뭐든지 죽는다는 게 요즘 시대의 키워드다. 대학도 죽고, 지식도 죽고, 책도 죽고, 종이 신문도 죽고. 그럼 TV나 영화는 생생하게 살아남아 사람들의 사랑을 받고 있는가? 그것도 아니다.
젊은 세대는 더 이상 지상파 TV를 보지 않고, 영화관도 잘 가지 않는다. 스마트폰으로 유튜브를 보거나 넷플릭스로 영화를 본다. 나이 든 세대는 정치적 견해가 맞지 않아 TV를 보지 않고 유튜브만 본다. 결국 TV도 영화관도 죽음의 대열에 끼어들었다. 뭔가 사회 전체가 재편성되고 있는 불안한 시대다.
올 초, SK텔레콤(SKT)과 KBS·MBC·SBS 등 지상파 3사가 공동사업 협약식을 맺었다고 한다. 무기력하게 넷플릭스에 콘텐트 플랫폼 시장을 내줄 수 없다는 위기감으로 공통의 적 넷플릭스에 대항하기 위해서이다.
아직은 넷플릭스의 주 시청층이 20~30대에 머물러 있지만 SNS와 유튜브에서 보여준 고령층의 놀라운 적응력을 감안할 때 한국에서 넷플릭스가 전 세대를 아우르는 위협이 되는 건 시간문제이기 때문이다.
젊은층을 넘어 할머니 할아버지까지 넷플릭스에서 보고 싶은 콘텐트를 자유자재로 찾아보게 되는 날, 이미 쇠락의 길에 접어든 지상파는 물론 지난 10년간 고공성장해온 IPTV 역시 몰락할지 모른다는 급박한 위기의식이 공동사업 체결의 이유이다.
11년 전 아이폰의 공습에 대항해 결성했던 SKT와 삼성전자의 SS동맹으로 삼성전자가 스마트폰 글로벌 1위 기업이 될 수 있었던 전례가 있기는 하다.
아이폰의 공습에 모토로라와 노키아, 블랙베리가 속수무책으로 쓰러지는 와중에 삼성만이 살아남은 것은 통신사와 협업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설득력 있게 다가온다.
그러나 시니어 세대가 지금처럼 정치를 걱정하지 않고 넷플릭스로 영화나 감상하며 편안한 여생을 보낼 때 토종 플랫폼도 성공하게 되지 않을까? ‘고령층의 놀라운 적응력’이라는 말에서 자연스럽게 든 우파적 생각이다. (글 :박정자) [출처 : 제3의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