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쪽방촌의 극빈 환자를 치료하는 요셉의원에 오랜 기간 남몰래 후원을 이어온 사실이 뒤늦게 알려졌다. 이러한 선행은 '한국의 슈바이처'로 불린 고(故) 선우경식 요셉의원 설립자의 삶을 소개하는 책 '의사 선우경식'을 통해 공개됐다.
22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의사 선우경식'에는 '쪽방촌 실상에 눈물을 삼킨 삼성전자 이재용 상무'라는 소제목으로 이 회장이 상무 시절이던 2003년 서울 영등포구 요셉의원을 방문한 일화가 담겼다.
당시 사회공헌에 관심이 많았던 이 회장은 2003년 6월 요셉의원을 찾았다. 선우 원장이 삼성호암상(사회봉사상)을 받은 지 얼마 지나지 않았을 때였다. 병원을 둘러본 후 선우 원장은 "이 상무님, 혹시 쪽방촌이라는 데 가보셨습니까?"라고 물으며 이 회장에게 쪽방촌을 보여줬다.
이 회장이 방문한 쪽방촌에는 맹장 수술을 받고 회복 중인 어머니와 아이들이 누워 있었다. 이들이 어렵게 생활하고 있는 모습을 본 이 회장은 작은 신음 소리를 내며 손으로 입을 가렸다. 당시 동행한 직원은 열악한 환경에서 사람이 사는 모습을 처음 봤기에 터져 나오는 눈물을 참은 것이었다고 설명했다.
한동안 이 회장의 얼굴은 굳어 있었다는 전언이다. 이 회장은 선우 원장에게 "솔직히 이렇게 사는 분들을 처음 본 터라 충격이 커서 지금도 머릿속이 하얗기만 하다"고 털어놨다고 한다. 이후 이 회장은 매달 월급의 일정액을 기부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회장은 요셉의원 외 다양한 곳에서 '조용한 기부'를 이어왔다. 현재도 외국인 노동자 단체 후원 등 익명으로 직접 기부 활동을 벌이고 있으며, 신임 임원들에게 축하 선물로 와인이나 난초 화분을 보내는 대신, 임원들이 믿는 종교 단체에 기부금을 내준 후 임원 개인 명의로 된 기부 카드를 선물하고 있다.
이 회장은 지난해 3월 직원들과 만나 "봉사에 적극 참여하고 싶지만, 얼굴이 알려진 탓에 쉽지 않다. 대신 익명으로 기부를 많이 하려고 한다"며 "빼놓지 않고 기부를 챙기는 곳이 외국인 노동자 단체인데, 외국인 노동자와 아이들 모두 함께 잘 살 수 있는 환경이 마련되면 좋겠다"고 말했다.
특히 이 회장은 회장 취임 후 '동행' 철학을 강조하며 나눔·상생 활동을 적극 독려하고 있다. '같이 나누고, 함께 성장하는 것이 세계 최고를 향한 길'이라는 게 이 회장의 생각이다. 올해 초 기준 '기부 페어'에 모인 금액이 약 233억원에 달하는 등 임직원들도 이 회장의 '동행' 경영 행보에 적극 동참하고 있다.
삼성은 경영 악화에 시달리는 기간에도 이 회장의 뜻에 따라 성금 기부액만큼은 줄이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이 회장이 직접 챙기는 삼성의 나눔 활동은 '청소년 교육'과 '상생 협력'으로 구분된다. 청소년 교육 중심 활동으로는 △삼성청년SW아카데미 △삼성희망디딤돌 △삼성드림클래스 △삼성푸른코끼리 등이 있다. 상생 협력 활동으로는 △중소기업 스마트공장 전환 지원 △C랩(인사이드·아웃사이드) △상생펀드·물대지원펀드 조성 △협력회사 인센티브 지급 △삼성미래기술육성사업 △나눔키오스크 등을 운영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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