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감독원이 최근 '보험사기 근절방안 정책 토론회'를 열어 관심을 모았다. 최근 보험사기 규모가 연간 4조5000억 원에 달할 정도로 심각하다는 인식에 따른 것이다. 보험사기가 늘어나면서 보험료도 올라 결국 일반 소비자 피해로 이어질 수 있다는 판단도 작용했다. 보험사기로 지급되지 않아야 할 보험금이 연간 4조5000억 원에 달한다. 여기에는 병원이 허위로 청구해 연간 2920억~5010억 원이 보험금으로 새어 나간다는 얘기도 나온다. 보험사는 계약자 자산을 지켜야 할 의무가 있다. 그런데 보험사가 보험금을 제대로 지키지 못한다면 사실상 ‘업무 태만’이다.
우리나라 최초의 보험사기는 1923년 보험외판원이 계약자와 짜고 허위로 사망신고해 5000원을 받았다가 발각된 사건이다. 보험사기는 일반적으로 ‘보험회사를 기망해 보험회사로부터 보험계약상 지급받을 수 없는 보험금을 취득하는 행위’다. 이는 형법상 사기죄로 처벌받는 범죄행위다. 그런데 이제는 시대가 바뀌어 보험회사가 보험소비자를 기망해 보험계약상 지급해야 할 보험금을 지급하지 않는 행위도 보험사기나 마찬가지다.
'보험사기'는 보험사고를 고의로 일으키거나 발생하지 않은 보험사고를 발생한 것처럼 조작하거나 이미 발생한 보험사고의 원인, 시기 또는 내용 등을 조작하고 피해 정도를 과장해 보험금을 받는 행위를 말한다. 보험사기는 선의의 보험계약자가 납부하는 보험료를 빼앗는 행위다. 이에 따라 선량한 계약자의 보험료가 올라가게 돼 보험제도의 존립 기반을 약화시킨다.
이에 따라 보험사는 보험사기와의 전쟁에 나섰다. 이를 위해 보험사는 보험사기를 잡아내기 위해 형사 출신을 채용해 보험금 지급심사에 투입하기도 한다. 경우에 따라서는 병원에 입원해 치료 중인 선량한 소비자를 ‘보험사기범’으로 몰아 검찰 조사를 받게 하거나 재판정에 세우는 웃지 못할 해프닝도 간혹 벌어진다. 그런데 보험사가 약관상 당연히 지급해야 할 보험금을 소비자를 속여 지급하지 않았다면 이것 또한 ‘보험사기’가 아닐까. 이와 관련해 상상하기 어려운 일이 실제로 발생했다. 바로 자살보험금 사건이다. 생명보험 상품을 살펴보면 상품에 가입한 지 2년이 지나 자살 사건이 발생하면 ‘일반사망보험금’을 지급한다. 이에 비해 재해사망특약은 일반사망보험금 없이 재해사망보험금만 있고 보험금을 지급해야 할 경우 ‘재해사망보험금’을 지급해야 한다. 대다수 생명보험회사의 재해사망특약 약관은 가입 2년 이후 자살이 발생하면 재해사망보험금을 지급하도록 되어 있다. 그런데 생명보험업계는 2010년 4월부터 이 특약을 ‘자살보험금’을 지급하지 않도록 고쳤다.
설사 약관이 잘못 만들어졌다 해도 대법원 판례에 비추어 이 특약은 당연히 보험금을 지급해야 마땅하다. 그러나 생명보험사들은 계약자를 속이고 보험금을 지급하지 않았다. 즉 소비자를 상대로 보험사기를 친 것이다. 대법원과 금융감독원이 지급결정을 내려 사건이 일단락됐지만 미지급 자살보험금은 보험사가 알고도 숨긴 2조 원대 ‘보험사기’다. 생명보험사들이 계약자를 속이고 약관대로 보험금을 지급하지 않은 것은 ‘보험사기’에 해당한다. 보험사의 사기행위는 이외에도 생명보험사 이차배당금 축소적립 회계부정, 자동차보험 간접손해배상금 누락, 유배당계약자 배당금 축소지급 등 조직적이고 계획적이며 비일비재하다. 금융감독원도 보험사의 보험사기를 적발하고도 은폐하거나 눈감아 준 일이 한두 번이 아니다.
보험사기나 보험금 누수를 막는 것은 보험사의 기본적인 고유업무다. 그런데 보험사들은 선량한 계약자 자산을 지키지 못한 것을 계약자의 ‘보험사기’로 몰아 막강한 로비력으로 소비자를 옥죄는 ‘보험사기방지특별법’을 만들었다. 금융감독당국은 ‘금융소비자 권익보호’라는 말을 '전가의 보도(傳家의 寶刀)'로 여긴다. 그럼에도 어쩌다 발생하는 계약자의 ‘보험사기’는 호들갑을 떨고 보험사의 조직적 ‘보험사기’는 눈을 감고 귀를 막는다. 보험사가 당연히 지급해야 할 보험금을 주지 않는 것도 보험사기에 포함해야 한다. 보험사의 보험사기도 이제 ‘형사 처벌’ 시켜야 할 때가 온 것 같다. 그래야 형평성이 맞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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