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년 전 봄날 예순 살의 여성 시신이 앰뷸런스에 실려 장례식장에 도착하였다.
잠시 후 건장한 체구이지만 힘겨워 보이는 노인께서 장례식장에 들어섰는데 고인의 배우자인가? 하고 생각 되었다.
그런데 그 노인은 힘없이 로비의 소파에 몸을 바로 기대지 못하고 모로 기댄 채로 멍하니 천장만을 하염없이 바라보고 있었다.
나는 그 분께 다가가 가볍게 인사를 건네고 고인과의 관계를 물어 보았는데, 고인의 아버지라 하셨다. 배우자인가? 하는 나의 생각은 보기 좋게 빗나갔다. 그 분께 왜 이리 힘겨워 하시냐고 물었다.
죽은 아이는 맏이인데 태어나면서부터 선천성 소아마비가 있어서 어려서부터 업고 다녔고, 학교에 갈 때에도, 성인이 되어서도 직접 업고 다니며 돌보느라 힘겨웠다고 말씀하셨다. 육체적인 힘겨움 보다는 마음이 더 힘들었을 것 같았다.
그분의 손을 잡아 드리고 등을 토닥여 드리며 계속 이야기를 이어 가는데, 30~40대로 보이는 남녀 두 분이 장례식장으로 당황한 듯 급히 들어 왔다.
고인의 자녀분들인가? 라고 생각하고 있었는데, 어르신께서 고인의 동생들이라 하셨다.
큰 애를 낳고 장애가 있어서 돌보는데 온 힘을 기울이느라 동생들을 낳을 생각을 못했고, 그렇게 시간이 흘러 15~20년이라는 터울이 졌다는 것이었다.
어르신께서는 딸이 본인보다 먼저 하늘나라 간 것이 다행이라 하셨다. 엄마 없는 딸을 남겨두고 본인이 먼저 세상을 떠나게 된다면, 큰 아이가 어찌 살아 갈까하는 두려움이 앞서서 다행이라 하셨고, 80대 중반의 나이에도 큰애를 생각하여 매일 근력운동을 하고 자전거를 타면서 체력을 유지하고 있다고 하셨다.
말씀은 덤덤히 하시지만 여전히 회한이 남는 표정이셨다.
아무리 본인의 소망이 장애를 가진 딸이 자신보다는 먼저 세상을 떠나기를 바랬다하지만 60년이라는 시간을 딸을 위해 헌신하였고, 그 딸로 인해 기쁨과 사랑의 마음을 가지기도 하였을 것이기에 안도하면서도 그 마음에는 딸을 먼저 떠나 보내야 하는 부모로서의 슬픔과 아쉬움, 안타까움, 더 잘해주지 못했다는 자책과 둘째 셋째 자녀들에게 소홀한 자책 등의 마음이 함께하지 않았을까?
사랑하는 사람을 떠나 보내는 마음에는 슬픔과 힘겨움 등 부정적인 부분만 있는 것이 아니라 오랫동안 병상에 있거나 거동할 수 없는 가족을 떠나보내는 경험에서는 안도함, 홀가분함 등의 마음이 들 수 있다. 이러한 감정이 든다하여 비정상이 아니고 극히 정상적인 반응임을 알아야 한다.
우리의 남아있는 삶 가운데 건강과 가족이 함께하는 행복이 넘치기를 기도해 본다.
(글 : 최혁 효원추모공원 이사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