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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둑기사 이세돌 9단과 구글의 인공지능 알파고의 대결 이후 인공지능에 대한 관심이 지대하다. 최근 정부는 이런 인공지능, 로봇공학 등을 사용하는 산업, 소위 4차 산업을 활성화하기 위해 여러 정책을 내놓고 있다. 이미 길병원에서는 작년 12월에 인공지능 왓슨(Watson)을 도입해 진료에 활용하고 있다. 인공지능 왓슨은 몇 년 전부터 미국 메모리얼 슬론 케터링 암센터(MSKCC), MD 앤더슨 암센터에서 활용해 왔고, 학회 등을 통해 그 효과에 대해 어느 정도 인정되는 분위기다. 이러한 시점에 즈음하여 인공지능(AI) 기술 발전에 따른 의료계의 변화와 그로 인한 윤리 문제를 논의하는 자리가 마련됐다. 국가생명윤리심의위원회가 주최하고 국가생명윤리정책연구원이 주관하는 ‘제1회 국가생명윤리포럼’이 21일 서울글로벌센터빌딩 9층 국제회의장에서 개최됐다. 금번 포럼에서는 ‘인공지능(AI)의 의료적 활용과 생명윤리’를 주제로 과학계, 의료계, 산업계, 윤리계, 정부 등 각 계 다양한 전문가 논의를 진행했다.
‘딥러닝’ 기술을 이용해 의료테이터를 가공하는 벤처기업 뷰노코리아를 운영하는 이예하 대표는 딥 러닝의 적용을 통한 인공지능의 의료적 활용 및 산업 발전 전망에 대하여 공유했다. 가천대학교 길병원 정밀의료추진단 단장 이언 교수는 진료현장에서의 인공지능 활용과 향후 전망에 대해 발표했다. 한양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윤혜선 교수는 법학적 관점에서 의료현장에서 인공지능의 학습을 위한 데이터 확보 방안, 오작동 및 의료사고가 발생 시 책임소재 등 의료현장의 인공지능 도입에 따른 법적·정책적 쟁점에 대해서 발표했다. 인하대학교 철학과 고인석 교수는 인공지능이 의료계에 도입됨에 따른 환자와 의사의 관계 변화 등 의료계 패러다임의 변화와 관련해서 윤리·사회적 관점에서 발표했다.
왓슨(Watson) :
인간의 자연어로 묻는 질문에 답할 수 있는 인공지능 컴퓨터다. 왓슨은 자연언어처리, 정보수집, 지식재현, 사고, 기계학습 기술을 활용해 개방적인 질문에 응답할 수 있다. 자연어로 진행된 인간과 벌인 퀴즈 대결에서 승리했다. 최근 빅데이터를 특정한 용도로 활용하는 슈퍼컴퓨터로서 각광받기 시작했다.
딥 러닝(Deep-Learning) :
컴퓨터가 여러 데이터를 이용해 마치 사람처럼 스스로 학습할 수 있게 하기 위해 인공 신경망(ANN: artificial neural network)을 기반으로 한 기계 학습 기술.
이어진 토론에서는 현재 논의되고 있는 빅 데이터 시대의 프라이버시 보호문제, 인공지능의 오작동 등 의료사고에 대한 책임 귀속의 문제와 인공지능 기술이 본격적으로 발전할 경우에 의료 인공지능의 기준을 평가하기 위한 인증제도가 갖추어질 필요성이 있는지 등에 대한 논의가 이뤄졌다.
토론자 서울시립대 철학과 이중원 교수는 “인공지능으로 인한 의료 페러다임 변화의 윤리적 측면에서 제기한 토론”에서 ”4차 산업혁명과 의료페러다임의 변화와 관련하여 왓슨과 같은 프로그램으로서의 인공지능 자체도 중요하지만 그 인공지능이 수집, 분석, 처리하는 정보로서의 의료 빅데이터도 매우 중요하다. 가령 왓슨의 경우 의료빅데이터가 주어져야만 이에 대한 자율적인 심화학습(딥 러닝 Deep-Learning)을 통해 스스로 필요한 의학적 판단을 내릴 수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인공지능을 통한 의료페러다임의 변화와 그 사회, 윤리적 영향을 논할 때, 이 두 가지 모두를 고찰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전제하고 몇 가지 주요한 문제들을 지적했는데, 인간 의사와 왓슨과의 위상과 역할의 관계, 책임과 책무의 문제, 프라이버시 문제, 왓슨의 상업화와 디지털 격차 문제 등을 들었다. 결론적으로 왓슨을 조력자로 활용하는 의료 행위와 관련한 의료윤리 체계의 재정비가 필요하다. 나아가 비인격적 행위자로 봃 수 있는 왓슨의 의료적 활동에 대한 윤리적 규제 마련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이날 포럼에서 논의된 다양한 의견은 다시 지난달 발족한 4차 산업혁명 시대에 필요한 생명윤리 제도개선 마련을 위한 민관협의체를 통해 구체적인 정책 제안 및 제도 개선으로 이어질 전망이다. 복지부 김강립 보건의료정책실장은 “이번 포럼을 계기로 우리나라가 4차 산업혁명의 미래 기술 발전을 능동적으로 주도해 나가는 계기가 되기를 바라며, 정부도 윤리와 과학이 균형적으로 발전하여 국민의 생활을 더욱 윤택하게 할 수 있도록 적극 협조하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