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일본에서는 고령화와 개인의 존엄성을 중시하는 문화적 변화로 인해 ‘재택사’라는 개념이 점점 더 주목받고 있다. ‘재택사’는 병원이나 요양 시설이 아닌, 자기 집에서 생을 마감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것을 의미한다.
이는 환자와 가족의 의지를 존중하며, 편안한 환경에서 삶의 마지막 순간을 보내고자 하는 욕구에 부응하는 것으로 재택사에 대한 수요가 증가하면서, 방문 간호사, 방문 의사, 재택 호스피스 등의 서비스가 확충되고 있다.
환자가 집에서도 전문적인 의료 및 돌봄 서비스를 받을 수 있도록 하기 위함이며, 가족과의 시간을 중시하는 문화적 변화와 맞물려 있다. 원격 의료 기술의 발달로 인해 집에서도 전문적인 의료 상담과 진료가 가능해진 관계로 재택사를 원하는 환자들에게 큰 도움이 되고 있다. 지역사회 또한 재택사를 지원하는 다양한 자원봉사 활동이 이루어지고 있으며, 예를 들어 이웃 간의 돌봄 네트워크 구축, 재택사를 지원하는 비영리 단체의 활동 등이 활발하다.
이러한 움직임은 개인의 존엄성과 삶의 질을 중시하는 현대적 가치관과 맞물려 일본 사회에서 점점 더 중요한 이슈로 주목받고 있으며, 다른 고령화 사회에서도 중요한 참고가 되고 있다.
이러한 변화는 가족 구조가 핵가족화와 맞벌이 가정의 증가로 인해 가정에서 환자를 돌볼 시간이 부족해지면서 필요한 물리적, 정서적 자원의 부족을 의미하기도 한다. 현대인의 바쁜 생활 방식과 공간의 제약으로 인해, 가정에서 임종을 준비하고 관리하기가 어려워 병원이나 요양 시설에서 임종을 맞이하는 것이 더 현실적이라는 인식이 강화되었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현대 의학의 발달로 생명을 연장하고 질병을 관리하는 데 큰 도움이 되었지만, 죽음을 맞이하는 과정에서 전문적인 의료 돌봄을 제공받기 위한 선택과 동시에 죽음은 병원의 일로 여겨지게 되었다. 죽음을 두려워하고, 회피하려는 경향이 강해지면서, 사람들은 죽음을 집에서 겪기보다는 병원에서 겪는 것이 더 적절하다고 생각하게 되었고, 이는 죽음을 멀리하고, 죽음에 관한 생각을 피하려는 심리적 방어기제의 일환이기도 하다.
편리함과 효율성을 따지는 현대의 생활 문화는 죽음의 과정 즉, 임종기를 삶의 장소에서 분리하려는 의도가 여러 가지 사회적, 문화적, 심리적, 그리고 의료적 요인들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로 설명될 수 있다. 이러한 의도는 현대 사회에서 죽음에 대한 인식과 대응 방식의 변화를 반영한다.
현대의 산업 구조는 죽음을 일상에서 분리해 전문적인 공간에서 다루어야 한다는 인식으로 이어졌다. 이러한 인식은 죽음을 삶의 자연스러운 부분으로 받아들이기 어렵게 만들었다. 결과적으로 삶과 죽음을 분리하는 여러 요인이 복합적인 작용으로 대부분 병원이나 요양 시설에서, 정서적으로 준비되지 않은 상태로 죽음을 맞이하고 있다.
죽음을 맞는 장소는 산자의 편리를 따라 결정되는 일이 많다. 임종 이후의 일은 산 자에게 맡겨져 이루어지고 죽음 당사자는 주인공이 되지 못한다. 존엄의 잣대는 허구에 불과해지거나 조화에 내걸려 있을 뿐이다. 임종 이후는 속도와 효율성을 중시하는 전문 시스템에 맡겨져 죽음의 과정과 직접 마주치는 일 없이 일상에서 멀어지고 잊힌다.
어느덧 죽음에 관해 이야기하는 것이 불편하거나 금기시되는 문화가 형성되었다. 죽음은 삶의 자연스러운 일부이며, 이를 받아들이고 준비하는 과정에서 개인과 가족이 존엄하고 편안한 마지막 순간을 맞이할 수 있도록 돕는 것이 중요하다.
죽어가는 이의 소망은 마지막 순간만큼은 사랑하는 가족들과 함께 지내던 익숙한 곳에서 눈을 맞추며 작별하고 싶어 한다. 마지막 하고픈 말을 여한없이 나눌 수 있는 대화의 시간을 가질 수있는 것이 중요하다. 이는 서로의 생각을 이해하고, 임종을 맞이하는 방법에 대해 공감대를 형성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다.
이는 죽음을 자연스러운 삶의 일부로 받아들이는 데 도움이 된다. 임종을 맞이하는 의례와 의식에서도 변화가 필요하다. 개인의 존엄성과 선택을 존중하면서도, 이를 지원할 수 있는 의료 시스템과 사회적 인식을 개선하는 것이 우선이다. 생사 일여(生死一如)라는 철학적 사고를 재조명하고, 삶과 죽음이 하나의 연속선상에 있음을 인식하는 문화적 접근이 필요하다. ‘재택사’에 대한 형편에 맞는 선택을 깊이 따져 봐야 할 시점이다.
사단법인 한국골든에이지포럼 이사
마음건강연구소 대표 변성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