끊임없이 계속되는 무연고장례, 연일 수고하는 '나눔과나눔'에는 사연도 많다.
오늘의 주제는 '용서'
12월 말 나눔과나눔 활동가는 무연고 사망자 ㄹ님의 장례에 참석을 희망하는 유가족과 몇 차례 통화를 했습니다. 화장 후 자연장을 원한다는 내용으로 자세한 절차를 안내했습니다. 통화를 할 때마다 유가족이 오열하는 바람에 안내가 쉽지 않았는데, 경제적으로 힘들어 병원비, 안치비, 장례비 등을 부담하지 못해 시신 인수를 할 수밖에 없었다며 마음이 너무 아프다는 내용이었습니다.
장례에 참석한 딸은 30년 전 가정폭력에 시달렸고, 그 때문에 아버지와 헤어져 살았던 사연을 이야기했습니다. 아버지로부터 심한 구타를 당했던 어머니는 딸이 아버지의 장례식에 간다는 이야기를 듣고 심하게 화를 냈습니다.
어머니는 자신을 괴롭혔던 남편을 자연장까지 하겠다는 딸이 이해가 되지 않았습니다. 딸은 사실 아버지의 얼굴조차 기억이 나지 않았기에 혼자라도 장례식에 참석해서 아버지를 보내고 싶었다고 합니다. 때마침 고인의 여동생이 빈소에 도착했고, 두 사람은 보자마자 서로를 부르며 오열했습니다.
고모는 조카가 장례식에 참석하리라는 생각을 하지 못했습니다. “하도 못되게 군 데다 애비 노릇도 제대로 못한 아빠라 죽었다는 소식 듣고 안 오겠지 싶었어요.”
고모는 조카가 영정용 사진도 보내고 자연장도 하려고 했다는 말을 듣고 미안한 마음이 들었습니다. 빈소에서 만난 조카는 고모를 보고는 주저앉아 오열했고, 그런 그를 고모는 애처롭게 다독였습니다.
오랜만에 만난 조카의 나이를 듣고 고모는 단절되었던 30년 전 고인의 나이라고 이야기했습니다. 가족들은 서로 헤어지고 연락 없이 지내다 ㄹ님이 행려환자로 한 시설에 수용되어 있다는 전화를 받은 적이 있었지만 다시 만나지는 못했습니다.
“내 마음 편하자고 자연장 하는 거예요. 아버지는 사람 도리 못 하고 살았지만 나는 아빠한테 이만큼 했다고 이야기하려고요. 사는 동안 너무 미웠는데 관 들어오는 거 보니까 마음이 정리가 되네요.”
딸은 장례절차를 진행해준 모든 사람들에게 감사의 마음을 전했습니다. 장례를 통해 누군가를 용서하게 되었다는 딸의 마지막 말이 기억에 남았습니다. [출처 : 나눔과나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