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연휴가 시작되었던 금요일 저녁. ‘ㄱ’ 목사의 핸드폰이 울렸다. 전화를 건 사람은 ㄱ 목사가 대표로 있는 지역아동센터를 졸업한 학생이었다. 약 4시간 전. 학생의 아버지가 숨을 거두었다. 학생은 한참 망설이다가 저녁이 돼서야 용기를 내어 ㄱ 목사에게 전화를 걸었다.
사망한 아버지는 기초생활수급자였다. 학생을 포함한 유가족은 장례비를 감당하기 벅찼다. 퇴근 시간은 한참 지났고, 주말에 더해 연휴가 이어진다. 무척 난감한 상황이었다. 그래도 ㄱ 목사는 뭐라도 해야 했다. 이대로라면 학생은 빈소도 마련하지 못한 채로 아버지를 떠나보내야 한다. 빈소조차 차리지 못하는 것은 고인에 대한 예의가 아니라고 생각했다.
일단 ㄱ 목사는 주민자치위원회 메신저 단체 채팅방에 ‘유가족이 처한 상황에 도움을 줄 수 있는 주무관의 연락처를 알려달라’는 내용의 메시지를 보냈다. 누구도 주무관의 연락처를 알지 못했다. 자정이 되어서야 겨우 귀가한 ㄱ 목사는 심란하여 잠을 이루지 못했다.
유가족이 처한 상황을 ‘ㄱ’ 목사를 통해 알게 된 지역아동센터의 센터장은 SNS에 도움을 요청하는 글을 게재했다. 다행스럽게도, 센터장의 SNS 친구였던 관할 구청장이 이 일을 알게 됐다. 동료 시민들은 빠르게 움직였다. 학생은 담당 공무원과 연결이 됐고, 지역 사회보장협의체는 긴급회의를 열어 100만 원을 모금했다.
구청은 주말 오후 늦게 장례 지원 1차 공문을 발송했다. 연휴가 끝난 화요일에 서울시 공영장례 지원 상담센터와 의전업체는 장례 지원을 시작했다. 동료 시민들이 힘을 모아준 덕분에 학생은 아버지의 빈소를 마련하고 장례를 치른 뒤 유골을 봉안당에 모실 수 있었다.
연고자 있는 기초생활수급자도 서울시 공영장례 지원 가능
대부분의 지방자치단체 공영장례는 ‘무연고 사망자’를 그 대상으로 한다. 보건복지부 지침에 따라 ‘무연고 사망자’는 연고자가 없거나 알 수 없는 경우, 그리고 연고자가 있지만 시신을 위임하거나 기피하는 경우를 말한다.
그렇다면 연고자가 있고 장례를 치를 의사가 있지만 ‘장례를 치를 형편이 되지 않는’ 경우는 어떨까. 공영장례 지원을 받을 수 있을까?
다음 조건을 충족하는 경우 ‘연고자가 있는 사망자의 장례’도 공영장례로 치를 수 있다. 사망자가 기초생활수급자 중 장제급여 대상자이면서, 연고자가 실질적으로 장례를 치를 능력이 없는 경우다.
연고자에게 장례를 치를 능력이 없다고 보는 경우는 이러하다. ▲연고자가 미성년자, 장애인, 75세 이상 어르신인 경우 ▲장례를 치를 연고자도 사망자와 마찬가지로 기초생활수급자인 경우 ▲연고자가 미취업 상태이거나 실업하여 소득이 없어 시신 인수를 포기하려고 하는 경우 ▲사회복지 전담 공무원의 사례관리 대상자로서 지원받는 시민 중 공무원이 장례지원이 필요하다고 판단하는 경우 ▲그 외 구청장이 장례지원이 필요하다고 인정하는 경우.
공영장례를 치르게 되면 ▲시설(3시간 또는 24시간의 빈소, 안치실, 염습실), ▲고인용품(수의, 관 등 염습 입관 용품) ▲의전용품(남녀 상복 각1벌, 영정사진, 조화, 위패, 향, 초, 제기 등)▲장례의식을 위한 상차림(밥, 국, 나물 삼채, 육어류, 포, 생과일, 청주 등) ▲장례지도사 2인의 도움을 받을 수 있다.
학생의 연락을 받고 앞장서서 고인과 유가족을 위해 애쓴 ㄱ 목사는 이렇게 말한다.
“무연고 사망자 장례를 다룬 기사는 본 적이 있었어요. 자원봉사자를 구한다는 내용이었어요. 내 문제가 아니라고 생각해서 흘려넘겼죠. 그런데 막상 겪어보니, 공영장례 지원이 필요합니다. 그러나 사람들이 너무 공영장례에 대해 모릅니다.”
서울시 공영장례 지원 상담센터는 서울시와 함께 무연고 사망자 공영장례, 저소득 시민 사망자 공영장례를 안내하고 지원하는 역할을 한다. 1668-3412 대표번호로 연락하면 공영장례에 관한 구체적인 상담을 받을 수 있다.
*이 기사는 ‘저소득 시민 공영장례’의 실제 사례를 다룹니다. 인물명과 기관명 등은 인터뷰에 응해주신 ‘ㄱ’ 목사의 요청에 따라 밝히지 않았습니다. 취재에 도움을 주신 ㄱ 목사께 깊은 감사를 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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