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까지 30년 가까이, 이웃끼리 애경사에 서로 돕고 살자던 두레정신으로 어려운 가운데 속속 창업한 군소회사들은 고생, 고생 그야말로 뼈빠지게 노력해서 멍석을 마련했는데 낯설고 부티 나는 사람들이 갑자기 망석 한가운데로 뛰어들어 내가 주인입네 판을 벌리는 격이다. 부실하고 불건전한 업체들의 난립으로 피해를 보면서도 열심히 노력하여 살아남은 군소 상조회사들은 추이를 지켜보며 살길을 탐색하고 있다. 새해부터 본격적으로 나서는 거대조직의 일원이 되어볼까 생각중인 회사들도 있다. 그도 저도 아니고 형편상 회사를 접어야 한다면 지금까지 꼬박꼬박 회비를 납입해 온 회원들은 어떻게 할 것인가 ? 믿고 맡겨준 소비자의 신뢰를 저버리고 다른 큰 회사에다 명단을 넘길 것인가 ? 그 부작용은 없을 것인가 ? 상조업을 금융개념으로 바라보고 그 안전성을 문제로 삼은 부작용이다. 이것은 어느 누구의 잘못도 아니다. 아니면 모두의 잘못이다. 국회의원들조차 브랜드 관리를 위해 수시로 상조회사 안전성을 질타하는 보도 자료로 재미를 보면서도 정작 법안하나 시의 적절하게 처리를 못하고 있지 않은가 ? 새달부터 본격적으로 업무를 개시한다는 모 거대 상조회사는 특정단체 구성원들의 공제를 주 업무로 하는 조직이 설립한 상조회사다. 상조서비스도 그 특정단체 구성원을 대상으로 한다면 별문제지만 전국민을 상대로 회원을 모집하고 서비스를 제공한다면 이것은 생각해 볼 문제다. 구성원들의 봉급은 어디에서 나오며 그 돈으로 국민을 대상으로 사업을 벌이는 것이 타당한 것인지, 감사를 한다는 국가기관은 그 특정기업의 영리행위를 감사한다는 것인지 의문점이 없지 않다. 또 영리를 목적으로 해야 한다면 그 이윤은 어디에서 나올 것인가? 특별히 다른 수익모델이 없다면 장례행사로 인한 수입이 될 것이다. 영리기업의 특성상 되도록 매출을 올려야 하고 이익을 남겨야 한다. 그야말로 죽음을 가지고 장사를 하지 않을 수 있을까 ? 그러지 않아도 근자에 상조상품의 가격이 슬금슬금 상향되고 있다. 브랜드 마켓팅으로 시장 점유율을 높이면서 그 댓가로 그만큼의 이윤을 더 올리는 것이다. 이젠 장례식장의 그것과 정반대로 되어 가고 있지 않은지 모르겠다. 장례행사가 진행되는 만 36시간 내지 48시간 동안 얼마나 특별한 서비스를 받고 있으며 또 받게 될른지 그것도 고개가 갸우뚱거려진다. 이래저래 애꿎은 사람은 소비자들이다. 정성을 다한다는 홍보를 믿었든지 아니면 이미 불입한 회비가 아까워서든지 또 아니면 거대 조직의 구성원으로서의 의무이든지 간에 여하튼 꽤 비싼 비용을 지불하게 될지도 모른다. 우리네 전통 두레정신은 사라져 가고 돈 있는 기업의 돈 놓고 돈 먹기 잔치가 바야흐로 벌어지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