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사망율이 한동안 답보상태에 머물다가 코로나 펜데믹을 겪으면서 가파른 상승세를 타자 장사시설이 포화 상태에 이르고 말았다. 자칫하면 화장을 제 때 못해 4일장이 비일비재한 현실이 되어 버렸다. 가뜩이나 노인 인구가 늘어나 미래가 걱정이 되는 판인데, 이런 시설 부족 현상은 결국 유족 고객들에게 경제적으로 큰 부담을 안겨 주게 되어 보통 심각한 상황이 아니다. 최근 데일리안지가 현장을 상세히 보도하고 있다. [편집자-주]
인구 고령화와 계절적 요인 등이 겹치면서 사망자는 늘고 있지만 서울 시민들은 화장시설이 부족해 이른바 '화장 대란'을 겪고 있다. 시는 화장장 운영시간 2시간 연장 등의 특단의 대책을 내놨지만 여전히 많은 유족들이 3일장(葬)을 넘겨 강제로 장례를 더 치르고 있는 실정이다.
전문가들은 우리 사회도 이제 다사(多死)사회로 접어든 만큼 단순한 인력 충원과 운영시간 연장은 미봉책에 불과하다며 가장 먼저 화장시설을 확충하고 정부 차원에서 지자체 협의를 거쳐 타 지역 사망자의 화장도 받을 수 있도록 해야한다고 조언했다.
11일 서울시에 따르면 현재 시는 추모공원과 승화원 2곳에 화장시설을 운영하며 일평균 143건의 화장을 수용하고 있다. 그러나 고령화와 계절적 요인 등의 문제로 사망자가 급증하면서 화장공급이 턱없이 부족한 실정이다.
통계청 사망자수 등을 기반으로 화장 수요를 분석해 보면 일평균 2019년 131명, 2020년 136명, 2021년 145명, 2022년 164명, 2023년 152명으로 증가 추세다. 지금과 같은 추세라면 2028년 하루 170건 정도의 화장이 필요하게 된다.
시는 사망자 증가에 신속대응하기 위해 임시로 화장장 2시간 연장 영업을 실시하고 있다. 지난해 말 기준 하루 정규회차 137건 외에 2시간 더 영업을 하면서 최대 166건을 지원했다. 그러나 2023년 기준 3일차 화장률은 53.5%에 그친다. 여전히 많은 유족이 장례를 마치고 싶어도 화장 지연으로 장례를 강제로 더 치르는 상황이다.
이같은 '화장대란'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유행하면서 본격적으로 시작됐다. 추모공원승화원 관계자는 "화장대란은 코로나19 확산 시기 이후로 계속 이어지고 있다"며 "일평균 40명 정도가 근무를 하고 있는데 화장 건수가 늘면서 직원들의 피로도도 높아지고 있다"고 말했다.
시는 2월까지 화장시설 인력을 30명 더 채용하고 화장시간 단축 효과가 검증된 스마트화장로를 2026년까지 매년 7기씩 총 23기를 도입한다는 계획이다. 이를 통해 화장시간을 기존 120분에서 100분으로 20분 단축시키고 2026년까지 일 평균 화장공급을 190건으로 확대할 계획이다. 하지만 앞으로 고령화가 더욱 심화될 것인 만큼 이 역시도 충분한 공급이라고 보기 어렵다는 지적이다.
김시덕 을지대 장례지도학과 교수는 "인력을 충원하고 화장장을 2시간 연장 운영하면 단순히 화장 공급을 늘릴 수는 있지만 근본적인 대안이라고 보기는 어렵다. 화장을 마친 뒤 유골 봉안시설로 가거나 수목장·자연장을 해야 하는데 어떤 곳이든 밤늦은 시간에 운영하는 곳은 찾아보기 어렵다"며 "결국 늦은 시간에 화장을 마친 유족은 유골단지를 들고 집에 돌아가야 하는 상황이 발생할 것이다. 유족 입장에서는 이러나저러나 4일장, 5일장을 치르게 된다"고 꼬집었다.
이어 "우리나라도 다사(多死)사회에 접어들면서 향후 20년간 사망자 수는 계속 늘어날 것이다. 이에 정부는 최우선적으로 화장시설을 적극 늘려나가야 한다"며 "경기도 일부 승화원에서 서울시민의 화장을 받아주기도 하지만 비용이 5배 이상 더 많이 든다. 보건복지부 차원에서 지자체 협의를 거쳐 타 지역 사람도 화장을 받을 수 있도록 대안을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