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도는 종교적인 성지였다. 심지어는 죄인이 소도에 도망가 있으면 알고서도 잡지 않았던 성지이다. 이러한 성스러운 장소에 솟대가 세워져 있고, 솟대의 핵심은 "철새"라는 사실이다. 11월 초순이 되면 우리나라에는 철새가 날아온다. 천수만에는 세계 가창오리의 90%에 해당하는 30만~40만 마리의 오리가 날아와 간척지의 논바닥에 떨어진 낟알을 먹는다. 서산 간척지의 수천만 평 논에는 철새의 먹이가 풍부하기 때문이다. 필자는 날개를 펴고 북방의 먼 하늘에서 날아온 철새들을 볼 때마다 솟대가 지닌 종교적 의미를 생각하곤 하였다. 왜 고대인들은 이 철새를 성스러운 영물로 생각하였을까? 갑골문 권위자인 시라카와(白川靜)는 고대인들에게 있어서 새는 "영적(靈的)인 메신저"였다고 한다. 철새는 아무 때나 오는 것이 아니다. 때가 되어야만 일정한 장소에 돌아오는 새가 철새이다. 그 돌아오는 광경을 보고 사람들은 죽은 자기들 조상의 혼(魂)이 철새로 환생하여 다시 후손들이 사는 동네로 돌아오는 것으로 생각하였다는 것이다. 철새가 돌아온 곳에다 사당을 세우고 조상의 제사를 지냈던 것이다("주술의 사상"). 철새는 죽은 조상의 영혼으로 여겼던 것이다. 그렇다면 솟대는 조상의 영혼을 상징하는 조형물인 것이다. 새를 의미하는 "추"가 들어간 한자, 예를 들면 "진(進)"자는 고대인들이 중요한 시기에 나아갈 것인가, 말 것인가를 놓고 새점을 쳤기 때문에 생긴 글자라고 시라카와는 풀이한다. 11월에 오는 철새들은 그냥 새가 아니다. 죽은 조상들의 영혼이 다시 온 것이다. [조선일보/ 조용헌 칼럼] 제공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