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라와 가야 사람들이 죽은 이를 떠나보내고 추모하면서 빚은 다양한 토기를 통해 당대 매장 문화를 엿볼 수 있는 전시가 열리고 있다.
성보문화재단 호림박물관이 서울 강남구 호림박물관 신사분관에서 선보인 특별전 '공경과 장엄을 담은 토기'는 항아리와 이를 받치는 데 쓴 그릇받침에 주목한다.
총 220여 점의 유물을 다룬 전시는 삼국시대의 장례 문화를 짚으며 시작된다.
역사기록과 발굴성과를 보면 삼국시대 사람들은 죽은 사람을 위해 장례를 후하게 지냈다.
죽은 사람이 저승에서 생활할 물건이 필요하다고 생각하여 무덤에 껴묻거리 副葬品 로 토기와 철기, 금은옥 金銀玉 으로 만든 장신구 등을 풍부하게 묻었다.
이를 보면 무덤이 사후세계 死後世界 의 집으로 생각되었음을 알 수 있다. 이렇게 무덤을 만들어 묻고 죽은 사람을 떠나보내는 일련의 과정에서 일정한 격식을 갖추어 상장의례 喪葬儀禮 를 행하였다.
신라와 가야 등이 고대국가로 발전하면서 덧널무덤 石槨墓 · 木槨墓 과 같은 새로운 매장법과 체계적인 제사법이 등장하고 확산되면서 새로운 형태의 제사용 토기가 나타난다. 제사에 사용된 토기는 굽다리접시 高杯, 항아리 壺 , 그릇받침 器臺 등이 중심을 이루고 있다.
굽다리접시와 항아리는 그 안에 동물 뼈, 생선 뼈, 조개껍데기, 곡식, 과일 씨 등의 음식물의 흔적과 쇠방울, 작은 칼 등 금속제품이 담겨 있는 경우가 많아 죽은 사람을 위한 공헌물 供獻物 을 담는 그릇이나 제기 祭器 로 사용되었음을 알 수 있다.
바닥이 편평한 항아리를 주로 사용하였던 고구려와 달리 백제와 가야, 신라는 바닥이 둥근 항아리 圓底壺 를 많이 만들어 사용하였다.
가야의 항아리는 목이 길고 둥근 바닥을 가지고 있는 것이 많다. 바닥이 둥글기 때문에 그릇받침과 짝을 이루어 출토된다. 신라의 항아리는 굽다리가 붙은 것이 많다.
항아리에 장식과 상징을 부여하는 톱니무늬 鋸齒文, 고리무늬 圓文, 줄무늬 集線文 와 같은 다양한 무늬를 새기고, 토우 土偶 를 붙여 장식하기도 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