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영리의료법인’ 설립을 다시 추진한다. 세계 유수의 병원과도 경쟁할 수 있는 최첨단 대형 병원을 키워 국부를 늘리겠다는 취지에서다. 그러나 의료서비스 양극화를 초래한다는 비판도 적지 않아 추진 과정에서 상당한 논란이 예상된다. 9일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정부는 서비스산업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해 영리의료법인의 설립 허용을 추진하고 있다. 현재 의사와 비영리법인에만 있는 의료기관 설립 자격을 대형 자본에도 주겠다는 게 핵심이다. 재정부는 영리의료법인 설립을 허가하면 의료서비스 분야의 경쟁이 촉발돼 의료 소비자와 국가 경제에 도움을 줄 것이라고 판단하고 있다. 실제로 국내 의료 수준은 세계적으로 뛰어난 편이지만 병원을 영리 목적으로 운영할 수 없어 첨단 의료서비스를 제공하지 못해 왔다. 재정부 고위 관계자는 “현재는 대형 자본이 의료서비스 시장에 진출하는 것이 제한돼 있어 의료기관이 수요 변화에 적절하게 대응하지 못하고 있다”면서 “고소득층이 우리나라에선 불가능한 초고가 의료서비스를 받기 위해 해외로 나가는 것도 이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실제로 의료서비스 수지는 2006년 이후 3년 연속 연간 6000만달러 이상의 적자를 기록 중이다. 그러나 영리의료법인 설립 허용이 재정부의 계획대로 풀릴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과거 노무현 정부도 의료시장을 발전시킨다는 취지로 추진했지만 시민단체의 강력한 반대로 포기했고 현 정부도 정권 초기 논의를 벌이다 부정적 여론이 확산되자 계획을 보류했기 때문이다. 국민정서도 우호적이지 않다. 지난해 7월 제주특별자치도에서 영리의료법인 허용에 대한 주민투표를 벌였지만 반대가 더 많았다. 주무부처인 보건복지가족부도 신중한 자세를 보이고 있다. 영리의료법인을 도입하자는 데는 원칙적으로 찬성하지만 당장 시행하는 것은 힘들다는 입장이다. 영리의료법인이 세워지면 의료서비스의 ‘부익부 빈익빈’ 현상이 심화될 수 있다는 우려에서다. 복지부 고위 관계자는 “영리의료법인에 대한 기대와 우려가 동시에 존재한다”면서 “제주특별자치도나 경제자유구역 등에서 우선적으로 시행하고 나타난 효과를 분석한 뒤에야 (전면 시행이라는) 다음 단계를 검토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당장 13일 서울 보건사회연구원에서 열리는 토론회에서부터 격렬한 논쟁이 벌어질 것으로 보인다. 정부와 한국개발연구원(KDI)이 개최하는 이 토론회에는 각 분야의 전문가와 업계 관계자, 공무원 등이 참석할 예정이다. 정부는 토론회에서 나온 여러 의견을 검토한 뒤 ‘서비스산업 선진화 방안’ 수립에 반영할 계획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