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석을 맞아 조상의 묘소에 성묘를 하러 갔다가, 모르는 이의 묘소에 성묘를 하고 돌아오는 북한 주민들의 사정을 12일 북한전문매체 뉴포커스가 보도했다. 묘소에는 주로 ‘나무’로 묘비를 만들어 세우는데, 주민들이 이를 땔감 대용으로 뽑아가기 때문이라고 한다. 2011년 탈북한 평성 출신 김진혁씨는 할아버지 묘소에 성묘를 하러 갔는데 어떤 묘지가 할아버지 묘지인지 알아보기 힘들었다고 했다. 그 이유에 대해 김씨는 "근처에 묘소가 다섯 개밖에 없어서 오른쪽에서 두 번째 묘소가 할아버지 것이라고 알고 있었는데, 재작년 추석에 갔더니 묘지가 두 개가 더 늘어나 있었기 때문"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김씨는 "기억을 더듬어 위치를 파악하고 오른쪽에서 세 번째 묘소에다가 성묘를 했는데, 나중에 알고보니 할아버지 묘소는 그대로 오른쪽에서 두 번째 것이었다"면서 "결국 재작년 추석 때는 남의 묘소에 성묘를 한 것"이라고 덧붙였다. 매체에 따르면 북한 묘소에도 남한처럼 묘비를 세운다. 다만 북한은 돌 가공기술도 부족한데다가, 비석을 세우는 것은 돈이 많이 들어서 일반 주민은 나무로 만든 묘비를 세우는 것이 일반적이라고 한다. 허나 나무로 묘비를 세운다 해도, 이마저 주민들이 땔감 대용으로 뽑아가는 상황이어서 종종 조상의 묘지를 제대로 찾지 못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하지만 김일성·김정일 김씨 부자(父子)의 묘는 이런 주민들의 현실과는 다르다. 노동신문은 지난 7월 27일(휴전협정일. 북한은 이 날을 ‘전승절’로 기념)에 김정은이 금수산태양궁전을 방문했다고 보도한 바 있다. 당시 북한 매체는 김씨 부자의 시체가 보관된 금수산궁전을 방문한 김정은의 모습을 대대적으로 선전했다. 일반 주민은 조상의 묘소마저 정확히 찾지 못할 정도지만, 김씨 부자의 시체는 신격화되고 있는 것이다. 김씨는 이 매체에 "작년에도, 올해도 비가 많이 왔는데 할아버지 묘지가 떠내려가지는 않았을지 걱정"이라면서 "고향에 남아있는 가족들이 올해는 할아버지 묘소를 제대로 찾을 수 있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