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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 바이러스와 우리 사회의 죽음 이해   -최승호박사 

죽음에 대한 사유는 인간 존재가 탄생하면서부터 시작되었다. 규정되지 않는 죽음의 실체는 인간에게 불안 그 자체이다. 시대의 흐름 안에서 고대와 중세에는 주로 전쟁과 기근, 자연재해가 죽음의 주된 유형이었다면, 근대에는 암과 같은 난치병, 교통사고 등이 죽음의 주요 유형이었다. 그리고 최근에는 과학과 의학의 눈부신 발전에 힘입어 이전까지 크게 논의되지 않았던 안락사, 낙태, 뇌사 등이 죽음의 새로운 유형으로 나타나고 있다.


그런데 우리는 현재 ‘코로나바이러스19’가 선사한 새로운 차원의 죽음을 마주하고 있다. 물론 전염성 감염병(communicable infectious disease)은 현시대에만 국한된 문제는 아니다. 서구사회는 이미 14세기 중엽에 유럽 전역을 휩쓸었던 페스트를 경험했으며, 그 당시 유럽 인구의 약 1/3이 사망했을 정도였다. 20세기에는 1918~1919년 스페인 독감, 2009~2010년 신종인플루엔자가 3차까지 진행을 겪었던 것처럼 우리는 현재 코로나19 제2차 팬데믹을 맞이하고 있다.


2019년 12월 초, 중국 우한에서 처음으로 발견된 코로나19 대규모 전염성 감염병은 2020년 4월 사망자가 속출하면서 전 세계 장례 절차는 존엄한 죽음이라는 표현이 무색할 만큼 무력했고 간소했다. 미국 뉴욕에서는 넘쳐나는 무연고 사망자 시신들을 감당할 수 없어 40대의 냉동 트럭을 이용해 하트섬에 집단매장을 진행하기도 하였다. 스페인 마드리드에서는 접촉을 최소화하기 위해 드라이브스루 형식의 5분 장례식이 거행되기도 하였고, 이탈리아에서는 올해 4월 1시간여 걸리는 화장에 비해 새로 들어오는 관들이 교회 공간을 차지하다 보니 장례미사를 올릴 시간적 여유가 없는 사태까지 이르렀었다. 


현재 진행 중인 코로나19 사태에 대응하는 우리나라 정책은 「감염병의 예방 및 관리에 관한 법률」에 의거 20조 2항에 ‘질병관리청장은 감염병환자등이 사망한 경우(사망 후 감염병 병원체를 보유하였던 것으로 확인된 사람을 포함한다) 감염병의 차단과 확산 방지 등을 위하여 필요한 범위에서 그 시신의 장사 방법 등을 제한할 수 있다.’고 적시하고 있다. 이를 기반으로 보건복지부는 2월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19 사망자 장례관리 지침」에서 좀 더 구체적으로 ‘감염병 환자의 시신에 대한 장사는 화장으로 해야하며, 화장 및 장례는 다음과 같은 선(先)화장 후(後)장례 절차를 따라야 한다.’고 명기하고 있다. 
① 의료기관(시신처리, 입관) -> 화장시설(화장) -> 장례식장(장례)
② 의료기관(시신처리, 입관) -> 장례식장(안치) -> 화장시설(화장) -> 장례식장(장례)


갑작스레 사망하는 환자들의 경우 대개는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기 전에 집에서 가까운 가족들의 보살핌을 받는다. 상황이 나빠져서 입원을 하게 될 경우, 이미 보살펴주던 가족들 또한 확진 유무와 상관없이 밀접 접촉자로 분류되어 자가격리 될 수밖에 없다. 설사 장례 절차를 진행한다고 하더라도 가족들이 참여하지 못할 확률이 높은 실정이다. 코로나19로 죽음을 맞이하는 이들은 마지막까지 쓸쓸하게 홀로 삶을 마감해야 하고, 고인을 떠나보내는 이들은 마지막까지 먼발치서 발만 구르며 가슴을 쳐야 하는 현실이 우리에게 남긴 아픔이자 이 시대가 풀어야 할 과제이다. 


우리는 죽어가는 환자가 코로나19로 인한 특수한 상황 속에서 어떻게 하면 죽음을 잘 맞이할 수 있도록 도울 수 있는지. 감염 위험에서 돌봄의 범위가 어느 정도일지, 그리고 준비되지 않은 채 고인을 떠나보내야만 하는 유가족들을 어떻게 도울 수 있을지가 고민이다.  


그런데 우리 사회는 방역의 문제와 경제 위기에 대한 우려만 난무할 뿐 정작 사망자와 그 가족들의 슬픔과 관련된 공감의 이야기는 빠져 있다. 개인의 죽음을 사적 영역으로만 다루고 있는 한국 사회에서 코로나로 사망한 사람들을 애도하는 모습은 찾아보기가 어렵다. 매일 코로나 신규 확진자와 사망자 숫자에만 관심일 뿐, 사망자가 느꼈을 사망 직전의 고립감과 외로움에 대한 공감은 없어 보인다. 


미국 뉴저지 주지사가 코로나19 희생자들을 애도하기 위해 반기(半旗)를 달도록 행정명령을 내린 것이나 이탈리아에서 전염병의 많은 희생자를 애도하기 위해 전국 시청에서 조기를 내걸고 1분간 묵념을 하거나 지역 신문에 코로나 희생자들의 사진과 이름을 싣고 그들을 애도하는 분위기를 만든 것을 보면서 우리 사회가 일상생활의 안전에만 관심이 있지 타인의 죽음에 대해 얼마나 무관심한가를 돌아보게 한다. 코로나로 사망한 감염자들을 배제하고 타자화하는데 익숙할 뿐, 희생자에 대한 인간적인 고통과 아픔, 애도가 사회적으로 부족한 현실이 안타깝다. 

 

 

최승호 박사 프로필


약력: 독일 라이프찌히 대학교 사회정책학 박사
한신대 학술원 연구교수
현재 충북연구원 선임연구위원 
주관심분야 : 노인복지정책, 고용과 사회보장, 생사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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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교만큼 중요한 죽음준비 -김영심 웰다잉전문강사 임신 10달동안 태명에서부터 음식, 음악, 독서, 태담, 동화, 영어와 수학으로 학습태교까지 하고 있다. 태어날 아기를 위해 정성스럽게 최선을 다해 태아교육을 하고 있다. 탄생만큼 중요한 죽음은 어떻게 하고 있는지? 묻고 싶다. 보건소나 노인대학 강의시 죽음준비를 하고 계신가요?라고 물으면 “나는 죽음준비 다 해놓았어요.”라고 대답을 하시는 분이 계신다. 어떻게 하셨느냐?고 물으니 윤달이 있어서 수의를 해 놓았고 영정사진도 찍었다고 하신다. 결국 수의와 영정사진만이 죽음준비를 대신하고 있다. 죽음준비 강의 후에 ‘내가 죽는다는 것은 생각을 안 해봤는데 죽는다고 생각하니 서글프다’ ‘죽음에 대해 막연히 두려웠는데 오늘 강의를 듣고 나니 오히려 편안해지네요.’ ‘사는동안 잘살고 죽음도 잘 받아 들여야겠어요.’ ‘확 깨게 만들어 주셔서 감사해요’ ‘집에 가서 자식들하고 나의 죽음에 대한 이야기를 해야겠네요’ ‘이런 강의 처음 들었어요’ ‘죽음에 대해 생각하고 준비해야한다는 생각을 갖게 되어 좋은 시간이었어요.’ 등 긍정적인 피드백을 주셔서 감사하고 있다. 처음에는 학장님이 ‘죽음을 눈앞에 두고 있는 사람들에게 죽음 이야기는 하지 마세요’라며 못을 박으며 ‘신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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