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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움 대신 도움'을 위하여 -천정환교수

『결론부터 말하면, 어쩌면 현재 한국사회는 이전과 다른, 그러나 보다 다층화된 남성성을 요구하고 있는지 모른다. 기존의 폭력적이고 전통적인 남자다움은 이제 경멸과 비판의 대상이지만, ‘지질함’이나 ‘탈 책임’에 대해서도 누구든 옹호하기 어렵다. 냉전 안보국가와 신자유주의 사회는 그래서 ‘강한 남성성’을 뒷받침하고 여성을 종속적인 지위에 놓는 경향이 있다. 이런 모순을 벗어나기 위해 더 깊고 큰 변화가 필요하다는 것은 말할 것도 없다. 가정, 직장, 학교 그리고 미디어 공간이 다 변해야 여성도 남성도 해방될 것이다.』

 

 

“오륙남은 왜 그럴까”

 

최근 50-60대 남성을 가리키는 신조어가 또 만들어져 많이 쓰이기 시작했다. ‘오륙남’이다. ‘오십대 육십대 (한국) 남자’라는 의미를 가진 이 단어는, 최근 지하철 같은 공공장소에서 마스크를 쓰지 않고 또 이를 지적하는 다른 시민이나 공무원과 시비를 붙어 폭력적 행동을 하는 중년 남성들을 비판하는 언론 기사에서 부각되었다.

 

이를 보도한 매체의 기사 제목을 보자. 「'지하철 마스크 싸움' 영상 퍼져...또 '오륙남'」 (이데일리, 2020.8.27.) 「"마스크 안쓸란다"…대중교통 최대 독불장군은 '오륙남'」 (뉴시스 2020.08.27.) 「오륙남은 왜 그럴까」 (머니투데이 (2020.08.27.) 제목에서부터 중년 남성을 보는 부정적인 시선이 가득하다. 중년 남성을 가리키는 ‘꼰대’나 ‘아재’ 같은 이름도 모두 한결같이 부정적인 뉘앙스를 지닌다.
 
오늘날 50~60대 남성은 가장 문제가 많은 세대이자 계층으로, 생활세계에서나 사회세계에서나 ‘민폐’를 끼치는 존재로 여겨진다. 그들은 공덕심이나 매너가 없고, 분노조절 장애를 앓는 듯 막무가내로 행동한다는 것이다. 또 586세대 기득권 남성들은 ‘진보 꼰대’라는 말이 표상하는 것처럼, ‘민주화’의 이념을 체화한 존재인 듯하지만 정작 새로 요청되는 불평등의 철폐와 차별 없는 민주주의의 요구에는 어두운 ‘내로남불’ 위선자들로 간주된다. ‘똥팔륙’이라는 말도 있다 한다.

 

그런데 중년 남성이 공격을 가하는 대상은 타인들과 약자들만이 아니다. 그들이 공격하는 것은 바로 자기 자신이기도 하다. 타인을 향한 공격성과 분노조절장애는 좌절감, 취약한 자존감, 불안 등의 왜곡된 표현일 것이다. 자기 마음대로 되지 않는 상황에 예민해 하며 뭐든지 자기 마음대로 폭력적으로 통제하려는 행태가 우울증의 예후라는 견해도 있다. (「남성 우울증, 남자에게 찾아온 경고신호」 등 김경우 정신의학과)

 

우울하고 취약한 존재 스스로 중년이 되고 나니 중년 남성이라는 존재가 이렇게 문제가 많고 동시에 취약한 존재라는 사실이 더 뚜렷이 보인다. 나 자신도 그렇고 주변의 친구, 선후배 남자들 중에 마음과 몸이 온전하고 건강한 경우가 많지 않은 듯하다. 고용 문제나 경제적 문제를 겪으며 인생이 ‘잘 안 풀리는’ 사람들은 말할 것 없고, 남들 보기에 ‘잘 나가고’ 문제없이 잘 해나가는 듯한 많은 남자도 불안, 우울증, 허무감, 소진 증후군, 알코올 의존 등과 같은 문제를 겪고 있는 듯했다. 또한 마음 씀씀이가 좁아지고 조그만 일에도 잘 ‘삐지고’ 남을 비방하는 데 많은 시간을 쓴다. 그러니까 저절로 가족과 친구들하고의 관계도 나빠진다. 사실은 외롭다.
 


이리처럼 타자와 자신을 향해 으르렁거리고 결국 해치기도 하는 중년 남자 문제에 대한 객관적인 지표도, 나름의 진단도 다 나와 있다. 지난 10년간 중년 남성 우울증이 지속적으로 증가해왔고, (‘남자가 무슨 우울증? 참다가 결국 펑펑 우는 아재들 : 대한민국 우울증 리포트4’ 서울경제, 2017.7.20.) 원래 모든 연령에서 남성이 여성보다 자살률이 높지만 중년 이후에는 더욱 심각하다. 2018년의 경우 남자 50대 자살률은 51.4로 여성 15.1의 3배가 넘고, 60대 자살률도 남자 53.0, 여성은 13.6으로 더 격차가 커진다.(중앙자살예방센터)
 
이에 대한 의학적 원인도 분석돼 있다. 일반적으로 40대 이후부터 남성호르몬이 줄어들고 이에 따라 세로토닌도 감소하게 되면 우울증이 유발되는 경향이 있다고 한다. (남성 갱년기 우울증, ‘은밀하게 위험하게’ 온다: 감수: 삼성서울병원) 남성 갱년기 장애에 연관된 제반의 신체 현상은 남성성의 약화와 연관되고, 이는 자신감의 상실과 우울ㆍ불안의 증대, 자존감의 저락 등 심리 문제와도 곧 이어져 있을 것이다.

 

이같은 신체적 남성성의 약화에, 사회문화적 변화와 생애사적 전환이 겹쳐 있기 때문에 중년 남성은 스스로나 타자에게 매우 위험한 존재가 된다. 50대 남자들의 경우 사회적으로 둘 중 하나의 상황에 처해 있을 것이다. 겉으로 성공적인 경우, 사회적 능력이 극대화되어 조직과 직장에서 이전에 없는 역할과 권력을 갖게 된다. 부도 얻을 수 있다. 대신 그 대가는 과로와 부담감 그리고 권력 중독과 ‘갑질’의 가능성이다. 다른 하나는 회사와 조직에서 밀려나 (한직에 있거나) 자영업자, 불안정 노동자, 실업자로 살게 되는 경우다. 이 경우에는 사업 실패와 생계 부담은 물론, 그리고 큰 패배감과 좌절감을 안게 될 가능성이 더 커진다. 가정 내에서나 사적 관계도 치명적인 위기를 겪을 수 있다.
 
그런데 성공했든 아니든, 공통적으로 중년 남성성의 위기는 근래 한국사회의 젠더 구조의 큰 변화와도 관련이 있다. 그것은 비혼자 및 이혼자의 증가, 여성의 사회적 지위의 (부분적) 향상, 가부장제 문화의 약화 등으로 요약될 수 있을 것이다. 이는 크게 두 가지 변화를 낳고 있는데, 기득권으로서의 남성의 지위 약화와 규범적 남성성에 대한 변화의 요청이다. 이에 대해 조금 더 깊이 이야기해보자.


‘남자다움’ 강박에서 벗어나기의 어려움

 

애초에 중앙자살예방센터에서 필자에게 청탁한 글은 “‘(남자)다움’에서 ‘도움’으로”의 필요에 대해서였다. 일단 이 명제가 우울증이나 자살 위기에 처한 중년 남성을 구할 수 있는 중요한 방법적 인식이라는 데 공감하면서, 동시에 다음과 같은 의문도 가져본다.
 
첫째, 여전히 한국사회가 남성들에게 강박적인 ‘남자다움’과 가장으로서의 책임 같은 것을 요구하고 있는가? 약화되지 않았을까? 필자는 모 국책 연구소의 한국 남성성 변화의 코호트 분석 연구에 참여한 적 있었다. 이를 통해 상위 계층이든 하위계층이든, 한국 남자들이 가정 내에서 이전과 같은 가부장의 지위를 누리거나 또 그것을 누리기 위해 아내와 자식을 억압하는 경우는 별로 없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과거의 ‘대발이 아버지’나 ‘간 큰 남자’들은 이미 저승으로 가셨고, 중년이든 청년이든 더 이상 스스로도 그런 아버지-남편이 된다는 것이 불가능하다는 것을 받아들이고 있다는 뜻이다.

 

 

 

 

 

 

 

 


그럼에도 중요한 사실은, 한국사회에서 여전히 불평등한 성별 분업과 임금 차등의 체계 같은 남성중심사회의 핵심 정치경제적 요소가 유지되고 있다는 점이다. 오히려 사회적 불평등은 더 깊어지고 있고 신자유주의의 무한 경쟁도 계속되고 있다. 고용 불안과 불평등의 심화는 ‘빈곤의 여성화’, ‘비정규직의 여성화’를 초래하고 있으며, 남성중심주의의 해체와 반대되는 힘으로 작용할 수 있다. 즉 이는 여성이 남성에 의존하거나 착취되는 현실을 재생산하는 경향이 있다. 여권의 전반적 신장에도 성매매 산업이 위축되지 않거나 ‘부양의 책임’도 남녀에게 고루 배분되지 않는 현상이 있다. 여전히 남성은 경제 능력을 통해 ‘남성다움’과 ‘능력’을 인정받는 상황이 종식되지 않고 있다는 뜻이다.
 
둘째, 한국 남자들이 스스로 ‘남자다움’의 기득권이나 가치를 포기할 수 있을까? Y염색체나 테스토스테론만큼 오래 묵은 가부장제, 국가 간 체제가 빚는 전쟁의 위험, 또한 매일매일의 자본주의적 경쟁이 차별과 폭력, 그리고 폭력적 남성성을 재생산하는 것 아닌가? 이를 극복하기도 매우 어려워 보인다. 저 구조 안에서 성별화된 주체가 자기 존재 근거를 찾으려 할 때, ‘강함’과 책임감 같은 가치가 사라지기란 어렵다. 그리고 ‘강함’ ‘책임감’ 등은 성별화되는 경향을 띤다. 최근 유튜브에서 20-30대 사이에서 큰 인기를 끈 <가짜 사나이>라는 방송이 생각난다. 여기 등장한 특수부대 출신 남성들은 강인한 육체를 가진 ‘진짜 사나이’로 표상되었다. 군대와 안보 문화는 한국 남성 기득권과 규범적 남성성의 주요 재생산 기제이기에 쉬 포기되지 않는다.
 
결론부터 말하면, 어쩌면 현재 한국사회는 이전과 다른, 그러나 보다 다층화된 남성성을 요구하고 있는지 모른다. 기존의 폭력적이고 전통적인 남자다움은 이제 경멸과 비판의 대상이지만, ‘지질함’이나 ‘탈 책임’에 대해서도 누구든 옹호하기 어렵다. 냉전 안보국가와 신자유주의 사회는 그래서 ‘강한 남성성’을 뒷받침하고 여성을 종속적인 지위에 놓는 경향이 있다. 이런 모순을 벗어나기 위해 더 깊고 큰 변화가 필요하다는 것은 말할 것도 없다. 가정, 직장, 학교 그리고 미디어 공간이 다 변해야 여성도 남성도 해방될 것이다.
 
씁씁 후-후-

어쨌든 이런 거시적이며 사회구조적 차원과 무관하게 중년 남성들은 건강하게 살아가기 위해 각자 꼭 해야 할 일이 있다. 무엇보다 열심히 자신의 마음 건강, 몸 건강을 챙기는 일이다. 한 병원의 정신의학과는 그 방법을 다음과 같이 제시한다. 이전과는 다른 이런저런 심적ㆍ육체적 현상이 ‘갱년기 장애’임을 인정하는 일, 솔직한 마음으로 우울함에 대해 주변에 이야기하는 일, 취미활동을 갖고 스트레스를 줄이는 일, 카페인을 줄이고 규칙적인 운동과 잠을 잘 챙기고 햇빛을 30분 이상 쬐는 것 등. 

 

좋은 조언이지만 저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을 것 같다. 취약함을 인정하지 않는(못 하는) 취약함이나, 취약하다는 사실을 인정받을 수 없는 상황에 남자들이 처해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더 적극적인 자세가 필요하다. 수양하는 자세와 TV에 나오는 ‘자연인’들처럼 초탈이 필요하지 않을까? 마음을 단련하고 정서를 고르는 일에 애써야겠다. 예컨대 요가나 명상 호흡법을 익혀, 화가 날 때 즉각 반응하거나 타인에게 폭발시키며 기분대로 하지 않고 한 템포 늦춘다. 씁-씁 천천히 들이마시고 후-후- 더 천천히 내뱉는다. 478 호흡법 같은 것도 좋겠다. 4초간 숨을 들이마시고 7초간 참다가 8초에 걸쳐 천천히 내뱉는다. 타인은 물론, 심혈관계 질환으로부터 자기를 보호하는 일이기도 하다.
 
친절하기 위해 애쓰고, 남을 비방하거나 권력을 추구하는 일에는 감정과 에너지를 아낀다. 성과 보다 관계를 위해 중시하고, 여성이나 젊은 사람들의 말에 귀를 기울인다. 승리가 행복이 아니라 평화가 행복임을 생각하고, 나의 행복과 평화가 곧 세계 평화라 생각한다. 섭섭한 일이 있어도 곧바로 화내지 말고 타인의 입장에 서 보려 노력한다. 아, 모두 정말 쉽지 않은 일이다. 나도 스스로 새기고 실천해보려 한다. 씁씁 후-후... 씁씁 후-후.  (글: 성균관대학교 국어국문학과 천정환교수)

 

[출처 :중앙자살예방센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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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교만큼 중요한 죽음준비 -김영심 웰다잉전문강사 임신 10달동안 태명에서부터 음식, 음악, 독서, 태담, 동화, 영어와 수학으로 학습태교까지 하고 있다. 태어날 아기를 위해 정성스럽게 최선을 다해 태아교육을 하고 있다. 탄생만큼 중요한 죽음은 어떻게 하고 있는지? 묻고 싶다. 보건소나 노인대학 강의시 죽음준비를 하고 계신가요?라고 물으면 “나는 죽음준비 다 해놓았어요.”라고 대답을 하시는 분이 계신다. 어떻게 하셨느냐?고 물으니 윤달이 있어서 수의를 해 놓았고 영정사진도 찍었다고 하신다. 결국 수의와 영정사진만이 죽음준비를 대신하고 있다. 죽음준비 강의 후에 ‘내가 죽는다는 것은 생각을 안 해봤는데 죽는다고 생각하니 서글프다’ ‘죽음에 대해 막연히 두려웠는데 오늘 강의를 듣고 나니 오히려 편안해지네요.’ ‘사는동안 잘살고 죽음도 잘 받아 들여야겠어요.’ ‘확 깨게 만들어 주셔서 감사해요’ ‘집에 가서 자식들하고 나의 죽음에 대한 이야기를 해야겠네요’ ‘이런 강의 처음 들었어요’ ‘죽음에 대해 생각하고 준비해야한다는 생각을 갖게 되어 좋은 시간이었어요.’ 등 긍정적인 피드백을 주셔서 감사하고 있다. 처음에는 학장님이 ‘죽음을 눈앞에 두고 있는 사람들에게 죽음 이야기는 하지 마세요’라며 못을 박으며 ‘신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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