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눔장례지원] 아픈 사람이라도 곁에 있어야 행복한거야
당신이 있어야 내가 행복한거야
‘ㄱ’님의 장례에는 곡이 끊이지 않았습니다. 장례에 참여한 사실혼 관계의 아내가 빈소에 들어서는 순간부터 쓰러지듯 누워 ‘ㄱ’님을 부르짖었기 때문입니다. 간신히 고인 예식을 진행한 후에는 운구되는 관을 붙잡아 잠시 지체되기도 했습니다. 이렇듯 아내는 세상과 이별하는 매 순간 ‘ㄱ’님을 붙잡았습니다.
이야기를 들어보니 장례에 참여한 사실혼 관계의 아내는 ‘ㄱ’님과 20년 동안 부부의 연을 맺고 살다 헤어졌습니다. ‘ㄱ’님이 매일 같이 술을 마시고 생활력도 없었기에 함께 살 수 없어서 어쩔 수 없이 이혼해야 했습니다. 그 후 10년이 지난 어느 추운 겨울날, ‘ㄱ’님과 아내는 같이 살던 집 근처의 공원에서 우연히 재회했습니다.
다시 만난 ‘ㄱ’님은 헤어지던 순간과 너무도 다른 모습이었다고 합니다. 이불을 겹겹이 둘러 덮고 노숙을 하던 ‘ㄱ’님을 내버려 둘 수 없었던 아내는 집으로 데려와 다시 함께 살기 시작했습니다.
“행복하게 잘 살아”
눈이 많이 오던 2월의 어느 날 ‘ㄱ’님이 아내에게 마지막 인사를 건넸습니다. 임종이 가까워졌다는 것을 느꼈던 걸까요? 갑작스러운 ‘ㄱ’님의 말에 아내는 치매가 왔냐며 퉁명스레 대꾸했다고 합니다.
“똥 싸는 남편이라도 옆에 있어야 내가 행복한 거야. 그게 행복이야.”
아내는 ‘ㄱ’님을 돌보고 임종까지 지켰지만 오래전에 이혼했기에 법적인 가족이 아니었습니다. 결국 장례주관자로 지정 받아 상주가 되어 장례를 치르기까지 한 달 가까운 시간을 기다려야 했습니다. 생전에 대퇴골 수술 후유증으로 한여름에도 한기를 느꼈던 ‘ㄱ’님을 추운 안치실에 너무 오래 두었다며 슬퍼하는 아내의 눈에는 깊은 한이 담겨 있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