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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뉴스

살아 숨 쉬는 묘지 '망우역사문화공원'

국가보훈처는 제104주년 3·1절을 맞아 애국독립지사들의 흑백사진을 컬러사진으로 복원해 공개했다. 그 가운데 유관순 열사의 모습은 특히나 가슴을 아릿하게 한다.

 

1902년~1920년이라는 짧디 짧은 생애 때문이기도 하고, 1919년 천안 아우내장터 만세시위 와중에 부모님마저 일본군의 총칼에 사망하고 말았기 때문이다. 유관순 열사는 서대문형무소에서 순국했는데, 공식 사망원인이 방광 파열일 정도로 일제의 잔인무도한 고문을 받아야 했다.

 

올 3·1절은 유관순 열사가 잠들어 있는 무덤에 찾아가 참배를 하고 싶었다. 유관순 열사의 고향인 충남 천안에 묻혀 있을까 알아봤더니, 뜻밖에도 서울시 중랑구 망우역사문화공원에 영면해 있었다.

망우역사문화공원은 10년 전만 해도 망우리 공동묘지라 불렸던 곳으로, 1930년대 경성의 인구가 급속히 팽창하자 일제가 공동묘지를 조성했다. 1973년 폐장했고, 2004년 망우역사문화공원이란 이름으로 바뀌었다. 유관순 열사 외에도 만해 한용운, 소파 방정환, 화가 이중섭 등 근현대사 인물 50여 분이 잠들어 있는 망우역사문화공원은 서울 시민이라면 꼭 가 봐야 할 곳이지 싶다.

 

망우역사문화공원 입구에서 시민들을 맞이하는 중랑망우공간은 방문자센터로 기획전시실과 카페, 전망대 등을 갖추고 있다. 망우산 자락이 내려다 보이는 언덕배기의 경사면을 이용해 낮고 길게 뻗어 있는 모습이 인상적이다.

2층은 120m 길이의 긴 테라스가 전망대 역할을 하고 있다. 가까이는 망우산 자락 묘지들과 능선을 보고, 멀리는 남산부터 불암산까지 바라볼 수 있다. 건물 이름을 '공간'이라고 한 이유가 느껴지는 건축물이다.

 

중랑망우공간 앞에서 '망우산' 허리둘레를 따라 ‘망우리 사잇길’ 산책로가  길게 나있다. 이 길을 따라가면 역사문화 인물의 묘역을 둘러 볼 수 있다. 이어지는 용마산까지 산행하는 사람, 자전거 타는 사람 등 봄맞이 나온 시민들이 오간다.

 

서울 시내, 수락산, 한강이 보이는 전망 좋은 망우리 사잇길을 사부작사부작 걸었더니 겨우내 움츠려 굳었던 몸이 다 풀렸다.
 

공동묘지가 들어선 '망우산(忘憂山)'은 '근심을 잊는다'는 뜻이 담긴 곳이다. 조선 태조 이성계가 자신이 묻힐 동구릉을 둘러 보고 서울로 돌아오는 길에 고개를 넘으며 “이제야 근심을 잊었구나”라는 말을 남기면서 ‘망우리(忘憂里)’ 고개라는 이름을 얻었고, 그 지명이 오늘날까지 이어졌다고 한다.

 

‘망우리 사잇길’ 산책로를 따라 걷다보면 가장 먼저 '이태원 묘지 무연분묘 합장비'를 만난다. 이곳은 유관순 열사가 묻혀 있는 곳으로, 남녀노소 시민들이 참배를 하고 있었다. 유관순 열사는 서대문형무소에서 순국 후 '이태원 공동묘지'에 무연고 묘로 묻히게 된다.

아버지와 어머니 모두 돌아가셨고 유관순 열사의 후손이 없어서였다. 이후 1936년 이태원 공동묘지를 망우리 공동묘지로 이장하면서 무연고 묘들을 화장하여 합동묘와 위령비를 세웠는데, 그 무연고 묘 속에 유관순 열사도 있었던 것이다.

 

유관순 열사의 넋을 이렇게밖에 기릴 수 없게 되다니 참으로 가슴 아픈 일이다. 중랑구에서는 매년 유관순 열사의 기일인 9월 28일에 추모식을 열고 있다고 한다.

 

한용운 선생 무덤 곁에는 부인의 묘가 자리하고 있다. 그는 '조선불교유신론'을 외치며 '절은 산에서 내려와야 하고 민족은 장래를 위해 1억의 인구를 가져야 한다'며 대처승을 주장하고 스스로 실천했다.

국민화가이자 가슴 아픈 사연이 많은 화가 이중섭(1916~56)의 무덤에도 발길이 머무르게 된다. 아담한 묘비엔 그가 그리워하던 두 아이가 꼭 부둥켜 안고 있는 그림이 새겨져 있어 마음을 짠하게 한다.

 

이 외에도 '어린이'라는 말을 만들고 '어린이 날'을 만든 소파 방정환, 근대 조각의 선구자 권진규, 모더니스트 시인 박인환, 이승만의 라이벌로 사형 당한 정치인 조봉암의 묘도 만날 수 있다.

 

19세기 말 일본으로 건너가 천연두 예방 백신 채집법을 배워 종두법을 전파하고 우두국(천연두 백신 접종소)를 설치한 개화사상가 지석영 선생의 무덤도 빼놓을 수 없다.

 

많은 사람들이 '망우리 공동묘지' 정도로만 알고 있던 '망우리역사문화공원'은 단순한 묘지공원이 아니다. 이렇게 우리 역사에서 잊지 말아야 할 위인들을 모신 곳으로, 모두가 기억하고 자주 찾아야 할 곳이다. 숲이 우거신 시민들의 휴식 공간이자, 근현대사의 보고((寶庫)로 더 많은 시민들의 발걸음이 이어지길 바란다.

 

 

출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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