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묘지 정책 제대로 가고 있는가 ?

 
전통 장법인 매장은 한반도에 많지 않은 인구가 흩어져 살던 시대에는 실상 가장 적합한 장법이었다. 수요(사망자)에 비해 공급(묘지)은 충분했고 묘지 또한 일정 기간이 지나 풀이 자라고 나무가 자라 다시 자연으로 환원됐다. 하지만 동일한 공간에 8천만이 사는 지금, 여러 가지 문제들을 발생시키고 있다. 묘지로 인한 가용 토지자원의 잠식, 산림훼손으로 인한 환경파괴, 호화분묘에 의한 계층 갈등, 묘지 마련비용의 증가, 성묘 때의 교통체증 등등 그 폐해는 다양하고 심각하다. 그러다 보니 정부는 매장을 억제하고 화장을 장려하는 정책으로 선회했고, 여러 언론사와 시민단체들의 여론 형성과 사회지도층 인사들의 솔선수범으로 인해 화장율은 빠르게 증가했다. 화장 증가에 따라 화장 유골을 봉안하는 납골당과 납골묘가 증가했고 이는 새로운 문제들을 양산시켰다. 이에 보건복지부는 최근 화장 유골을 강이나 산에 뿌리는 자연장을 장려하고, 기존의 매장이나 납골을 억제하고자 관련법인 장사등에관한법률 개정을 서두르고 있다.

이러한 일련의 과정은 바람직하고 시대 변화 또한 잘 수용하고 있다. 그런데 문제는 정책과 제도의 지향성이 묘지가 가지는 본질적 기능을 소홀히 하고 오히려 지엽적인 문제라 할 수 있는 환경성, 합리성, 편의성만을 지나치게 강조하고 있다는 것이다. 묘지가 가지는 가장 본질적인 기능은 죽은 자와 산 자를 연결시켜 줌으로써 그 사회가 가지는 가장 기본적인 가치를 전승시켜 사회의 지속성과 사회적 통합, 연대를 담보하는 것이다. 즉 묘지는 그 사회의 가장 기본이 되는 기층가치를 담아내는 사회, 문화제도이다. 보다 합리적이고 편리하게, 보다 위생적이고 친환경적으로 고인을 모시는 것도 중요하지만 이는 본질적인 기능이 충족된다는 전제하에 추구되어야 할 부차적인 문제일 뿐이다. 서구의 개인주의, 평등주의에 비해 우리 사회는 여전히 가족주의, 공동체주의에 의해 조직화되어 있다. 요즘 서구나 미국은 지나친 개인주의가 가져오는 폐해를 극복하기 위해 사회적 연대와 공동체를 중시하는 문화운동이 활발하다. 묘지제도도 개인주의에서 그들 전통의 종교 공동체의 묘제와 동일한 기능을 할 수 있는 공동체 단위의 집합묘지제도로 회귀하고 있다. 심지어 정치체제에 관해서도 사회적 연대를 중시하는 소위 제3의 길, 공동체주의가 대안으로 논의되고 있는 실정이다. 반면 우리는 가족주의의 전통가치를 여전히 사회체계의 근간으로 하면서도 묘지제도는 이러한 가치를 담아내지 못하고 오히려 이를 약화시키거나 파괴시키는 쪽을 지향하고 있다. 편리하고 손쉽고 경제적이며 동시에 환경파괴가 거의 없는 것이 자연장으로 이는 일견 바람직해 보인다. 그러나 이는 자연장이 우리 사회의 기층가치를 담아내고 전승시켜 사회통합의 전통적 기능을 수행할 수 있어야 함을 전제한다. 하지만 사회적 유동성의 지속적 증가와 개인주의의 만연을 고려해 볼 때 자연장이 가족단위가 아닌 개인장 위주로 전개될 가능성이 높다. 이는 그나마 조상을 매개로 가족이 모여 사회 가치를 학습하고 공유하던 우리 사회의 가장 중요한 사회화의 장 하나가 섣부른 정책 지향으로 인해 곧 사라질 수도 있음을 의미하는 것이다.

문제의 시발은 애초에 논점이 잘못 맞추어져 있었던 것에 기인한다. 제반 문제를 발생시킨 요인이 매장이라는 장법의 문제가 아니라 매장이라는 장법을 시행하는 방법에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마치 매장이란 장법 자체가 문제의 근원인 것처럼 호도되었다. 그래서 매장은 온통 부정적인 혐의는 다 뒤집어썼다. 환경파괴의 주범, 묘지난의 주범, 장례비용 증가의 주범이 되었다. 하지만 매장도 적은 면적에 친환경적으로 얼마든지 조성할 수 있다. 현재의 납골도 마찬가지이다. 납골 자체가 문제가 아니라 납골하는 방법에 문제가 있는 것이다. 자연장도 많은 면적에 엄청난 환경파과를 가져올 수 있는 것이다. 따라서 정책지향은 매장보다는 화장, 납골보다는 산골(자연장)이 좋다는 식의 장법 규제가 아니라 어떠한 장법을 택하든 환경파괴, 국토잠식을 최소화하면서 우리의 기층 가치를 담아낼 수 있는 가족묘지, 종중묘지 등 의 공동체묘지로 유도할 수 있는 것이 되어야 한다.

묘지는 단순히 죽은 자들이 휴식하는 장소가 아니다. 묘지가 단지 죽은 자들만을 위한 것이었다면 산 자들에게는 의미 없는 표식에 불과할 것이다. 결혼반지는 타인에게는 단지 값나가는 금덩어리에 불과하다. 하지만 부부에게는 아주 특별하고 다양한 의미를 가지는 소중한 것, 그래서 그들의 화합과 결속을 강화하는 표식이다. 묘지도 마찬가지이다. 묘지는 그 사회가 어떤 사회인지, 그 구성원이 누구인지, 그리고 그들이 추구하는 바가 무엇인지에 대한 가장 기본적인 신념과 가치를 상징적으로 극화시켜 그 사회 구성원의 연대를 강화해주는 문화적 제도이다. 묘지를 한낱 환경파괴 없이 시신을 빠르고 쉽게, 위생적으로 처리해야 할 기능체로만 보는 것은 무지와 무식의 소치이다. 이는 마치 할아버지 방의 고려청자, 이조백자를 그것이 소중한 것인지도 모르고 외제 자기와 맞바꾸는 꼴이다.

강 동구 (姜 東求, 본지 논설위원)

-동국대 사회대학원 정책학 박사과정
-현 서울보건대 겸임교수
-현 동국대 불교대학원 장례문화학과 겸임교수
연락처; kdg38@lycos.co.kr
전화 ; 010-7309-40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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