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기환자 절박한 심정 이용" 말기 암환자 등 "현대의학으로는 더 할 수 있는 것이 없다"는 진단을 받은 환자들은 마지막 희망을 걸고 대체의학에 매달리는 경우가 많다. 그런데 이들의 절박한 심정을 이용해 초고가 치료비를 요구하는 곳이 많아 피해 사례들이 늘고 있다. 말기 암 환자인 B(40)씨는 서울 강남의 한 한의원에서 주 6회, 3개월 과정으로 침을 맞고 있다. 한 번 갈 때마다 15만원이 들기 때문에 3개월에 1000만원 넘게 든다. 제주도에 살던 그는 이 시술을 받기 위해 한의원에서 5분 거리에 원룸을 구했다. B씨의 부인은 "완치 보장도 없지만 다른 방법이 없어 일단 한번 매달려보자는 심정으로 온 것"이라며 한숨을 내쉬었다. 간암 3기인 이모(33)씨는 최근 암환자 인터넷 카페에서 채팅으로 만난 사람에게 면역력을 높인다는 "러시아산 차가버섯"을 사려 했다. 100g에 50만원을 넘게 불렀고 혹시나 하는 심정으로 사려다 거래 직전 다른 회원들의 만류로 포기했다. 나중에 알고 보니 보통 100g에 20만원 선인데, 2.5배나 많게 부른 값이었다. 이씨는 "절박한 사람들을 노리고 바가지 씌우려는 경우가 많았다"며 "최근에는 집안에 "황토방"을 만들면 병을 고칠 수 있다며 방을 만드는 데 수백만~수천만원을 부르는 사람도 있다"고 말했다. |
보건복지부 발주로 연세대 원주의대 김춘배 교수가 진행한 "우리나라 암환자의 보완대체요법 이용행태 및 관리방안 연구"(2007년)에 따르면, 암환자의 84.2%가 대체의학을 이용한 경험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전국 16개 병원에서 대체요법을 이용하는 1009명의 암환자를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에서, 암 환자의 58%는 "거의 매일 평균 3년 정도 대체요법을 이용했다"고 답했다. 김 교수는 "국내에서만 300여종의 대체요법이 있다"며 "피해사례를 줄이기 위해서는 보완대체 의료를 제도화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정부는 보완대체요법에 대한 명확한 가이드라인을 갖고 있지 않은 상황이다. 복지부 관계자는 "일부 난치병 환자들이 대체요법에서 피해를 보는 경우가 있지만 아직까지 대체의학을 의료법상 어떻게 해석해야 할지, 자격은 어떻게 부여해야 할지 등에 대한 합의가 이뤄지지 않았다"고 말했다. 국립암정보센터는 ▲기존의 의학적 치료를 중단하라고 권유하거나 기존의 의학적 치료법이 자기들이 제공하는 치료법을 방해할 거라고 주장하는 경우 ▲의사와 상의하지 말라고 하거나, 요법의 비밀성분을 말해주지 않는 경우 ▲특정 요법이 모든 암에 효과가 있다고 주장하는 경우 ▲치료비용이 많이 들거나 치료비를 한꺼번에 달라고 하는 경우 등은 치료법의 정당성을 의심해봐야 한다고 제안하는 정도다. 암시민연대 최성철 사무국장은 "많은 암 환자들이 보완대체요법을 접하다 보니 실제 피해사례도 상당히 있지만, 목숨을 담보로 하는 싸움이기 때문에 문제제기를 하는 경우는 많지 않다"며 "정부에서 대체요법에 대해 적극적인 관리감독을 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조선일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