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의 삶은 희(喜), 노(怒), 애(哀), 락(樂)으로 표현되어지고, 의미가 부여되면 애경사(哀慶事)가 된다.애경사 중에서 다른 모든 것은 인간의 의지로 이루어지기도 하고 이루어 지지 않기도 한다. 유독 한 가지만 빼고... 죽음에 따른 애사이다.
죽음은 누구도 피해갈 수 없는 절대 진리이나, 그간에 우리는 죽음을 이야기하는 것을 터부시하고 꺼려했다. 죽음을 말하는 것은 고통스러운 일이고 마주하기 싫기 때문이리라.
하지만 피해 갈 수는 없다.
죽음을 앞둔 사람들의 반응은 어떨까?
정신과 의사이자 현대적 호스피스 운동의 선구자이자 죽음 주제의 가장 존경받는 권위자인 엘리자베스 퀴블러 로스에 따르면, 죽음을 앞둔 사람들의 반응은 부정, 분노, 타협, 불안(우울), 수용의 단계를 거쳐서 죽음을 받아들인다 한다. 최근에 알퐁스 디켄 박사는 5단계를 넘어서 희망을 포함하고 있다. 희망은 죽음 넘어서를 바라보는 것이다. 이는 언젠가는 하늘나라에서 사랑하는 이들과 재회하는 기쁨을 생각하기에 가능한 것이 아닐까?
죽어가는 사람이 겪는 죽음의 단계는 죽어가는 사람뿐 만아니라 그를 사랑하는 이들 역시 똑같이 통과하며, 상실 후에는 그 단계들을 다시 겪게 된다. 이러한 반응들을 말하진 않았지만 우리는 이미 알고 있었으리라. 우리는 생각하고 자각하는 존재이기에 고통스러운 반응들 때문에 미리 말하는 것을 회피하고 있었을 뿐이다.
죽음에는 갑작스러운 죽음도 있고 예견된 죽음도 있다.
갑작스런 죽음이란 돌연사라고 말하기도 하며, 죽음에 대한 예고 없이 갑작스럽게 발생하는 교통사고, 추락, 화재, 자살 등 정말 갑작스럽게 발생하기에 유족들에게 큰 충격을 안겨준다. 충격과 더불어 죽음을 부정하게 되고 혼란과 마비현상 또한 일반적으로 나타나는 반응이다. 특히 이러한 죽음을 목격했다거나 막을 수 있을 사고였다면, 분노와 죄책감이 더해져 복잡한 애도의 과정을 겪게 되고, 누군가의 잘못으로 인해 죽음이 발생됐다면 그 분노가 직접원인을 제공한 사람에게 향하기도 한다.
애견된 죽음이란 말기질환이나 장기간의 입원으로 인해 죽음을 미리 예상하는 경우를 말한다. 이러한 경우 가족들은 오랜 기간 간병으로 인해 정신적, 육체적 소진이 일어나고 정상적인 생활에 어려움을 겪기 때문에 빨리 임종하기를 바라거나 간호에 소홀할 때가 있다. 이는 환자의 죽음 이후 죄책감이나 후회감, 남들에게 표현하지 못하는 수치감으로 남게 되기도 한다.
이러한 죽음에 따른 상실 이후에 유가족은 어떠한 과정을 거치게 될까?
윌리암 월든의 애도의 과업(task theory) 이론에 따르면,
죽음에 따른 상실의 현실을 수용하고, 사별 슬픔의 고통을 겪으면서 애도작업하기, 고인을 잃은 새로운 환경에 외적·내적·영적으로 적응하기, 감정적·공간적 재배치의 과정을 지나 삶에 적응해 나간다 한다.
상실의 현실을 수용한다는 것은 ‘그 사람이 죽었다’는 것과 ‘그 사람은 가버렸다’ 또는 ‘다시는 돌아오지 못한다’라는 현실을 완전히 직면하는 것이다. 그러나 상실은 부인하는 것이 일반적인 반응이다. 부인은 상실의 충격을 완화시켜주는 역할을 하지만 오랜 시간 지속된다면 문제가 되기도 한다.
사별 슬픔의 고통을 겪으면서 애도작업하기는 상실에 대하여 모든 사람이 동일한 고통이나 방법으로 애도를 하는 것이 아니기에 유족의 감정(분노, 죄책감, 불안, 무력감, 슬픔 등)을 억누르고 회피하는 것이 아니라 그것을 표현하는 단계이며, 주변에서는 유족이 이러한 감정을 적절히 표현할 수 있도록 도와주어야 한다.
고인을 잃은 새로운 환경에 외적·내적·영적으로 적응하기는 일차적으로 고인이 없는 외적환경에 적응하는 것으로 고인과의 관계나 고인이 했던 역할에 따라 다르며, 일정한 시간이 지나면서 점점 더 선명하게 깨닫게 된다.
내적환경에 적응하는 것은 사랑하는 사람의 상실이 자기 자신을 상실하는 느낌을 받게 되는 것으로 애착관계가 클수록 상실에 대한 내적 적응이 힘들게 되며, 자아정체감에 문제가 생길 수 있다.
영적인 적응이란 자비와 사랑, 세상적인 상식, 가치와 존재 등을 말하며, 이러한 정식적인 부분들이 도전받게 되는 영적 반응으로 방치하게 되면 원망과 탄식을 하게 된다.
마지막으로 감정적·공간적 재배치의 과정을 지나 삶을 살아나가기는 유족들이 고인과 관계를 단절하도록 도와주는 것이 아니라 유족들이 정서적인 삶을 살아나가는 데 고인을 위한 마땅한 공간을 배정하도록 도와주는 일이다. 그 공간은 세상에서 유족들이 효율적으로 살아가는 것을 가능케 해준다. 감정적 재배치에 도움이 되는 것은 의례이다. 예를 들면, 묘지방문, 고인의 물건 간직하기, 메모리얼 상자 같은 것 만들기, 가족들끼리 스크랩북 만들기 등이 있다.
이제까지 우리는 흔히들 그렇게 시간이 많이 지났으니 잊어버리라고, 유품을 멀리하라고, 묘지는 먼 곳이 좋다고 표현하였지만 감정을 가진 인간이기에 사랑하는 사람을 마음속에 품고 함께 살아 갈 수 있도록 내 기준으로 평가하는 것이 아니라 유족의 입장에서 따뜻하게 위로할 수 있는 성숙한 사회가 되었으면 한다.
글쓴이 : 재단법인 효원가족공원 이사장 최혁 (효원납골공원 & 하늘家 장례식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