듭되는 요청에 인터뷰에는 응했지만 사진촬영만은 사양했다. "배운 것도 가진 것도 넉넉하진 않지만 어려운 이웃을 돕는다는 것 하나만으로도 마음이 커지는 것을 느낄수 있습니다. 인생의 마지막을 함께 해주는 것도 큰 보람이죠" 한우기씨. 그는 세상에서 가장 행복한 장의사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