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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모님들의 웰다잉에 대해서도 의논해 보자 - 변성식

오랫만에 고향집에 들러 부모님의 모습을 보고 ‘많이 늙으셨구나’ 라고 생각하는 순간 노령의 부모님의 건강과 맞이할 죽음에 무관심할 수 없게 된다. 죽음을 맞는 방법이나 장례식, 무덤 등 삶의 마감 방식을 건강할 때 생각하고 준비하는 웰다잉이라는 단어가 제법 가깝게 느껴지는 요즘이다. 고령화가 심화되면서 사망자가 증가하는 사회임을 증명하듯이 장례와 관련된 뉴스와 TV광고가 성행하고 관련 페어가 여기저기에서 개최되고 있다. 웰다잉과 죽음 관련 서적이 속속 출판되고 있으며, 곳곳에서 세미나를 개최하고 있다.


오랜 동안 사전장례의향서와 죽음문화에 대한 강연을 해온 필자로서 고령자들의 장례의식을 살펴보면, ‘자식에게 부담주고 싶지 않다’ ‘돈을 많이 들이지 않아야 한다.’라는 내용에 모두 크게 찬성하고 있다. ‘나의 장례식은 이렇게 해다오’ ‘수의는 이렇게 해다오’ 등으로 상세하게 자신의 장례식을 생각하는 사람들도 늘어나고 있지만 나의 장례식을 성대하게 치르라고 말하는 사람은 드물다. 간소한 장례를 생각하여 3일장보다 더 짧은 2일장 혹은 장례식 자체를 생략하기를 원하는 사람들도 늘어나는 등 장례문화의 인식 변화가 뚜렷해지고 있다.

최근 20년간 7·80세 이상에서 사망자의 수가 급증함에 따라 장례식의 모습도 크게 달라져 가고 있다. 뿐만 아니라 사망자의 수가 앞으로 30년 내로 지금의 3배까지 증가할 것이 예상됨으로 현재와 같은 장례식 문화가 더 이상 지속될 수 없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예상이다. 그간 장례식장을 찾는 문상객의 수도 유족에게는 체면과 불가분의 관계에 있어. 유족들이 체면 때문에 성대한 장례를 치러왔다. 그러나 이제 집안과 친한 친구밖에 참석하지 않는 장례식으로 변해가고 있어 앞으로 유족이 더 이상 체면을 고려할 필요는 없을 것이다. 사망자의 고령화로 장례 문화의 변화가 요구되고 있는 것이다.


첫째, 부모님의 장례를 대비하여 당황하지 않도록 준비하기 위해 가족의 생각과 부모의 주변관계를 파악하는 일이다. 부모님은 장례식을 어떻게 치루고 싶은지, 가족 간에 합의가 되어 있지 않으면 갈등으로 이어지기도 한다. 만일 가족만의 장례로 끝냈다고 해도 죽음의 사실을 주변에 전할 필요가 있다. 자식 입장에서 부모가 어느 친척이나 친구와 친하게 지냈는지 부모의 교우 관계를 파악하는 것도 매우 중요하다. 같은 집에 살고 있어도 모르는 경우가 많은데 하물며 떨어져서 살던 자녀들이라면 가능성은 더 높아진다. 훗날 연하장 등의 결례 인사 등에서 ‘왜 장례식에 안 알렸느냐’는 등 고인의 친구로부터 핀잔을 듣기도 한다. 유족은 그러한 사람들의 반응에 준비할 필요가 있다.


둘째. 부모가 어떤 마음의 준비를 하고 있는지 파악해야한다. 가족에게 부담주지 않으려고 자녀와 상의 없이 상조회사에 가입하여 적립금을 내고 있는 분도 있을 것이다. 이 사실을 자녀가 모르면 모처럼의 적립금도 허사가 되고 만다. 장례식이 끝난 후에 본인의 가입자증이 나왔을 때, 동거하지 않는 가족이라도 명의 변경하면 상조 서비스는 받을 수 있지만 해지하면 해지 수수료가 부가되기 때문에 적립금 전액은 돌아오지 않는다. 매달 수 만원의 적립에서도 몇 년 동안 불입하면 적지 않은 금액이 된다. 몇 만원의 예약금을 지불하고 장의사에서 생전 예약하는 사람도 있다. 자신의 부모가 이런 준비를 하는지 여부를 확인하는 것이 중요하다.


셋째, 부모님의 묘지를 어떻게 할 것인지에 대한 것이다. ‘자식에게 부담주고 싶지 않다.’는 생각에 생전에 자신의 묘를 미리 만들어 놓은 고령자도 있다. 고향의 선산도 좋지만 막상 부모님이 돌아가면 집에서 떨어진 곳에 살고 있는 자손에게 성묘는 금전적으로 시간적으로도 큰 부담이다. 오늘날 성묘의 흔적이 없고 거친 무연고 묘지가 늘어나고 있는 것이 큰 사회문제가 되고 있다. 1987년 공식통계에 의하면 2100만기 이상의 묘지 가운데 2할 이상이 무연고 묘지라고 하며 공원묘지에서 관리비가 걷히지 않아 파산신청을 하는 실정이라는 보도도 있었다. 최근 일본의 다이이치 생명 경제 연구소가 2009년에 실시한 조사에 따르면 자신의 무덤이 "무연고 묘지가 되어서는 안 된다"라고 회답한 고령자는 13.9%에 그쳤고 "언젠가는 무연고 묘지가 될 수밖에 없을 것이다."라고 회답한 고령자가 50.3%로 절반을 넘어섰다고 한다. 게다가 자녀가 있는 고령자들의 52.7%가 무연고가 될 가능성이 높다고 대답한 것으로 나타났다. 무연고 묘지의 대부분은 후손이 끊어졌다기보다는 자손이 멀리 떨어진 곳에 거주하고 있어 성묘하기 불편하기 때문인 것으로 설명하고 있다.


부모가 자식에게 부담을 주지 않으려는 생각이 오히려 자식에게 부담이 되는 경우도 적지 않다. 장례식과 묘지를 어떻게 할지는 고령자 스스로 분명한 의사를 미리 남겨야 한다. 자손의 입장에서 바라볼 필요가 있다. 이 땅에서 살아갈 후손들을 위한 자연장이 정부차원에서도 권장되고 있다. 귀향하거나 가족들이 모이는 때에 부모님과 자연스럽게 이야기하는 기회를 가져보는 것이 어떨까.


- 한국골든에이지포럼 전문위원 변성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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