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요 대기업이 사회공헌비용으로 매년 집행하는 예산은 수백억원에 달한다. 전국경제인연합회가 발간한 ‘2016년 주요 기업·기업재단 사회공헌 백서’에 따르면 2015년 주요 기업 255곳이 지출한 사회공헌비용은 총 2조9020억5073만원으로 나타났다. 3조원에 달하는 250여 기업의 다양한 활동들이 별다른 임팩트를 주지 못한 채 잊히고 있다는 건 아쉬운 뒷맛을 남긴다. 사회공헌 뉴스가 재미없게 받아들여지는 데에는 결과만을 보여주는 전형성이 크게 한몫한다. 대부분의 관련 보도자료는 언제 어떤 곳에서 얼마를 기부했다, 이러이러한 활동을 했다 식의 나열로 채워지기 일쑤다. 참석한 임직원들에게는 새로운 경험이고 특별한 시간이었을지 모르지만, 일반 소비자 관점에서는 익히 보아오던 활동들과 별다른 차별점이 없다. 기업에서 아무리 상세한 설명을 덧붙이고 의미를 부여해도 결론은 그저 ‘좋은 일 했다고 하는구나’로 단순하게 내려질 가능성이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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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삼성전자는 ‘열정에 기름붓기’라는 페이스북 페이지와 손잡고 스토리텔링으로 풀어낸 사회공헌 콘텐츠를 선보였다. 카드뉴스 형태로 제작한 이 콘텐츠는 삼성전자 임직원이 어디서 어떤 봉사활동을 했다는 전형적인 플롯(스토리 구성)을 따르지 않았다. 경기도 화성 한 마을에 사는 할머니의 이야기로 시작해 전체 마을이 깨끗하게 수리된 모습을 보여주며, 이 집들을 고친 근처 직장인들이 왜 이 일을 시작했는지를 설명한다. 노인들이 안타까워서란 호혜적 접근이 아닌 전공과는 다른 업종을 택한 직장인들이 남아도는 실력과 열정을 이곳에 쏟아 부었다는 스토리텔링이었다. 삼성전자란 이름이 한 곳도 언급되지 않았지만, 봉사 지역이 삼성전자 사업장이 있는 경기도 화성인 것과 참여자들이 하나같이 파란 조끼를 입고 있는 것에서 삼성 임직원의 이야기임을 알 수 있다. 물론 쐐기를 박은 건 삼성전자의 공유였다.
이 같은 소개 방식에 대해 호불호가 갈릴 수는 있지만 사회공헌 활동에 있어서도 콘텐츠 마케팅에서 시도하는 독자 친화적 접근은 점차 중요하게 받아들여지는 추세다. 사회적으로 의미 있고 좋은 활동을 보다 많은 이들이 알 수 있게 하려면 결국 정보 수용자들의 눈높이와 관심사에 포커스를 맞출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특히 콘텐츠 마케팅에서는 좋은 콘텐츠 못지않게 타이밍이 중시된다. 지금 이 순간 이용자들의 관심이 쏠려 있는 이슈를 찾아내 적절히 활용하면 효과가 증폭되기 때문이다. 특히 사회공헌 활동 자체가 사회적 문제 해결에 방점이 맞춰 있기에 관련된 이슈와 맞물리면 보다 폭발적 확산을 이끌어낼 수 있다.
열정에기름붓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