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대는 아는가/ 이름 모를 땅에 잠들어 계실 이름 모를 용사들을/ 대지를 물들인 그들의 수많은 피와 땀의 의미를…"(육군 75사단 김경환 병장의 자작시 〈그대에게 고하노라〉) 18일 오후 경기도 남양주시 진접읍 경복대학교 문화관에서 이색적인 시 낭송회가 열렸다. 객석은 온통 초록색 군복의 물결이었다. 이날 행사는 육군 75사단과 문인협회 남양주시 지부가 함께 연 "호국시 낭송회"였다. 장병들은 모윤숙 시인의 〈국군은 죽어서 말한다〉 등 애송시 5편과 자작시 2편을 읊었고, 남양주 문인협회 시인들도 〈참으로 장한 아들〉(이용호 시인) 등 각자의 시 7편을 낭독했다. 이석우 남양주시장도 축사와 함께 윤동주 시인의 〈서시〉를 낭송했다. "산 옆 외따른 골짜기에/ 혼자 누워있는 국군을 본다/ 아무 말 아무 움직임 없이/ 하늘을 향해 눈을 감은 국군을 본다"로 시작하는 모윤숙 시인의 작품을 신진영 이병이 비장하게 읽자 강당을 메운 450여명 장병과 시민 100여명은 숙연한 표정을 지었다. 이날 낭송회는 75사단이 지난달 전 장병을 대상으로 실시한 호국시 낭송 경연대회의 마무리 행사였다. 시 낭독은 최우수상(김경환 병장), 우수상(손보길 일병 등 3명) 등 수상자들이 맡았다. 이육사 시인의 〈광야〉를 낭송한 김요한 이병은 "한 사람이 작은 것 같지만 꿈을 잃지 않고 기꺼이 자신을 희생하며 노력할 때 큰 열매를 맺을 수 있다는 걸 느꼈다"고 했다. 문인협회 남양주 지부장 이용호씨는 "자칫 경직될 수 있는 군인들이 시를 통해 마음의 여유와 정신적 무장을 재충전할 수 있다면 그것만으로도 큰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이번 호국시 낭송대회는 사단 정훈참모 양원도 소령이 제안해 이뤄졌다. 75사단은 호국시 낭송회를 전 군(軍)으로 확산할 수 있도록 상부에 건의할 방침이다. 김남권 사단장은 "호국시를 통해 젊은 병사들에게 조국을 위해 목숨을 태운 영웅들을 기억하는 기회를 갖도록 하고 싶었다"고 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