질병관리청은 20일 코로나19 사망자 시신에서 감염이 전파된 사례가 없었다며 '선(先) 화장, 후(後) 장례' 원칙을 개정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앞서 야당은 그동안 정부가 코로나19 확진자가 사망할 경우 감염 방지를 위해 이같은 장례 지침을 의무화했는데, 근거가 부족했던 것 아니냐고 지적해왔다.
국회 환경노동위원장인 국민의힘 박대출 의원이 질병청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질병관리청은 "세계보건기구(WHO)의 장례 지침과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의 장례 지침, 통계 검색엔진에 검색한 결과 시신에서 코로나19 감염이 전파된 사례는 보고된 바가 없다"고 밝혔다.
질병청은 "숙주의 사망과 동시에 바이러스가 소멸하지는 않으나, 바이러스의 특성상 숙주가 없으면 생존이 어렵다"며 "(일부 사례에서)사망 후 시신의 체액에서 바이러스 유전자가 검출되었으나, 대부분 감염력이 있는 생존 바이러스가 아닌 것으로 보고됐다"고 설명했다.
또 '시신을 접촉하지 않고도 코로나19에 감염될 가능성이 있는가'라는 박 의원 측의 질문에 질병청은 "시신을 접촉하지 않는 경우 접촉과 비말에 의한 감염 전파경로가 성립되지 않는다"고 답했다.
현재 정부는 '코로나19 사망자 장례 관리지침'에 근거해 코로나19 사망자에 대해 '선 화장 후 장례' 원칙을 적용하고 있다.
박 의원은 "비과학적이고 근거 없는 방역수칙으로 유가족들은 애도할 자유, 통곡할 시간마저 박탈당했다"라며 "최소한 유가족에게 그런 권리는 드려야 한다"고 말했다
이에 당국은 현행 장례 지침이 코로나19 관련 정보가 부족했던 유행 초기에 엄격한 기준을 토대로 설정된 것인 만큼, '장례 후 화장'이 가능하도록 지침을 개정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질병청은 이날 코로나19 대응 정례브리핑에서 "코로나19 사망자 장례와 관련해 유족의 추모 기회를 충분히 보장할 수 있도록 고시·지침을 개정 중"이라고 답했다.
당국은 "장례 지침은 코로나19 발생 초기에 사망자의 체액에 의한 감염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려운 상황에서 감염병 확산 방지를 위해 마련된 것"이라며 "당시 세계보건기구(WHO)도 코로나19 감염 시신과 접촉 시 감염 가능성이 있어 철저한 예방조치를 권장했었다"고 설명했다.
다만 당국은 "그 이후 축적된 근거를 토대로 방역수칙을 엄수해 장례 후 화장이 가능하도록 하고, 고인의 존엄과 유족의 애도 기회를 보장할 수 있는 지침과 고시 개정이 진행 중"이라며 "관련 고시 개정은 곧 행정예고할 예정"이라고 부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